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가 4일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2차 청문회에는 증인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출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내란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여당은 계엄의 불법성을 증언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발언이 야당의 회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은 여당의 의혹 제기에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에 투입된 병력 철수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히며, 계엄해제안 의결을 앞두고 국회에서 빼내라고 한 대상이 요원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곽 전 사령관의 주장은 12·3 계엄 사태 당시 ‘끌어내라’의 대상이 ‘(국회)의원’이 아닌 ‘요원’이었다는 윤 대통령 측과 김 전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3일 직전에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민간인인 노상원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했다고 주장해 김 차장이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고 개입했다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野 주도로 尹대통령·김용현 동행명령장 발부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동행명령 발부의 건을 상정한 뒤 재석 17인 중 찬성 10인, 반대 7인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 전원이 반대했으나, 과반 의석을 점한 야당의 주도로 의결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 외에 김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도 함께 발부됐다. 

민주당 소속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불출석 증인 중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문 전 사령관, 강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출석해야 할 핵심 증인"이라며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거해 이들 증인 4명에 대해 오후 2시까지 국정감사장으로의 동행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1차 청문회에 이어 이날 청문회에서도 증인 선서를 또다시 거부했다.

안 위원장이 이 전 장관을 향해 “다른 수사기관에서는 증언했는데 국회에서는 선서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이 전 장관은 “수사기관에서는 증언이 아니라 진술을 한 것”이라며 “국회 증언은 국민에게 전부 공개된다. 제 진술이 다른 분들과 다를 경우 국민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이고, 잠시 기다려주시면 모든 것이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곽종근 “‘의원’ 말고 빼낼 ‘요원’은 없었다”

이날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원’이 아니라 군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한 것이었다는 윤 대통령 측과 김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저한테 직접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전화해서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4일 0시 20분부터 35분 사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던 것이 맞다”며 “요원의 경우 12월 4일 오전 1시~9시에 있던 707특임단 요원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가 있던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는 707특임단 요원들이 본관 정문 밖에서 대치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이나 국회 보좌진 외에 별도의 타깃 대상물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추 의원이 “윤석열 피고인이 헌재에서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수하라’고 사령관들에게 지시했다는데,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있나”라고 재차 질의하자 곽 전 사령관은 “저는 지시받은 바 없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제가 비상계엄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나 중간에도 누구로부터 ‘질서를 유지하라’ ‘시민을 보호하라’ ‘경고용이다’라는 말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바로 장관과 계엄사령관을 즉시 제 방으로 불러 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김 전 국방부장관 또한 국회 건물 내부로 투입된 군 병력을 빼내라고 지시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바 있다.

한편 여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이 야당의 회유에서 비롯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6일 곽 전 사령관이 장성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에서 '양심선언'을 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이 군사령관일 때 곽 전 사령관은 중요 참모였다"며 "그 관계를 군인들은 다 안다"고 말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누구의 사주나 요구로 답변한 사항은 없고, 제 의지대로 말씀드렸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윤건영 “경호처, 노상원에게 비화폰 지급” 주장 

이처럼 여당이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이 야당의 회유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자 야당은 12·3 비상계엄에 앞서 대통령실이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주는 등 치밀하게 계엄을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대통령경호처에서 노 씨에게 끝 번호가 9481인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들었다”며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비서관이 비화폰을 챙겨가 노 씨에게 줬다”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경호처의 비화폰 불출대장에 테스트(특), 테스트(수), 테스트(방), 테스트(예)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특은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는 수도방위사령관, 방은 국군방첩사령관이며, 예는 예비역 군인인 노상원 전 사령관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이어 윤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이 기록된 비화폰 불출대장을 김 차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진위를 물었으나 김 본부장은 “전반적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불법 장악을 지시한 인물로 김 차장이 노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내란 등의 혐의가 추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비상계엄으로 인해 상당한 경제 손실 발생"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3 비상계엄 직후 열린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예비비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야당의 주장을 재차 부인했다. 

이날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한 이 총재는 “비상 상황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회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재는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40분께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F4 회의를 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과 함께 이튿날 주식시장을 개장할지 말지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합리적으로 봤을 때 이 총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 지시대로 예비비를 확보하기 위한 회의였을 것"이라고 거듭 추궁에 나섰다. 

그러나 이 총재는 "F4 회의는 예비비를 다룰 수 있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그런 논의를 할 수 없었고 정보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총재는 계엄으로 인한 경제 영향에 관해선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상당한 대미지(손실)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단골’ 무속인 “노상원, 김용현 장관되는데 문제 없나 문의” 

12.3 비상계엄에서 민간인 신분임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의 무속인 ‘비단 아씨’ 이선진씨도 이날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 씨가 전북 군산에서 운영하는 점집을 수십차례 찾아 사주 등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씨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노 전 사령관이) 배신자 색출을 위한 군인 명단을 제시하면서 점괘를 의뢰했다고 하는 데 그런 적 있느냐’라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이어 한 의원이 ‘김 전 장관은 어떻게 아셨느냐’고 묻자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이 처음엔 이름과 생년월일을 갖고 왔고 ‘이분은 그냥 보통 군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나중에 장관이 될 것’이라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이 “‘이 사람이 올라가는데 문제가 되지 않나’라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올라갈 수 있겠다’고 했더니 ‘아 그렇구나’라면서 ‘이 사람과 내가 뭔가를 함께 중요한 일을 만들어서 했을 경우 그게 잘 되면 내가 다시 나랏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이 사람이 잘 풀리면 나도 서울 가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2022년부터 이 씨의 점집을 찾기 시작한 노 전 사령관은 2023년부터 나랏일에 대한 점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씨 점집을 방문할 때마다 직접 적어온 다수의 군인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제시하며 “뭔가 문제를 만들었을 때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고 이 씨는 밝혔다. 

이 씨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본인에 대한 점을 봤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본인이 어떻게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점을 봤다)”고 답했다. 이어 “다시 나랏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업가한테 고문 자리가 왔다고 해서 (둘 중 하나를 두고) 처음엔 고민을 좀 하셨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내란국조특위는 오는 5일 김 전 장관이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와 윤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현장조사한다. 두 사람에 대해 비공개 신문도 추진할 예정이다.

오는 6일에는 국조특위 3차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3차 청문회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심우정 검찰총장,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국조특위는 오는 13일 활동 결과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