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은 '병립형'.. 민주, 당내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 목소리에 결론 못 내려
이해찬 "아주 크게 이겨야".. 이재명 "어떤 게 옳다, 나쁘다 할 수 없어" 병립형 결론?
임혁백, 소수정당 우선 배분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제안
"소수정당 3% 이상 득표시 30% 이내 비례우선 배분"
용혜인 "15번까지 시민사회와 다른 정당들 배치, 민주당은 15번 이후".. 민주 지지층 반발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이해찬 전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전 대표는 "올 4월 총선에서 아주 크게 이겨서 꽃 피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당 대표가 총선 승리를 당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주 크게'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한 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병립형 선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병립형'에서 '(준)연동형'으로 기우는 듯 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병립형'으로 입장을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이날 오후 '소수정당 배분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를 제안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대신 연동형 취지를 살려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해 원내진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힘은 '병립형'.. 민주, 당내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 목소리에 결론 못 내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야가 아직 선거제도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여야는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전국을 3개 지역으로 나눠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는 데까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것인지 과거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할 것인지를 두고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병립형 비례제는 현재 총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다. 단순하게 정당득표율과 비례대표 의석수가 병립하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이 많은 쪽이 다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20대 총선까지는 병립형으로 비례대표를 배분했다.

이에 반해 연동형은 정당득표율을 국회의원 정수(300석)와 연동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형식이다. 병립형에 비해 다소 복잡하지만 국민들의 정당지지도가 의석 배분에 반영되고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의 출현을 방조한다는데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고수하고 있으며,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들은 연동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병립형이 유리하지만 소수의 목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당내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1월28일 즉석 유튜브 방송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에 대해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것이라 해석되자 당내 비명계와 김두관·우원식 의원 등 친명계까지 나서 이 대표가 대선 때 약속한 연동형·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사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2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개혁연합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만나 정치개혁 관련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해찬 "아주 크게 이겨야".. 이재명 "어떤 게 옳다, 나쁘다 할 수 없어" 병립형 결론?

임혁백, 소수정당 몫 보장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제안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 병립형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 전 대표와 1시간 30분가량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했다.

이 대표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는) 갈등 없이 당 통합을 유지하고 공천 과정에서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엄정하게 공평하게 공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도 위기이고, 민생도 매우 위태롭고, 경제 상황도 참으로 안 좋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평화·경제·민생·민주주의를 되살려야겠다는 각오로 좋은 방안이 있는지 많이 여쭸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큰 승리를 이끌어내셨는데 말씀을 잘 새겨서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함에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올 4월 총선에서 아주 크게 이겨서 꽃 피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 도움 될 수 있도록 최대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당대표의 발언만 놓고 보면 공정한 공천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해찬 전 대표가 "아주 크게 이겨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병립형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을)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많이 엇갈려서 어떤 게 옳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만큼 복잡하다"고 말했다. 여당이 반대하는 연동형을 고집할 수 없고, 병립형을 무조건 나쁜 제도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명-이해찬 오찬 회동 이후,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오후 한발 더 나아가 '소수 정당에게 의석을 우선 할당하는 방식의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처음 제안했다.

임 위원장이 이날 새로 제안한 것은 여야의 의견을 절충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전제로 하되, 소수정당 몫으로 권역별로 30%이내의 의석수 범위 내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들에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임 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소수 정당의 몫은 줄어들기 때문에 소수 정당에 일정 부분의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며 "3% 이상 표를 받은 정당에 대해 30% 이내에서 비례 의석을 보너스로 배분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혜인 "15번까지는 시민 사회와 다른 정당들 배치".. 민주 지지층 반발

최근 비례연합정당을 추진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비례 순번을 15번까지 소수정당에 우선 요구하는 발언을 하면서 민주당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 등 야권 군소 정당은 최근 '개혁연합신당'으로 합의체를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 공동 추진을 제안했다. 지난 15일 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반윤 개혁 최대 연합'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정당의 합류를 요청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용 대표는 "모든 분들을 포함한다"고 열어놨다.

이들의 비례연합정당 결성의 전제조건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선거제 개편을 두고 당내 치열한 논쟁을 해왔던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 제의에 반가움을 내비치고 있다. 비례연합정당에 민주당이 합류할 경우, '정권견제론·연동형 선거제 유지'라는 명분과 '(민주당 포함 야권의)의석수 과반 차지'라는 실리를 다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용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동형 선거제를 전제로 한 비례대표 순번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용 대표는 18일 MBC 라디오에서 "예를 들면 1~10번 또는 1~15번까지는 시민 사회와 다른 정당들이 배치하고, 그 이후 순번부터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배치하는 방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커뮤니티에서는 "용혜인은 지역구에 출마하라" "비례대표를 두 번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의 표가 누군지 알 수도 없는 15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사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당 지지자의 표를 얻고 선출된 비례의원이 정작 민주당에 반대되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연합정당을 제안하면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가져갈 테니 비례는 (군소정당에)다 양보해달라'는 방식이면 민주당이 받아들이겠나"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기류가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의 비례대표 할당 몫이 커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커지면서, 병립형 비례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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