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재명 단식 예의주시.. 與 "방탄 단식" 野 "결사항전"
李 "정권의 퇴행과 폭주, 민생 포기 상태 막아야"
친명계 중심으로 동정론 확산.. 비명계는 "방탄 논란 커질 것"
김기현 "2시간만 조사? 소풍가나? 특권이냐?" 김재원 "옥중공천까지 염두에 둔 것.. 정말 정치천재"
![이재명 대표가 전날부터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자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9/618576_419866_102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9월 1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첫날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 여야간 설전이 벌어지면서 민생과 국정은 실종되는 모습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명분없는 방탄단식"이라고 비난했으며, 민주당 내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소환 조사를 두고 이 대표와 검찰간 신경전도 이어졌다. '사법리스크'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해 있던 이 대표의 단식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게다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피의자로 전환된 이 대표는 단식2틀째를 맞이한 정기국회 첫날인 1일 "검찰에 오는 4일 출석하겠다"면서 "다만, 국회 일정상 오전 2시간만 조사에 임하겠다"고 전격 통보하며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에 출석하겠다"며 "다만 조절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할 때 4일에는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그 다음주 중 검찰과 협의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투쟁에 나서면서도 당무 일정을 정상 소화하며 투쟁한다는 기조를 밝혀왔다"며 "본인 검찰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수원지검은 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수원지검은 최초 지난 달 30일로 조사 일정을 정해 출석 요구했으나, 이재명 대표의 '불가' 입장에 따라 다시 출석 요구한 이달 4일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검찰에 수사받으러 가는 것이지 나들이 소풍을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느 국민이 '2시간만 조사받고 나오겠다'라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이 대표) 스스로 잘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현재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 대표는 1일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단식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포기,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데, 이 일방적인 폭력적인 행태를 도저히 이대로 묵과할 수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며 "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든지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문제, 민생의 문제, 정말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보통의 절망에 우리가 공감하고 함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생각해서 (단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그리고 정부 여당은 민생을 중심으로,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정략적인 목적으로 자신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공산당으로 몰고 다 제거하려고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중심으로 동정론 확산.. 비명계는 "방탄 논란 커질 것"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에 친명계를 중심으로 동정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표적인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정청래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다. 양이 의원은 "이 대표가 무능한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저지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고 지지 메시지를 냈고,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선봉에 서서 결연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대표가 결단한 것"이라며, "국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활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의 대화 여지가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방법을 강구한 것 같다"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같은 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결사항전의 의지를 담아서 단식에 돌입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오롯이 결정을 했고 그것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단식을 한 것이니 초점을 거기에 맞춰달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검찰 수사를 회피하고자 방탄 단식 들어간 거 아니냐. 체포동의안 피하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그렇게 보고 싶고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고 싶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다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1년 반 만에 대한민국을 국가재난시대로 이끌었다"며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제 1 야당 대표로서는 반드시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 그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이 대표를 치켜세웠다.
박 전 원장은 "이재명 단식에서 과거 김영상, 김대중 두 지도자가 단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지금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않고 꽉 막아버린 상황에서 단식을 선택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어 "대통령이 불편하도록 이재명 단식은 계속돼야 한다"며 "사즉생 생즉사, 죽어야 산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지난 31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가서 왜 단식하냐고 물어보라"며 "왜 단식을 하는지 국민들이 제일 잘 이해해야 하는데 국민들이 잘 이해를 하고있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언론에 "내달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지자 최후의 수단이라고 단식 카드를 꺼낸 것 같은데, 국민들도 이 대표의 머릿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지 않겠나"라며 "이번 단식으로 민주당 방탄 논란만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명분없는 방탄단식" 비판하며 여론 변화 촉각
여권에서는 대체로 이번 단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9월 영장청구설'이 가시화되던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며 여론이 출렁이는 것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처리 회피용 단식,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내분 차단용 단식, 당권 사수를 위한 단식"이라며 "단식의 핑계로 민주주의 파괴를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인위적으로 뒤흔들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민생과제를 쌓아두고 뜬금없이 정기국회를 단식으로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가 봐도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치국가의 수사절차를 방해하는 방탄 단식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는 곡기를 끊을 것이 아니라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페이스북에 "국회 절대다수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것은 참 무책임하고 비열한 행태"라면서 "명분 없는 정치공학적 단식을 멈추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에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느닷없이 '단식 카드'를 들고나오니 우리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며 "'민폐 단식'할 때가 아니다. 다목적 방탄 단식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나라 야당의 투쟁방식도 옛날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지금 지적하고 있는 상황은 자기만 아는 게 아니라 국민도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저렇게 얘기를 한다고 해서 국민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구차하게 단식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그래봐야 그게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정확히 무엇을 대상으로 단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단식은 하는 명분과 중단하는 명분이 분명한 상황에서 돌입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단식은 구체적으로 잡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 아닌가.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고, 갑자기 윤 대통령의 매너를 기대하는 건가, 사과를 기대하는 건가.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며 "단식투쟁을 선언하며 내건 3가지 항목도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대표면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인데 야당이 3~4일 뒤부터는 자발적 궐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지금이 국가 위기라면 자발적 궐위 상태에 들어가는 게 옳은 전략일까"라고 반문했다.
김재원 "옥중공천까지 염두에 둔 것.. 정말 정치천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생각지도 못한 '단식투쟁 카드를 내밀어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한편 구속되더라도 '탄압받은 야당 대표'라는 이미지를 형성, '옥중공천'까지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며 "정말 정치천재다"라고 평가했다.
김 최고는 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날 이 대표가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것에 대해 "이 상황에서 자기가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책을 구사했다, 그것도 취임 1주년 만에 단식에 들어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방탄 단식'이라고 본 지점에 대해선 "곧 검찰에서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해 봤자 그분이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데 이때 단식을 하면 (몇몇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몇몇 문제로 △검찰이 단식하는 사람을 끌고 갈 수 없는 점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면 '나 조사도 하지 않았는데 왜 구속을 하느냐'며 피의자 진술권 방해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점 △이재명 대표가 당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온정주의로 돌아선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 최고는 "단식을 오래 끌고 가면 민주당 의원들이 '정말 옥중 공천의 가능성도 있겠다' 싶어 겁에 질리게 되고 그럼 친명계가 더 득세하게 된다"며 "이 대표가 이런 모든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고 굉장히 좋은 수를 꺼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여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대장정 돌입했지만… 첫날부터 ‘파열음’
- [이슈] 비회기 건너뛴 검찰, 추석 밥상에 '이재명 구속영장' 오른다
- [현장] 이재명 단식 돌입, 취임1주년에 “尹정권 민주주의 파괴막겠다” 초강수…與 “‘사법리스크’ 방탄용”
- [전문] ‘취임 1주년’ 이재명 “자진 사퇴? 비현실적인 말…검찰 기소는 국가폭력, 싸워서 이길 것”
- [이슈] 이재명 1년, 계파갈등·사법리스크에 혁신 실종.. '9월 영장' 앞두고 '무기한 단식' 카드
- 이재명, 9일 다섯번째 검찰 출석..檢 150쪽 질문지 준비, 민주 "이재명죽이기 찰거머리" 반발
- [단독][포토뉴스] 이재명 대표 “단식 계기, 야권연대 됐어요”
- [이슈] 이재명 단식, 당내 계파 갈등 완화 기류.. 체포동의안 '부결' 힘 실려
- 이재명, 8시간만 검찰조사 중단 "증거제시 못해".. 檢 "李, 조서 서명 날인거부, 12일 재출석 하라"
- [이슈] 이재명 체포동의안, 추석 전 표결 전망.. 단식 장기화에 힘얻는 '부결론’
- [이슈] 이재명 단식, 득실은?...전문가들 “‘사퇴론 잠잠’ ‘지지층 결집’ 목표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