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비례대표제.. 여야, 위성정당 방지에는 '공감' 세부방안은 '이견’
국힘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 민주 "준연동형·병립형 당내 의견 갈려"
이탄희,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 금태섭 "지역구 공천 정당,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 요구
현행 비례대표제, 지난 총선에만 한시 적용.. 국힘-민주, 과거로 회귀 시도?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 개점휴업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선거제 개편이 개점휴업 상태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두고 결정을 못하면서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준석·조국 신당설이 돌자 거대 양당이 손익을 계산하느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그간 선거제 개편을 위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 지난 1월 전체 의원의 절반 수준인 147명이 참여한 초당적 의원모임을 발족했으며 4월에는 나흘 동안 의원 전원위원회를 통해 100명의 여야 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또, 5월에는 시민 500명을 상대로 한 선거제도 개편 국민 공론조사도 실시했다. 정개특위 결의로 헌정사상 처음 진행한 공론조사에선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한 비례대표 증원, 사표 방지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연동형 비례제 유지 등에 대한 국민 여론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내년 총선이 5개월 정도 남았지만 내년도 예산안과 노란봉투법, 방송3법,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등 여러 쟁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이번에도 선거제 개편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뜨거운 감자' 비례대표제.. 여야, 위성정당 방지에는 '공감' 세부방안은 '이견'

선거제 개편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비례대표제도를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허점을 이용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먹기 했다. 당초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사라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세부방안을 두고는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성 정당'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의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즉,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높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민주당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조 전 장관이 호남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역구 의석 수를 뺏길 수 있으며, 이준석 신당의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비례의석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 이탄희 의원처럼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자는 분도 있고, 위성정당은 법과 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병립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며 "지도부가 당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탄희,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 금태섭 "지역구 공천 정당,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 요구

위성정당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위성정당 폐해를 막아야한다며 이른바 '꼼수 위성정당'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실효적인 위성정당방지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한다"며 "거대양당이 '위성정당 창당 및 선거 후 합당'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초과의석을 확보하고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 개정안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 종료일 이후 2년 이내에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가 지역구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하는 경우 합당한 이후부터 다음 총선까지 해당 정당에 대한 보조금을 일정 범위에서 감액지급하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야·제3지대 인사들이 모인 금요연석회의(가칭)는 지난 7일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막기 위해 지역구 출마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도록 하는 선거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정태근 정치혁신포럼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 대표, 조성주 세번째권력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를 주장했다.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는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정당이 비례대표도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말한다. 거대정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위성정당에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서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가장 부끄러운 모습인 위성정당을 배출한 지금의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진척도 없다"며 "협상을 주도하는 양당의 속내가 과연 위성정당 문제를 바꾸고자 하는 뜻이 있는 것인지, 방치해서 이로 인한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게 아는지 강한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가능했던 건 국민의힘,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선거법 관련 여러 의견이 있고 선거제 관련 양당 협상이 있겠으나 적어도 위성정당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를 내도록 하는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상대를 핑계 삼아 선거법 개정을 질질 끌면서 결국 위성정당을 재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적대적 공생 관계부터 깨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비례대표제, 지난 총선에만 한시 적용.. 국힘-민주, 과거로 회귀 시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야합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9년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비례제는 2020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공직선거법 부칙에 규정해놨다. 즉,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 유지하면 병립형으로 회귀하게 된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당 지도부의 답변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20년 넘게 선거제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인생을 바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과 정신을 잇겠다고 말해온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2019년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최악의 밀실 야합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90여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비례성이 실현되는 선거제 개혁안 마련을 요구해온 '2024정치개혁공동행동'도 같은 날 국회에서 '거대 양당 밀실 야합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1년여의 선거제도 논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이 병립형 비례제로 퇴행을 밀실에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선거제 개혁을 위해 활동해온 학계와 시민사회,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조만간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의총 등을 거쳐 당의 입장을 정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 입장이 갈리는 만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달 말 선거제 개편은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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