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 사직 결의.. 정부 향해 "특정 정원 고집 말고 대화 나서라"
전공의 약 90% 병원 이탈.. 의대 교수 집단 사직시 외래 진료 중단 불가피
봉직의 90% "전공의 사법 조치하면 사직하겠다"
정부 "전공의·학생 걱정한다면 복귀 설득을".. 간호사들 "환자 지켜달라" 호소
국민여론 47% "의대 2천명 찬성".. 의료공백 정부 대응 부정 평가 49%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여부가 오늘(15일) 저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여부가 오늘(15일) 저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국 19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여부가 오늘(15일) 저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빅5' 병원 의대 가운데 3곳은 이미 사직을 결의한 만큼 나머지 16개 의대 교수들도 사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의대 교수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에 타협을 촉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대화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국민 여론 다수는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 사직 결의.. 정부 향해 "특정 정원 고집 말고 대화 나서라"

지난 12일 출범한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의대 증원 반대와 전공의 보호를 위한 사직 결의에 대해 19곳 의대 교수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이미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은 사직을 결의했다. 당장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는 아니지만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으로 피해를 보거나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유급될 경우 언제든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8개 병원 및 기초의학교실 교수로 구성된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근거 없고, 일방적이며 무책임한 의대 정원 증원 및 소위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추진으로 유발된 현재의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 사태 등 심각한 의료 위기와 향후 수 년 이상 지속될 중증 의료시스템 붕괴로 환자 및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오는 파국적인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환자의 안전과 대한민국 미래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외래 규모 축소,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중단 및 입원 중단을 포함한 점진적 진료 축소와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인 사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업은 교수 혼자 할 수 없으며 많은 숙련된 동료들과 함께 해야만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의료인을 키워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전공의 사직으로 병원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며 중증환자의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교수들이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으나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박 위주의 정부 태도를 비판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시급한 문제는 교수들의 동료인 전공의, 전임의 및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의학도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교수 400여명 가운데 지난 사흘간 자체 설문조사에 응답한 261명의 96.6%가 단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직접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교수는 77.7%에 달했다.

경상대 의대 교수회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총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정부 제재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결정했다. 이곳 교수는 창원과 진주 두 곳을 합쳐 260명 수준으로, 사직서 제출 시점은 조만간 투표를 거쳐 정할 방침이다.

충북대 의대·충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도 소속 교수 240여 명을 대상으로 집단사직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40여 명이 설문을 마쳤는데, '참여' 쪽이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전북대 의대 교수들은 전체 207명 가운데 155명이 자체 설문조사에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설문에는 188명이 참여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119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102명 중 97.1%인 99명이 사직서 제출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전체 142명 중 92명이 사직 등 적극적인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제주대 의대·전남대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5시부터 각각 회의를 소집해 사직서 제출 여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동아대, 강원대, 한림대, 순천향대, 단국대, 조선대, 울산대, 제주대 등 전국의 지역 의대 교수들도 자발적 사직서 제출 또는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운만 남은 의대 [사진=연합뉴스]
가운만 남은 의대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약 90% 병원 이탈.. 의대 교수 집단 사직시 외래 진료 중단 불가피

봉직의 90% "전공의 사법 조치하면 사직하겠다"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할 경우 대학병원 급의 외래 진료는 전명 중단될 수밖에 없다.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전체 의료진의 대부분이 의대 교수와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미 전공의는 약 90%가 병원을 이탈한 상태에서 의대 교수들 마저 사직한다면 월급을 받는 봉직의 일부만 남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봉직의들도 자체 설문 결과 "정부가 전공의에 사법 조치를 취할 경우 사직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회원 3천90명을 대상으로 현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중 96%(2천967명)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정책패키지 강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부당한 조치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전공의를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면허정지 등 사법적 조치를 당한다면 사직서 제출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90%(2천782명)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정부 "전공의·학생 걱정한다면 복귀 설득을".. 간호사들 "환자 지켜달라" 호소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자 정부는 집단행동 대신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집단 사직 의사를 표시한 의대 교수들도 있다"며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을 향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호계도 "의료인의 제1 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호라며 의료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지난 22일간 의료현장은 매일 비상근무 체제다"라며 "현장의 간호사들은 정부의 의료개혁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협조하면서, 필수의료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협은 지난해 간호계가 최소 근로 여건을 주장할 때도 필수의료인력은 90~100% 남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환자 생명과 직결된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업무는 차질 없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가장 어려운 이 순간을 잘 버텨야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될 것"이라면서 "그간 전 정권들의 수많은 의료개혁 시도는 이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굴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로 지금의 국민 피해가 생긴 것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지금 이겨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더 큰 어려움이 기다릴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 결정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 [사진=연합뉴스]

국민여론 47% "의대 2천명 찬성".. 의료공백 정부 대응 부정 평가 49%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49%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부의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사계의 반발과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49%,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38%로 나타났다.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62%는 의대 증원을 요구했고, 정부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74%는 정원 규모와 시기 등 중재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7%로 조사됐다. '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였다. '정원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6%였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한 달 전 조사에선 정부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3~15일 동일한 규모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로 의료공백 장기화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의료대란으로 아플 때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응답이 69%로 나타났다. 자신이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57%가 동의했다.

한국갤럽은 "지지난주 의대 증원이 대통령 직무 긍정률 상승을 견인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의사계 간 강대강 대치,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중 무작위로 추출됐다.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의 응답률은 14.7%였다.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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