‘AI 전도사'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대중이 사용한지 2년 안된 분야…시장 선점 가능성 있다"
“공무원이 AI 제도 ‘조물락'...전문가가 정책 방향 수립해야"
“AI는 글로벌 의제…표준, 규제, 안전에 외교부 참여해야”

22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김능구 폴리뉴스 발행인(오른쪽)이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왼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전희재 폴리뉴스 PD]
22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김능구 폴리뉴스 발행인(오른쪽)이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왼쪽)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전희재 폴리뉴스 PD]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폴리뉴스>는 국가 AI 육성에 있어 정부와 국회, 민간이 참여해 K-AI(한국-인공지능) 시대를 열어내자는 취지의 컨퍼런스를 오는 11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계 전문가로 부터 국가 AI의 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를 모아 ‘K-AI’라는 제하의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IT선진국은 모두 인공지능(AI)에 매달려 있다. AI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인류의 생활을 바꿀 기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져있던 ‘지적 노동'을 기계가 완전히 대체할 전망이다. 인류는 상상에 머물던 구상을 컴퓨팅 능력 신장에 따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AI는 시도해봐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분야가 아니다. 인터넷이 IT 혁명을 불러오고, 스마트폰이 국가를 먹여살리는 미래 먹거리가 되었던 것과 같다. AI 주도권을 가지면 몇년내 글로벌 리더가 되고, 가지지 못하면 영원히 팔로워에 머물러야 한다. 그 후과는 다음 세대, 혹은 그 이후 세대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가 AI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AI 육성에 정략이 있을 수 없고, 정쟁을 벌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폴리뉴스>는 <스페셜 인터뷰>에서 ‘K-AI’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AI 전도사'로 불리는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22일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나 1시간 여 동안 인공지능의 현황과 미래, 한국의 연구개발 현실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어는 김능구 본지 발행인이며, 박상주 정치경제국장이 배석했다. 

박 의장에 따르면, 챗-GPT가 대중에게 선을 보인 2022년 11월 30일 이후 인류 문명의 모든 의제가 AI에 수렴하고 있다. 박 의장은 이를 두고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냥 AI가 덮었다”고 표현했다. 메타버스나 웹3.0 등은 IT 유행을 타고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지만 AI는 문명에 기반이 되는 기술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처럼 미래 기술 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집_K-AI]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일반직이 AI 제도 ‘조물락'...전문가가 정책 방향 수립해야"[인터뷰 전문]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1347

기술 시장적 관점의 AI에 대해 박 의장은, 현재는 챗-GPT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로 여러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마켓쉐어에 집중하는 때여서 지금은 한국도 시장 선점을 노려볼 수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박 의장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 수준으로 보면 미국은 1위(100점 만점), 중국은 60점대로 2위, 3~7위가 39~38점대에 몰려있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유사한 7위 수준이라는 박 의장은 “이 점수를 보면 뒤처진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선두그룹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선두그룹 중 뒤처진 상태이지만 시장을 확장하기 시작한 시점이고, 인공일반지능(AGI) 5단계 중 이제 막 1단계를 넘어선 시점이라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AI 분야 ‘선점이 가능한 시기'라는 주장이다.

한국 민간 기업의 AI 파워와 관련, 박 의장은 엘지 엑사원과 네이버 하이퍼클로버X가 지속적인 개발을 하고 있는데, 하이퍼클로버X는 챗-GPT4와 비슷하거나 조금 못한 수준으로 성능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가 네이버의 소버린AI 개발 주장과 그에 따른 정부 지원 방안에 대해 묻자, 박 의장은 “한국에서 독과점을 하고 있는 네이버가 소버린AI에 대해 주장하려면 그에 걸맞는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공성을 중심으로 네이버가 AI커뮤니티를 만들고, 펀드도 만들어서 컨퍼런스를 열고, 토론회도 해서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해야 정부나 국민들로 부터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의장은 국가 AI 전략을 수립, 발표한 캐나다를 예로 들어 한국도 연구개발 인재를 유치하고, AI클러스터를 조성, 경제 분야에 Ai를 상용화하고 도입을 장려하며, 사회적 윤리적 영향을 다룬 정책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데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고 봤다. 박 의장은 AI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해 “전교 1등이 밤새워 공부하는데, 우리는 술먹고 자고 당구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헀다.

박 의장은 한국 정부가 AI를 비롯, 과학기술 역량을 키우지 못하는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AI 분야에서 2등(중국)과 큰 격차를 벌린 1등을 하고 있으면서도 세계 각국의 인재를 수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원은 커녕 R&D 분야 카르텔을 잡아낸다면서 예산을 14%나 줄여 중요한 연구개발 과제가 중단되게 만들었다. 정작 카르텔은 1명도 못잡아냈고 박사후과정(포스트-닥터) 연구원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응용 개발기술의 75%, 반도체 설계검증 인프라 활성화 50%, 인공지능 챌린지 선도 기술개발 사업 86%,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88.8%, 양자 컴퓨팅 기술개발 80.3%, 등이 날아갔다”면서 “미국 스탠퍼드대 AI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AI 분야 3대 인재 유출국이라고 한다. 끔찍하다.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한국의 AI 연구개발이 현재 절체절명에 놓여 있다는 박 의장은, 정부가 AI 육성을 위해 컴퓨팅 파워를 지원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수용-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일반직인 공무원은 AI 등 기술에 대해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책 방향 등은 과학자 등 전문가가 논의를 통해 의제를 설정하고 정부와 공무원이 그 방향에 따라 정책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간에 대한 낡은 규제 타파도 주장했다. 박 의장은 “민간 기업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시대인데, 정부는 기존의 규율로 이를 규제하려 하고 있다. 민간도 플랫폼을 공공기구에 준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AI 지원 방향에 대해 박 의장은 “AI는 국제적인 표준, 규제, 안전에 대해 논의되고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프렌즈'라는 조직을 만들어 AI에 관한 국제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 한국이 AI를 과방위, 산자위에서만 논의하면, 글로벌 표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외교부, 국회 외통위도 AI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헀다. 

국회에 계류 중인 AI기본법에 대해서도 박 의장은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AI기본법이 25페이지 분량에 불과한데, 각 법령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투명성, 설명 가능성, 신뢰성, 공정성, 윤리성, 경고성, 안전성, 책임성 등 AI와 관련해 이들 용어에 대한 정의가 전제되어야 법령으로서 분별력을 가지는데, 현재 법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전문가도 아닌 행정부의 몇 명이 열심히 여러가지 안을 만든다며 ‘조물락 거리’고 있는데, 이는 윤리학, 철학, 사회학, 법학, 인지심리학자 등이 모두 함께 들여다 보고 공론화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사진=전희재 폴리뉴스 PD]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사진=전희재 폴리뉴스 PD]

■박태웅 의장은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 전략기획팀장으로 9년을 지내다 인터넷이 붐이 일 무렵, “기술 사회의 변화가 세상을 다 바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인터넷 업계로 넘어와 지금까지 kth, 엠파스, 인티즌, 푸드테크 등에서 20년 넘게 사장 혹은 부사장으로 활동, 현재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대중에 테크놀로지 리터러시를 전파하는 주요 과학기술 커뮤니케이터 중에 한 명이며, 지난 2022년부터는 ‘AI 전도사’를 자처하며 AI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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