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전공의 294명 복귀.. 정부, 29일 오후 4시 여의도에서 전공의와 대화
전공의 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 전달.. 의협 간부 5명 경찰 고발하며 압박 강도 높여
의협 "겁박하는 전체주의" 전공의들 "면허정지 할테면 하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이와 동시에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미복귀시 형사 처벌한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정상적인 사직이라며 복귀를 거부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밤 전공의 294명 복귀.. 정부, 29일 오후 4시 여의도에서 전공의와 대화

정부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병원을 이탈했던 전공의들 가운데 294명이 지난 27일 밤사이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재 A병원은 24명, 서울 소재 B병원은 37명이 복귀했으며 호남권 C병원에서도 66명이 돌아왔다. 28일 밤사이 병원으로 복구한 전공의 규모는 아직 공식 집계 전이다.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99개 주요 수련병원 소속 사직서 제출 전공의는 9937명으로 약 80.8%에 해당된다. 8992명(73.1%)은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정부는 29일을 '복귀 데드라인'으로 선언한 상태이다. 오늘 자정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재차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조 장관은 "27일부터 근무지 이탈 수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복귀가 이뤄지지는 않는데 아직 망설이는 전공의가 많은 것으로 안다. 복귀 마지막 날인 만큼 환자 곁으로 복귀하면 일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복귀시한 하루 전인 28일까지도 대대적인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환자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정원 확대에 대한 불안감, 동료들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시한이 지나면 "원칙대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저녁 연락처가 확보된 전공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소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만나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대화 장소는 6층 대회의실로, 약 100명을 수용하는 공간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화는 비공개로 이뤄질 예정이다.

박 2차관은 "공식 발표를 통해 여러 차례 대화를 제안하고 전공의 대표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시간과 장소를 정해 알린다"며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 각 수련병원 대표는 물론 전공의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며 "대화를 위한 협의체이므로 집단행동과는 별개이니 우려하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바란다.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면서 "위 장소에서 기다리겠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밝혔다.

만약 만남이 성사된다면 전공의가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뒤 정부와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자리가 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대화 제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복지부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다며 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전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해 법적 부담 완화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특례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보상한도가 정해진 보험)에 가입한 경우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과실로 환자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의료진이 보상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전공의 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 전달.. 의협 간부 5명 경찰 고발하며 압박 강도 높여

정부는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동시에 형사 처벌을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28일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 자택에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번 자택 방문을 통해 명령 교부를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전공의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공의들을 우선 고발하는 것보다 이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한 '선배 의사'들을 먼저 고발하며 전공의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복지부는 29일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3월 4일을 기해 미복귀 전공의 수를 파악하고 미복귀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경찰에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찰은 피고발인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면허 자격정지 처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경찰도 의사단체 '지도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직한 전공의까지 수사하느냐는 질의에 "고발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 핵심 관계자들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자 의사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겁박하는 전체주의" 전공의들 "면허정지 할테면 하라"

이처럼 정부가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자 의사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모습이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두려워하거나 그런 것이 없다"면서 "29일까지 복귀 시한을 정해 놨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와 용산이 MZ세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대위가 꾸려진 후 전공의를 많이 접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 세대랑 완전히 새로운 인류로 생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의대증원 해결을 위한 협상 파트너로서 "의협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대통령실과 복지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의협은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이고, 비대위는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이 총회를 열고 의결해 조직됐다"면서 "정부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날 공개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사망 사고가 면책이 아닌 감경에 그치고,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들도 다수 포함돼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사망 사고는 면책이 아닌 감경에 불과하고, 예외 조항을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도 포함돼 있다"면서 "국가가 의료기관에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 의사 개인의 돈을 모아 보험으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도 정부의 법적 대응에 대해 할테면 해보라는 입장이다. 과거 사례와 현행법상 전공의를 실제로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시 집단폐업과 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판결받고 2006년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3년 뒤인 2009년 면허를 재취득했다. 그나마 이를 제외하면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에도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 파업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을 고발했다가 취하했다.

당시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집단 거부했는데 정부는 의료법 시행령까지 개정하며 국시 기회를 추가 부여해 의대생을 구제했다. 의대 졸업생들이 의사 자격을 못 따면 그해 전국 수련병원 인턴 수급이 불가능해지는 등 국가 의료체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면허가 취소돼도 형기 만료 후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에서 40시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다.

특히,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파업'이 아닌 사직서를 내고 '퇴사'했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사태 초기인 20일 "집단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전공의 입장에선 집단 사직이 아니라 대전협이 개입하지 않은 '개인행동'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

의료법상 의사는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데, 전공의들은 개인적으로 사표를 내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므로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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