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전쟁의 반성과 교훈 다시 새겨야"…'침략·가해'는 빠져
李 대통령 "과거 직시하되 미래 지향"
![나루히토 일왕 부부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진=교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508/704268_515964_412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 80주년 추도사에서 "전쟁의 반정과 교훈을 깊게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다만 일본 총리들이 2012년까지 '반성'을 언급하면서 함께 쓴 '침략'이나 '가해'라는 표현은 빠졌다. 그럼에도 '반성'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볼 때 오는 23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아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0년간 우리나라(일본)는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 걸어오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타국이 입은 피해를 1993년 패전일에 처음 언급했다.
호소카와 총리는 당시 "아시아의 가까운 여러 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해 국경을 넘어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몰자 추도식에서 말했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필설(筆舌·글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희생을 초래했다"며 "깊은 반성과 함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하고서 맞은 첫 패전일인 2013년 8월 15일에는 일본이 타국에 피해를 준 사실과 반성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가해와 반성의 표현은 사라졌고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를 사실상 계승했다.
이시바 총리는 추도식에 앞서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했다. 전몰자 묘원엔 2차 세계대전 중 해외에서 전사한 이름 없는 유골이 안치돼 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는 참배하지 않고, 사무실을 통해 공물료만 봉납했다.
이날 이시바 총리의 '반성' 언급은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식민 지배를 당한 이웃 나라를 반성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13년 만에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오는 23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양국 정상이 모두 유화적 메시지를 낸 것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즉, 한일이 앞으로 정치·외교적 관계를 넘어 '경제적 동반자'로 안정된 관계를 추구하며 공동의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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