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시민사회 주최 ‘선거법 개악저지’ 토론회
민형배 “민주당, 15석 쉽게 포기 못해...연합정치 효능감 보여줘야”
시민사회 “스스로 결단하고 당원 설득해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가 열렸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가 열렸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제공]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20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퇴행하느냐 여부는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달렸다며 한목소리로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전국비상시국회의,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시민사회 단체와 민주당 의원 42명,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이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민주당 지도부는 선택해야 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힘과 야합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정면으로 배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하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견제하기 위해 과반수 의석을 얻어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논의되는 이준석 신당을 지지하는 것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 정권심판을 위한 선택이 반드시 민주당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다당제를 실현할 수 있는 선거제와 87년 이후 헌법개정 과제는 특정한 정당, 민주당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진보적 소수정당, 시민사회가 힘을 함쳐야 한다. 제도개혁을 위한 연합정치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을 맡은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촛불로 형성된 연합정치의 틀을 민주당이 혼자 먹으려고 깼다”며 “시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서 촛불을 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혼자 집권해서 혼자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그러지 않았나. ‘진보당은 이념이 달라서 안 된다, 녹색당하고는 LGBTQ 때문에 안 된다.’ 그러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며 “국민의힘 때문에 안 된다는 건 핑계였다. 다른 여러 방안이 있었는데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악이 있지만 결국 선거법 개정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건 민주당이기 때문에 모든 손가락은 다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형배 “연합정치 효능감 보여줘야”...시민사회 “스스로 당원 설득해야”

민주당 의원으로 토론에 참석한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는 현실적인 상황과 이상적인 지향 중에서 굉장히 갈등하고 있을 것”이라며 “제1당의 욕망, 그리고 연합정치의 효과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야 현실 정치에서 유용할 것인지 굉장히 갈등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연합정치의 효능감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렇다는 것을 제시해줘야 한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관계 설정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민주당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지켜야 하는 효능감에 대해 민주당을 설득해달라고 했는데 그 고충은 이해되지만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위상과 역할에 비춰봤을 땐 조금 비겁한 말씀”이라며 “민주당이 오히려 결단하고 왜 정당들의 다당제 연합이 필요한가, 그것을 위해 어떻게 기득권을 내려놓겠는가에 대해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호진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은 “연합정치의 효능감을 22대 국회 전까지 어떻게 민주당이 느끼기 할 지 자신이 없다. 연합정치에 대해 제 정당, 시민사회 단체가 하나를 가지고 제대로 힘 있게 해본 적이 역사에서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연합정치 실패로 인해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제1당을 향한 욕망에 대해 현실적으로 갈등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아무리 목마른다고 해도 구정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본다. 돌이킬 수 없다. 선거제 한번 이뤄지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민주당이 느낄 수 있는 연합정치 효능감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정치공학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라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만큼 민주당에게 중요한 효능감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이후 선거들을 치러나가는데 중요한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또 “다른 소수 야당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며 “이후 역동적인 연합정치를 하고 정권심판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지적에 민형배 의원은 “결국 비례대표 의석을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다. 실제로 의석 15석이 왔다갔다 하는데 쉽게 포기 절대 못 한다”며 “그런 점을 염두해 두고 지혜롭게 연합정치의 장으로 민주당을 끌어내는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태호 위원장은 “솔직히 현실적 길이 안 보인다. 민주당의 많은 개혁적 의원들이 고생하지만 민주당에게 15석을 포기하기를 설득할 방안은 없다”며 “예전과 달리 민주당이 권리당원만 200만이고 당원은 인구의 10분의 1을 가지고 있다. 거기서 '우리 당 잘 돼야 해'라는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외부에서 세치혀로 바꿀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병립형을 하면 우리도 망하고, 정치도 망하고, 대한민국도 망한다’고 스스로 당원들을 설득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안 되니까 호소하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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