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 시사 "대한민국 앞길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 붙잡겠다"
원희룡 "신앙 간증하러 간 것".. 국힘, 총선 앞두고 다시 전광훈과 밀착?
민주 "총선 앞두고 국민의힘에 다시 전 목사 그림자 드리우고 있어"
진중권 "장관이 왜 이런데.. 구역질 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첫 정치행보로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사진=너알아TV 갈무리]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첫 정치행보로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사진=너알아TV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개각 발표 후 첫 정치행보로 지난 4일 전광훈 목사가 중심이 된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

불과 2년 전, 원 장관은 전 목사가 주최한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자당 의원들을 향해 "조금이라도 카메라에 주목받고 박수소리에 굶주려 계신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던 원 장관이 신앙 간증을 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망언을 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버려도 전 목사와는 절대로 결별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4일 저녁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해당 집회는 전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원 장관은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이게 처음 일정"이라며 "앞으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과 손잡고 기도하며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자신의 부모님이 90세가 되실 때까지 평생 새벽기도를 했고, 어릴 때부터 가정예배를 늘 드렸다면서 제주지사 시절 "시험이 닥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라산 산신제를 지사가 직접 지내도록 하는 법이 있었는데, 제가 장로 둘째 아들인데 너무 어려웠다. 탄핵 당할 것을 각오하고 끝내 제사를 거부했다"고 밝히며 이를 일제 시절 '신사참배 거부운동'과 빗대기도 했다.

총선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 시사 "대한민국 앞길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 붙잡겠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의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대장동) 일타강사로 열심히 선거 뛰었는데 0.73%p로 겨우 이기는 것 보고 충격을 받아서 이후 계속 악몽을 꿨다"며 "우리나라가 갑자기 평양에 가 있고 나는 감방에 가 있고,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과 교회가 다 탄압받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결심했다. 5년 만에 정권 교체해준 게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인데, 남 원망하지 말고 나부터 제대로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부터 새벽에 눈이 떠져서 매일 책상에 앉아 '주님'을 외치고 있다"고 간증했다.

이어 "공산화를 막고 자유 대한민국,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게 두 번째 점프였다면, 세 번째 점프는 공산주의와 이념에 의한 인간의 지배와 우상화를 꿈꾸는 북한, 그리고 주변에 이런 기운을 믿음, 헌신, 희생으로 이겨내고 자유, 복음, 통일을 이룰 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는 제사장 나라로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날 원 장관은 "자꾸 어디 나가느냐 묻는데,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 장관의 발언이 끝난 이후 연단에 오른 전광훈 목사는 "원희룡이 간증 잘하네.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원희룡 "신앙 간증하러 간 것".. 국힘, 총선 앞두고 다시 전광훈과 밀착?

이날 원 장관이 전 목사가 중심이 된 집회에 참석한 것은 단순히 보기 어렵다. 그간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와 가까운 모습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거리두기를 시도해 왔는데 총선이 다가오면서 다시 전 목사의 힘을 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반대"라고 말했으며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거센 역풍이 불자 국민의힘은 김 전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고, 지난 3‧8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전 목사가 입당시킨 것으로 파악되는 당원 900여 명에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원 장관 역시 코로나19 국면이던 지난 2020년 8월 당시 전 목사가 주최하는 8‧15집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현직 의원들을 향해 "조금이라도 카메라에 주목받고 박수소리에 굶주려 계신 것 같다"면서 "그게 오히려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또 국민의 지지를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원 장관은 5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전광훈 집회'에 참석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누가 어떤 내용으로 하는지 잘 모르고 갔다"며 "내가 기독교인인데 이철우 경북지사 측에서 경북 지역 장로 연합회가 모이는 데 와서 간증해달라고 해서 신앙 간증을 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6일 "원희룡 장관이 거기에 전광훈 목사님이라든가 누가 온다는 것을 모르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 부대표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원 장관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경북지역 장로연합회가 있는데 와서 같이 해 줘라' 해서 본인이 간증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가신 것"이라며 "거기서 전 목사랑 뭘 같이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오는지도 몰랐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 "총선 앞두고 국민의힘에 다시 전 목사 그림자 드리우고 있어"

하지만, 민주당은 "총선 출마를 위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극우 목사 앞인가"라며 국민의힘이 다시 태극기 극우세력과 결탁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일국의 장관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이 극우 목사의 앞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스스로 주장했던 전 목사와의 결별은커녕 전 목사 앞에서 고개를 숙인 원 장관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다시 전 목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망언을 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버려도 전 목사와는 절대로 결별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 장관으로 인해 국민의힘에 대한 전 목사의 영향력이 다시 확인됐다"며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전 목사와 함께할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장관이 이런 데를 왜 가는지 모르겠다. 구역질난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예수님이 국힘 당원인가. 거기서 뭐 하는 짓인가"라며 "전광훈 목사는 대부분의 국민들한테 혐오 인물로 지금 찍혔다 그분이 여태까지 했던 발언들을 보라. 뭐하러 거기를 가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준석이 대표일 때는 태극기 세력과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며 "그런데 그 이후에 다른 분들 보게 되면 결국 그 세력과 다시 손잡겠다라는 얘기인데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이분이 뭐길래 왜 이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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