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정치인 "라인, 모두 일본에서 하도록 해달라" 손정의 "제가 책임지겠다"
日 총무성, 소프트뱅크 사장에게 "라인야후 경영권 소프트뱅크로 옮기라"
라인사태 촉발한 해킹사고, 日 보안제품 사용 중 발생
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매각 저지 긴급토론회 25일 개최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 라인야후의 지분을 네이버에서 매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 라인야후의 지분을 네이버에서 매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네이버가 알짜 사업인 라인(LINE)의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 라인야후의 지분을 네이버에서 매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강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일본 정부는 네이버로부터 지분을 뺏기 위한 것이 아닌 보안 강화가 목적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사유가 됐던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일본 보안업체 솔루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물 정치인 "라인, 모두 일본에서 하도록 해달라" 손정의 "제가 책임지겠다" 

日 총무성, 소프트뱅크 사장에게 "라인야후 경영권 소프트뱅크로 옮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라인야후에 3월과 4월에 각각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해당 행정지도에는 라인야후의 자본관계 재검토 등의 내용이 포함돼 일본이 사실상 라인에 대한 네이버의 지배력 축소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을 보유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즉, 네이버가 지분을 1%라도 상실하게 되면 경영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기업 강탈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 매입을 추진한 정황이 현지 매체에 의해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이니치신문은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라인야후를 일본 인프라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 집권 자민당 인사에게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손 회장과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은 일본 총무성이 51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라인야후에 사이버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한 지난 3∼4월께 만났다. 경제통인 아마리 본부장은 13선(중의원)의 간사장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아마리 본부장은 "(메신저인) 라인은 일본에서 약 9700만명이 사용한다. 행정서비스에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아 (라인은) 국민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반시설이다. 확실히 투자해 데이터를 보호하는 체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인 리스크가 된다"면서 "방법은 그쪽이 선택하겠지만 일본의 인프라는 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손 회장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정부도 소프트뱅크 사장을 따로 불러 라인야후의 지분을 네이버에서 매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니치는 "총무성은 3월 행정지도에서 사실상 네이버의 라인야후 출자 비율을 낮춰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옮기라고 요구했다"며 "총무성은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도 별도로 호출해 거듭 협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라인사태 촉발한 해킹사고, 日 보안제품 사용 중 발생

이런 가운데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사유였던 지난해 '라인' 회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본 보안업체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클라우드는 트렌드마이크로 보안 솔루션을 쓰고 있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지난해 말 기준 24.23%)이 최대 주주로 있고 일본 커스터드 은행(10.5%) 등도 주요 주주로 있다.

지난해 8월 트렌드마이크로가 지정한 한국 협력업체 A사 직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게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고 원인이었다. A사는 침입 차단 시스템, 웹 방화벽 및 DB암호화 솔루션 등 정보보호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 PC에서 감염된 악성코드가 네이버클라우드 국내 서버와 연동된 일본 서버로 전파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 의원 측에 "트렌드마이크로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트렌트마이크로 국내 파트너사에게 보안솔루션 유지보수 업무를 맡겨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라인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운영을 책임진 네이버 측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보안 솔루션을 담당한 일본 기업과 그 협력사의 보안에 구멍이 생겨서 벌어진 것으로 오히려 이들이 네이버보다 책임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라인 개인정보 유출 진상을 알고 보니 네이버가 일본 기업의 보안 솔루션을 믿고 맡겼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노골적인 네이버 몰아내기로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다 파악하고도 '행정지도에 지분 매각 요구가 없었다'는 식으로 일본을 감쌌던 것인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과방위의 과기정통부 현안 질의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은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는 이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증인으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질의를 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으로 채택했으나 최 대표는 전날 과방위에 전체회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네이버 노조, 라인야후 매각 저지 긴급토론회 25일 개최 

한편, 이날 네이버 노조는 국회에서 라인야후 매각저지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연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일본의 대한민국 IT 기술 침탈 시도 저지를 위한 네이버 노조 긴급토론회-라인(LINE) 외교 참사의 나비효과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용만 의원, 이용우 의원,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윤대균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진행 경과와 경제안보 시대 데이터 주권 을 주제로 발제한다. 패널토론에는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전수진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미국변호사가 참석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시하는 토론에서는 라인야후 사태로 인한 한국 개발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를 점검한다. 또,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과 이번 사태의 파급효과를 외교적·법적·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제2의 라인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네이버 내부 구성원의 진솔한 이야기와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네이버 노조는 이달 초부터 국내 라인 계열사(라인플러스, 라인넥스트, 라인비즈플러스, 라인페이플러스, 라인파이낸셜, 라인게임즈, IPX)에 근무 중인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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