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4일 국회에서 열리는 시정연설 불참키로
한동훈, 대통령실에 ‘尹 참석 필요’ 의사 전달
민주당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
개혁신당 “피한다고 능사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4.10.3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4.10.3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최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 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내일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두고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우려를 표시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시정연설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와야 한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고 개혁신당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석을 촉구했다. 

김 여사 특검법‧명태균 통화 논란…시정연설 의미 퇴색 이유로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11년 만에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 했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 명태균 씨의 통화 등으로 여야 대립이 극심하면서 시정연설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한 바 있어 이번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야권의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정연설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을 뜻한다.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이 매년 직접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어졌다.

한동훈 “시정연설은 국민과의 약속”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참석하고 있다. 2024.10.31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참석하고 있다. 2024.10.31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뜻을 용산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야당과의 관계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이란 취지로 이 같이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게 되면 2013년 이후 11년 만으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이 상당히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돼 윤 대통령의 불참을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한 대표의 의견 전달에는 당 중진 의원들의 의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 폭로 이후 한 대표는 공개 입장을 내지 않고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데 이 과정에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친윤(친윤석열)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회 나와서 연설하는 게 좋겠단 의견도 많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에서 차분한 시정 연설이 되겠나”라며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이번엔 아마 총리가 대독하시는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유승민 “야당이 돌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3일 “윤 대통령이 4일 국회에 와서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정연설은) 총리 대독을 시킬 일이 아니다. 야당이 돌을 던져도 맞을 각오로 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여사 문제가 국정의 전부는 아니지 않나. 어떻게 대한민국이 김 여사 한 사람 때문에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느냐”라고 지적하며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물론 중요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정부 정책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이와 함께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는, 그건 그것대로 빠른 시일내에 결단해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해법을 제시하시라”라고도 했다.

또한 “총체적 위기에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국민 앞에 직접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고 의회의 협력을 구하는 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것보다 더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라며 “부인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난 받을 일”이라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김 여사 의혹 와중에도 해외순방은 잘도 다니면서 어떻게 이 중요한 시정연설에 용산에서 여의도까지 이 짧은 거리를 오지 않을 수 있나”라며 “야당이 고함을 지르고 막말을 퍼붓더라도 대통령은 끝까지 진지하게 시정연설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尹, 문제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실 뒤에 숨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1.3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1.3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 소식에 야권은 강한 비판에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멀리 말고, 시정연설에 꼭 참석하라”라며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서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법적인 문제를 일일이 따지기 전에 국민께서 윤 대통령이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공개된 육성 녹취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해놓고 정작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실 뒤에 숨는 비겁한 태도는 이제 그만두라”라며 “잘못했으면 직접 소명하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책임을 지는게 공인의 태도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개원식도 오기 싫고 시정연설도 하기 싫다니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라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 불참 기록을 남기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시정연설 패스”라며 “후보 시절 기분이 내키지 않아 토론회를 젖히더니 내키지 않으면 불출석하는 버릇은 고치기 어렵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시정연설은 한 해 국가를 꾸려갈 살림에 대한 신중한 설명의 자리”라며 “그건 대통령의 책임이다.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쓸지 국민에게 예의를 갖춰 허락을 구해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올해에는 명태균 씨 녹취가 불러온 파장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의료 대란 등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도 많다”라며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내 김건희 여사가 하라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라며 “아내를 보호하고, 아내를 위하는 김 여사 남편 노릇은 집에서나 하시고 국민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라”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내일 시정연설에서 최소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기다리겠다"라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尹, 문제 직면하고 해결해야” 

개혁신당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비판했다.

김민규 개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일각에서는 예산 국회 기간에 진행될 ‘김 여사 특별법’의 본회의 표결을 인식한 불참이라는 평가도 있다”라며 “정진석 비서실장의 “총리가 대신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주장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심이 두려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국회와의 갈등이 걱정된다면 현장에서 대화로 푸는 것이 정도이고, 대통령실을 둘러싼 의혹들이 마음에 걸린다면 국민 앞에 털고 가는 것이 원칙”이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계속되는 소통의 부재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자승자박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적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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