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홀 미팅 방식…'약속대련' 아닌 즉석 질의응답
4.5일제·검찰개혁·부동산 등 15개 질문에 답변
서용주 "尹과 정반대로 해 높은 점수" 강전애 "전체적으로 무난"
탁현민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이 아쉬워...대담이 효과적"
민주 "정상 정부 출범 국민께 확인" vs 국힘 "역대 가장 빠른 자화자찬"
양대 노총 "왜 노동 언급 없나"…한목소리로 비판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30일 만에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공식 기자회견이면서 형식도 기존 기자회견과 달리 '소통'에 방점을 두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고,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을 정하는 방식이 아닌 즉석에서 질문자를 정하고 질의응답을 한 것이 '신선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타운홀 미팅 방식…'약속대련' 아닌 즉석 질의응답

4.5일제·검찰개혁·부동산 등 15개 질문에 답변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기자회견을 가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9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6일 만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취임 후 316일째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형식면에서도 달랐다. '가깝게·새롭게·폭넓게'라는 회견 콘셉트에 맞춰 대통령과 기자 사이의 거리를 파격적으로 좁히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다. 

국내 매체 119곳, 외신 28곳의 기자들 외에도 지역의 풀뿌리 언론인들이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월' 화면을 통해 원격으로 실시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질문을 할 기자나 질문 내용을 미리 정하지 않고 매체별로 제출한 명함을 기자단 간사가 무작위로 추첨해 질문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는 미리 짠 것처럼 질문하고 답하는 '약속대련'식 기자회견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외신 2곳을 포함해 총 15곳의 매체 기자로부터 민생경제와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3개 주제로 질문을 받았다. 

지역 풀뿌리 언론 중에서는 옥천신문이 질문 기회를 얻었고, 현장에서는 경남일보, 울산신문, 강원도민일보 등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른바 중앙지나 주요 통신사 중에서는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곳도 많았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통해 4.5일제, 검찰개혁, 민생회복지원금, 부동산문제, 지역균형발전, 한미관세협상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용주 "尹과 정반대로 해 높은 점수" 강전애 "전체적으로 무난"

정치권에서도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MBC뉴스외전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30일간 호평을 듣는 이유는 물론 지난 정부와의 기저효과도 있겠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정반대로 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 소장은 감사원을 국회로 보내 행정부를 감시하게 한 부분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같은 방송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같은 편만 쓸 수가 없다. 굉장히 의미 있는 얘기라고 생각을 한다"며 "다른 쪽의 의견도 수용을 해서 거기에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쓰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셨다면 정말 옳으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서 자주 대화하고 생각을 듣고 그러면서 다른 의사를 합치하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볼 때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오늘 언급하셨다"고 평가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YTN라디오에서 "대통령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게 상당히 많다 그래서 작은 부분 세밀한 부분까지 챙긴다는 인상을 오늘 회견을 통해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전애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방송에서 "전체적으로 무난했다"며 "언론이 질문하고 국민에게 답한다라는 태도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국민들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대통령은 준비가 돼 있었는데 형식이 못 받쳐준 면이 있다"며 "좋은 질문을 하는 기자를 찾아야 되는데 그럼 특정 기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공평성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나와야 하는데 다수의 기자들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은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기자회견이 아닌 대담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 "정상 정부 출범 국민께 확인" vs 국힘 "역대 가장 빠른 자화자찬"

이날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만과 독선, 불통의 3년이 끝나고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섰음을 모든 국민께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정 정상화의 물꼬를 튼 한 달이었고, 국민 기대를 더욱 키운 기자회견이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내란의 역경을 빛의 혁명으로 이겨내신 위대한 국민의 저력을 모두가 잘 사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바꿔내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화자찬'으로 가득찼다고 혹평했다.

송언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역대 가장 빠른 기자회견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대변인은 논평에서 "제대로 된 현실 진단도, 구체적인 해법 제시도 없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자 자기 합리화와 궤변이 난무한 거짓말 잔치"라며 "협상 시한을 불과 닷새 앞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쌍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리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을 자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피의자 총리 후보자와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인사 실패를 감추고 정권의 무책임을 덮으려는 데만 급급했다"며 "취임 후 한 달, 기대보다는 실망감만 가득하다. 주가만 거품처럼 오르고 있지만 민생의 어려움은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금 필요한 건 쇼가 아니라 재판 앞에 당당히 서는 상식과 책임의 정치"라며 "대통령이 말한 증명의 정치, 신뢰의 정치는 이제 국민 앞에 재판받는 것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양대 노총 "왜 노동 언급 없나"…한목소리로 비판

한편, 노동계는 "노동에 대한 언급이 실종됐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노동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새 정부가 제시한 국정 운영 청사진에서 노동이 철저히 주변부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대통령은 민생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민생의 중심에 있는 노동자의 삶, 일자리, 노동기본권, 산업 전환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나마 산업재해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원론적 언급이 전부였고, 주4.5일제와 관련해 '사회적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답변이 질의응답을 통해 거의 언급된 수준이었다"면서 "국정 동력은 노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진짜 대한민국, 국민주권정부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이 진심이라면 그 중심에는 반드시 노동이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대통령의 시야에서 노동이 사라진 듯해 유감"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빠져 있었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최소한의 입장 표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4.5일제에 대한 답변도 계획이나 일정 없이 사회적대화에 그쳤다"며 "노동이 없는 민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회견은 그 사실을 외면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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