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협 "중재자 역할 하겠다".
대통령실 "원래 규모는 3,000명 내외", "2,000명 정도 생각"
교육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착수'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로, 2차 병원에 환자들이 몰린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 나흘째로, 2차 병원에 환자들이 몰린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의료대란이 '일주일째' 이어지며 의료 현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강대강 대치 속 의대교수협이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지난 20일 부터 시작된 전공의의 사직 등 집단행동이 25일 6일째 계속되며 정부와 의협간의 팽팽한 대치는 한치의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수하고 있고, 또한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에 착수했다. 이에 맞선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은 계속되고 있고 대한의협은 '2000명 수용불가'라며 25일 대통령실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하며 병원을 빠져나간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전공의 이탈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규탄하기도 했다. 

◇ 대통령실 "2,000명 자체는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교육부 '2025학년도 의대생 2000명 증원 착수'

대통령실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기존에 발표한 2,000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기존 2,000명을 의사 측과 조율해 낮출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추계한 2,000명 자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 실장은 또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대에 증원 가능 규모를 다음 달 4일까지 답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면서 "이미 수요조사를 했고, 당시 조사에서는 최소 2,000명에서 최대 3,500명까지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었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에 나서고 일부 의대 교수들도 증원 규모를 축소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당초 계획대로 의대 정원 2,000명 배분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하되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지역 의료 기여 정도,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원된 정원을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발송하면서 사실상 의대 입학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2일 공문 발송과 함께 "대학에서는 현재 여건과 잠재력을 고려해 미래 의료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증원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와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 정원 3,058명 가운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7개교, 2,023명(66.2%)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 수요조사에서는 지역 필수의료 분야 의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역의료 개선에 기여한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적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가 지역 의료 여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정도와 여건 개선을 위해 대학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한 정도를 서술하라는 것이다. 또 배출한 인력의 지역 정주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기재하도록 했다.

소규모 의대도 운영 상 비효율이 높아 그동안 증원을 꾸준히 요청해온 만큼, 이번 수요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비수도권 의대 중에선 건국대(충주)·대구가톨릭대·을지대·울산대·단국대·제주대가 정원이 40명으로 가장 작다. 수도권에서도 성균관대, 아주대, 차의과대, 가천대의 정원이 40명이다.

◇ 의협 200명 25일 대통령실 앞까지 가두행진, "코미디. 개가 지나가다 웃는다"…"이런 미친 정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한의사협회 전국 대표자 200여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대통령실 앞까지 가두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행진 도중 정부 증원안에 "코미디다. 개가 지나가다 웃는다", "이런 미친 정부가 어디에 있냐" 등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확대 회의'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고 적힌 빨간 어깨띠를 차고,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등의 피켓을 든 채 정부를 규탄했다. 의협은 이날 시‧도 의사회 대표 의사 4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의 타당성으로 제시했던 논문 3개는 전 국민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잘못됐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이다"며 "원점 재검토가 14만 의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근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인프라와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하면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대한민국의 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전공의 이탈 주동자에 대한 구속수사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규탄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여론을 등에 업고 의사를 굴복시키고, 의료 노예로 만들려고 한다"며 "더 이상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아달라. 고통받는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 결사 반대. 건보료 파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3시 49분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다. 다만 연사 호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이었던 대강당과 달리, 가두행진이 진행되자 일부 이탈자가 발생했다. 가두행진 참석자는 200명 내외였다.

대통령실과 가까워질수록 발언은 거칠어졌다. 집회 트럭이 선 참가자들은 정부를 향해 "이런 미친 정부가 어디에 있냐" 등 성토를 쏟아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학자에 대해선 "어용학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의 집단행동 주동자 엄벌 방침과 관련해 "1987년 민주화 항쟁 당시 고 김수환 추기경이 경찰이 쫓기던 학생을 보호했다"며 "검경의 무도한 칼날과 폭압이 다가오면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국민을 보호하자"고 주장했다.

사회자는 이런 논란에 의식하듯 "무의식적으로 툭툭 던지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1시간 행진을 마친 의협은 "무계획적 의대 증원, 건보재정 파탄", "9·4 의정합의 정부는 이행하라" 등의 구호로 이날 집회를 마쳤다.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혀를 차는 시민도 보였다. 한 시민은 "최근 2년 집회 중에서 가장 와닿지 않았다"며 "환자를 지키는 대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의대교수협, "의료 공백 메우기 위해 최선, 중재자 역할 맡을것"…"후배들 강경 처벌 막을 것" 의지

양측의 팽팽한 대치 속에 전국의대교수협에서는 환자 돌봄을 위해 "의료 공백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재자 역할 맡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후배들 강경 처벌 막을 것"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필수 불가결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어 "교수들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의료 정책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지고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원인을 '절망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 단체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지만,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라는 일생일대의 결정은 깊은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비상사태에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최근 의료 대란이 벌어지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사태 해결에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정부를 비판해왔다.

일각에서는 전공의 등 후배들이 처벌받을 경우 함께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이날 따로 성명을 내고 전공의와 학생에 대한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연대 의대 교수평의회는 현재 필수의료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같은 견해를 내놓으면서 정부에 ▲ 임상의료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필수의료 정책의 재수립 ▲ 2천명 증원 추진 근거 공개 및 규모 재검토 ▲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대한 비민주적 사찰과 협박 중단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23일 "전공의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학교 현장, 의대 교수들도 혼란…고3 등 수험생들도 '패닉'

의과대 학생 증원 문제가 메듭지어지지 않자 수능 9개월도 안남은 학교 현장은 매우 혼란스럽다.

교육부가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 작업에 착수하였지만, 의료계가 결사 반대하고 있어 대학 입시 정원에서 의대 정원 배분이 규모 축소나 일정 지연 없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교육부의 취합에 따르면 전국 40곳 의대 중 36곳에서 의대생들의 휴학신청계가(22일 오후 6시 기준) 제출됐다. 입대 등으로 휴학처리가 된 숫자 등을 제외하면 1만1,436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의과대학 재학생 수(1만8,793명) 대비 60.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의대 교수들도 "2,000명 증원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 붕괴의 다른 원인들은 손대지 않고 정원만 크게 늘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료인력 추계를 결정할 협의체를 새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평의회와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단도 현실을 고려한 증원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고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장 2025학년도 대입을 치러야 하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정시 모집에서 의대가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학탐구Ⅱ 과목이 포함된 경우가 적잖다.

이에 수능을 불과 9개월 가량 앞둔 수험생 입장에선 목표한 대학의 최종 정원 발표가 늦어질 수록 과목 선택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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