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결제 편리, 진입 장벽 낮춰
中플랫폼 쉬인까지 K패션업체 접촉

[폴리뉴스 류 진 기자]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쇼핑몰에서는 2만원이 넘지만 알리에서는 3.8달러(약 5200원)에 불과한 쌀통, 단돈 2달러(약 2750원)짜리 멀티탭 보관함 등 저렴한 생활용품부터 문구류와 옷, 전자기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등장한다.
국내 플랫폼들이 꽉 잡고 있던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알·테·쉬’를 앞세운 ‘C커머스’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들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쉬인은 최근 한 국내 유명 SPA(제조·유통 일원화) 패션 브랜드에 입점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쉬인이 최근 입점 관련 문의를 한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 단순 입점 제안만 왔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쉬인은 국내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점 제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쉬인은 2022년 말 '쉐인서비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사명으로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쉬인뿐만 아니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이커머스 업체들이 공산품과 신선식품을 넘어 국내 패션업계까지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Alibaba)는 국내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을 상대로 투자처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각각 887만명, 829만명으로 국내 주요 쇼핑몰인 11번가(740만명), G마켓(548만명)을 제치고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1위인 쿠팡(3086만명)과의 격차는 아직 크지만 이용자 확장세는 매섭다. 알리 가입자는 1년 만에 2배나 늘었고, 지난해 7월 한국에 처음 진출한 테무 가입자는 반년 만에 11배나 폭증했다. 패션 전문 플랫폼인 쉬인은 아직 68만명 수준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의 성장세를 봤을 때 조만간 중국 크로스보더 플랫폼들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쿠팡과 비등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이들이 주목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물류 인프라가 우수하다.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배송이 편리하며 구매력을 갖췄고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강점이다.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기준으로는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어 5위에 달한다.
해외 직구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한국 소비자들도 C커머스에 몰렸다. 과거에는 직구를 하려면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한 뒤 별도로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까지 직접 배송을 해주는 일부 국내외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배송이 기본 10일에서 한 달까지도 소요됐다.
이에 알리와 테무는 한국 소비자들이 쉽게 쇼핑할 수 있게끔 편리성을 더했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쇼핑몰 애플리케이션, 국내 쇼핑몰처럼 주소만 입력하면 구매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한국 결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한국 고객을 끌어모았다.
알리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저렴한 제품을 늘렸다. 한국 전용관인 ‘K-베뉴’를 열어 신선식품과 국내 대기업이 생산한 가공식품 등을 입점시키는 등 오픈마켓 사업도 시작했다.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와 국내 물류기업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배송기간을 최단 3~5일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테무는 지난해 7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중국 현지 생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C2M(Consumer to Manufacturer·소비자-제조업체) 모델에 기반한 초저가 전략을 내세운다.
알리는 한국에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2600억원을 들여 18만㎡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국내 e커머스 플랫폼 11번가를 알리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대응에 분주하다. 쿠팡은 최근 와우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알리·테무와의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업체들도 중국 플랫폼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당일배송·익일배송을 늘리고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쉬인 외에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자체적으로 패션 카테고리를 갖고 있다"며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향후 패션·뷰티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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