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 이스라엘 국방, 전시 내각 직 "정치적 우유부단함, 군사작전에 해로워"
美 언론 "바이든, 말 안 듣는 이스라엘에 좌절감.. 인내심 바닥"
카타르 "이스라엘 철군하면 하마스 망명" 새 협상안 제시

가자지구 지상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AP=연합뉴스]
가자지구 지상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100일간 전쟁을 이어 온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이스라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미국의 압박이 통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더 이상의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저강도 전투로 전환을 촉구해 온 미국의 요구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석달 넘게 펼친 고강도 작전을 조만간 종료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 네타냐후 총리·극우 정치인 직격 "정치적 우유부단함, 군사작전에 해로워"

15일 로이터 통신과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주도해야 한다"며 "가자지구의 미래 정부는 가자에서 성장해야 하며,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의 발언은 기존 이스라엘 입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물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라면서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아가 전후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나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오슬로협정 체결로 1994년부터 팔레스타인의 잠정 자치가 시작됐다.

2005년에는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남은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로 유대인 정착민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군 방송에 "안전을 위해 우리는 그 지역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그 지역을 장기간 통제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갈란트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 전시 내각 합의나 크네세트(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개인 의견이지만 전쟁을 이끄는 이스라엘 주요 인사 가운데서 나온 만큼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고강도 지상전이 끝났으며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 대해서도 "곧 고강도 단계가 곧 끝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종료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른 시기에 가자지구 내에서 전면전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 해석된다.

그러면서 "정치적 우유부단함이 군사작전의 진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군사작전의 종식은 정치적 행위에 기반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인사로 구성된 전시 내각에 대한 공개적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美 언론 "바이든, 말 안 듣는 이스라엘에 좌절감.. 인내심 바닥"

이날 갈란트 장관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의 압박이 늦게나마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을 향해 꾸준히 저강도 전투로 전환을 요구하며 전후 가자지구 통치는 팔레스타인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9일 개전 후 네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자지구 민간인의 추가적 희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지난 14일에도 지금이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며 이스라엘 압박에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우린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에 대해 이스라엘과 치열하게 얘기하고 있다"며 "우린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작전 전환이) 하마스 공격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공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강도 단계로 전환할 때가 곧 다가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내각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자 전쟁 관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백악관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악시오스는 14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세수 공개, 인도적 지원 허용 범위, 전후 계획, 저강도 작전 전환 시기 등과 관련한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상황은 엉망이고 우리는 꼼짝도 못 하는 상태다. 대통령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후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를 지원한다며 미국의 제안에 반대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을 인정하고 중동 국가들과 협력하면 통합을 원하는 이스라엘의 필요와 욕구가 충족될 것이다. 안보에 대한 약속을 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이란과 대리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이스라엘 철군하면 하마스 망명" 새 협상안 제시

전쟁 종식을 위한 주변국들의 중재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가자전쟁을 중재 중인 카타르가 이스라엘이 철군하면 하마스 지도자들이 망명하는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제안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공세를 마무리하는 대가로 하마스 지도자들이 해외로 망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이집트도 협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집트의 안은 1단계에선 2주간 휴전을 통해 하마스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20명을 맞교환하고, 2단계에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서안지구)와 하마스(가자지구)가 통합 과도정부를 수립한 뒤, 마지막 3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방위군이 완전 철군하고 통합 과도정부와 포괄적 휴전 협정을 맺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카타르의 안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떠나야 하기 때무에 하마스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최근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 지도자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잇따라 숨지며 협상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이스마일 하니예 최고 지도자는 9일 카타르에서 "우리 수감자들이 모두 석방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은 결코 인질들을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고위지도자 오사마 함단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네타냐후와 그의 군사령관이 (종전)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인질들은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에서 열린 반전 시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키프로스에서 열린 반전 시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100일을 넘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에서 2만3000여 명 이상이 숨졌으며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미성년자다. 이스라엘에서는 1300여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총장은 14일 "가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시신들이 길에 방치돼 있고, 민간인들의 대피장소에도 이스라엘의 포격이 강화됐다. 더 이상 가자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부상자는 6만명을 넘었고 난민은 190만여명으로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한다. 유엔은 재앙적 수준의 기아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이 전체의 26%인 57만6600명이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100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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