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과제 산적...김건희 특검법, 당정관계 정립, 공정 공천, 보수통합 등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에 '외연확장·세대교체' vs ‘아바타·정치초보’
민주당, 한동훈 비대위 '평가절하' vs '철저히 대비해야'
26일 비대위원장 추대 29일 비대위원 선임...내년 1월1일 본격활동 시작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한동훈 비대위가 다음 주 29일쯤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자 22일 정치권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이란 반응이다. 국민의힘이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새 판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윤석열 아바타’란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과제 산적...김건희 특검법, 당정관계 정립, 공정 공천, 보수통합 등

더구나 내년 1월1일 본격 가동될 한동훈 비대위는 출범 직후부터 김건희 특검법 논란, 당정 관계 재정립, 공정한 공천, 보수 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당장 다음 주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응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특검법을 찬성하는 여론이 60~70%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게 큰 부담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국면에서 한 장관이 어떤 정치력을 보일지가 관전포인트다.

무엇보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렸다.

기존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후배이자 최측근으로서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한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4.10총선을 앞두고 공정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관리 역시 비대위 성패를 가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공천이다. 윤석열 정부의 모토처럼 '공정과 상식'에 부응하는 공천이 선행돼야 민심을 돌릴 수 있고, 총선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가 어떤 사람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할지가 주목된다.

출범 직후 공관위원장을 선임해야 할 한동훈 비대위 입장에서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 파동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시 총선을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 역시 한 전 장관과 같은 정치신인이자 정치초보였다. 황 전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 자리에 올랐고, 총선 정국이 시작되자 당의 공천을 담당할 인물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을 전격 발탁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혁신 공천을 앞세워 기존 중진 의원들에 대해 불출마를 종용하고, 지역구 의원들을 솎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젊고 참신한 인재로 빈 자리를 채워넣는 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공천 뒤집기, 돌려막기 공천, 사천 논란 등이 이어졌고, 결국 ‘21대 총선 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외연확장을 위한 '보수 통합'도 중요 과제다. 당장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미 신당창당 준비과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 전 대표를 탈당하지 못하게 설득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비대위에 합류시키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숙제다.

한 전 장관은 당내 통합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수록 강해진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잘 듣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통상 비대위원장은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이다. 그래서 '양날의 칼'로 불린다.

법무부 장관에서 전격적으로 비대위원장에 발탁돼 정계에 입문하게 된 한 전 장관이 '정치 초년병'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정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해 나갈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에 '외연확장·세대교체' vs ‘아바타·정치초보’우려

출범을 앞둔 한동훈 비대위를 향한 당내 기대감은 크게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30% 초ㆍ중반으로 낮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 전 장관의 등장으로 총선 구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게 여권의 평가다. 무엇보다 ‘안정론 대 심판론’으로 흐를뻔한 총선 구도를 ‘미래 대 과거’의 구도로 재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정치는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이 주도하는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 그로 인한 극한 정쟁으로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며 “한 전 장관은 젊음과 새로움으로 우리 정치에 수십년간 군림해온 ‘운동권 정치’를 물리치고 탈 진영 정치, 탈 팬덤 정치 시대를 열 잠재력을 가진 분이다. 어제와 전혀 다른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서울 6석 우세'를 전망했다는 자체 보고서가 유출되되는 바람에 수도권 위기론이 한껏 고조돼있다. 그래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층 재결집 뿐만 아니라 중도·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동훈 비대위는 국민의힘 인재 영입은 물론이고 외연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상임고문·당원 등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신선함과 젊은 나이가 강점인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 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한 전 장관이 기성 정치 문법과는 다른 시원한 언변으로 젊은층과 여성 등에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에서도 새로운 인재들이 지금 당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런 인재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당내에서 정치적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며 "이제 우리 당은 좀 더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정치적 세대교체를 한 장관이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역시 한동훈 비대위가 공천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세대교체의 대상은 민주당의 주축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이다. 실제로 당내에선 한 전 장관의 등판으로 인해 86세대의 퇴진이 가까워졌단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73년생 한동훈은 86세대의 저승사자가 되어 여의도의 전면적 세대교체를 불러올 것"이라며 "86세대는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퇴진해야 한다. 73년생 한동훈발 여의도의 세대교체와 정치교체를 응원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비대위에 세대교체를 주문한 셈이다.

한 전 장관도 86세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표출한 바 있다. 86세대를 대표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자 한 전 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수십 년간 시민들 위에 군림했다"며 비판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한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검사 출신이란 점, 논리로 말싸움하는 것과 정치는 다르다는 점,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이다. 계파공천 역시 한동훈 비대위가 극복해야 할 숙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것은 수직 상하 관계가 지속될 위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쉽게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관계로 바뀔 수 있다.

만약 한동훈 비대위 출범후 수직적 당정 관계가 그대로라면 한 전 장관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로 국민이 현저한 변화를 느끼게 된다면 한 전 장관을 둘러싼 우려들이 한꺼번에 ‘기우’로 끝날 수 있다.

한 전 장관이 ‘정치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한 전 장관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기대를 갖는 것은 정치경험은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치에 신선한 새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전 장관은 이와 관련, “공공선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는 것”이라며 “상식있는 동료시민과 함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들고 같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한동훈 비대위에 '평가절하' vs '철저히 대비해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되자 야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기회”라며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교차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의 대상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인데 당이 도리어 혁신을 당하고 책임을 졌다"며 "한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과감하게 할 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건희 특검과 관련, "(한 내정자가) 특검도 받아야 한다"며 "대통령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털어내고 당당한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되면 좋겠다. 쌍특검은 물론 해병대원 특검과 국정조사, 양평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바로 혁신이고 한 비대위원장이 해야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영남 피바다 비대위가 될 것 같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가망 없으니 영남 안전한 곳에 낙하산을 투하하면 영남 의원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 같지 않아 혈투를 볼 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아바타 부부의 호위무사이자 홍위병 비대위가 될 것 같다"며 "조선일보 사설이 지적하듯 잘못은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했는데 김건희 특검을 철통방어해야 하는 고육지책 비대위로 갈 것 같다"고도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한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 수락 전부터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명품백 수수사건을 몰카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그래놓고 이틀 만에 전격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이라며 "국민이 아닌 김건희 방탄에 나선다면 한동훈 이름은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퇴임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을 축하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에 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 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동훈 비대위는 민주당의 기회”라며 “정치보복의 선봉장, 윤석열 대통령의 칼이 정부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사실상 윤석열 비대위”라며 “이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 지지율 안에 갇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동훈 비대위’ 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한 전 장관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나오면 땡큐)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고, 술을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 의원은 특히 “한 비대위원장이 쓸 모든 카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은 정말 정신 바싹 차리고 굳게 단합해 혁신해야 한다.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몰려 오고 있다. 파도만 보지 말고 그 너머 바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6일 비대위원장 추대 29일 비대위원 선임...내년 1월1일 본격활동 시작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추대한 뒤 29일까지 비대위원 인선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비대위원은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이 임명한다. 29일 비대위를 출범하게 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비대위’는 내년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비대위는 위원장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된다. 비대위원장이 최대 12명의 비대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이날 한 전 장관은 서울 모처에서 다방면의 비대위원을 인선하기 위한 구상에 착수, 주변 인사들로부터 덜 알려졌으나 실력 있는 정치학자 등의 전문가와 여성, 청년 인재를 폭넓게 추천 받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전 장관이 당 대표로는 비교적 젊은 1973년생이어서 비대위의 평균연령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가 여권의 세대교체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11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 당시 ‘26세 비대위원 이준석’과 같은 파격 인선을 기대하는 당내 분위기도 있다.

기존 당 지도부도 대거 교체된다. 전당대회로 뽑힌 최고위원은 비대위 설치와 동시에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의원 투표로 선출된 원내대표를 제외한 지명직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도 상당수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의 인선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한 전 장관 추대 전후로 주요 당직자가 일괄 사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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