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0% 이상 사직서 제출.. 전임의·인턴도 이탈 조짐
수술에 전공의 대신 PA 간호사 투입 "의료사고·불법진료 불안"
정부 "3월부터 미복귀자 면허정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약속하며 '의사 달래기'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수가 1만명을 넘으며 의료대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병원을 돌고 돌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뺑뺑이 사망' 사례까지 나오며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들이 오는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할 경우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의 요구 사항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의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전공의 80% 이상 사직서 제출.. 전임의 인턴도 이탈 조짐 "3월이 최대 위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로 119 등 구급대 지연 이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대전에서는 8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 이송 지연을 겪다가 50여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심정지 환자는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았다.
해당 환자뿐만 아니라 대전에서만 주말 사이 18건의 응급실 지연 이송이 발생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는 대전 충남 지역 전공의 이탈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전에서는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 506명 중 413명(81.6%)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충남에서도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00명 중 219명(73%)이 사직서를 냈고, 224명(74%)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문제는 의료대란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공의들만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하고 있으나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마저 이탈할 기류를 보이고 있으며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의대 졸업생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주요 대형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절반까지 줄이고, 전임의와 교수 등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전공의 집단사직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전임의들마저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의료대란은 3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조선대병원에서는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하고 3월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빅5' 병원에서도 예비 전임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신규 전임의들이 3월 1일자로 신규 임용을 앞두고 있는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이달 28∼29일쯤에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다음 달 1일 첫 출근을 약속한 인턴들이 무더기로 임용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서 올해 말 근로계약이 끝나는 기존 인턴의 자리를 메울 의사 공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인턴 합격자의 80∼90% 상당이 수련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지연 이송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2/636660_440297_75.jpg)
수술에 전공의 대신 PA 간호사 투입 "의료사고·불법진료 불안"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PA 간호사를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불법 진료 논란이 번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는 통상 전문의 지휘에 따라 수술이나 처치 보조, 수술 전후 환자 상태 확인 등을 한다. 전공의 외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술실 간호사'라고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대표적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PA간호사가 절개, 봉합 등의 의료행위를 한다.
단 현행 의료법상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의료 행위를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PA간호사는 늘 '불법'이라는 시선에 노출돼있었다.
시범사업은 진료 지원 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장이 위원회를 설치해 설정하거나 간호부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이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진료 지원 인력의 행위는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약 1만 명의 PA 간호사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 인력을 활용하면 당장에 전공의 이탈에 따른 공백은 메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고 계신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간호 현장에서는 시범사업에 대해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는 "복지부가 아무런 내용 없이 시범사업을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협 관계자는 "PA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체계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했는데, 이번 발표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며 "간협과 내용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정부가 먼저 발표한 것"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강북삼섬병원 간호부 고위 관계자도 "우리 병원은 아직 교수들과 팰로우들이 진료하고 있어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당장 시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현재 결정된 것 없이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계 관계자는 "(전공의 사태로) 간호사들이 많이 희생하고 있는데 간호사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논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시범사업을 발표하는 건 간호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부 "3월부터 미복귀자 면허정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약속하며 '의사 달래기'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계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3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29일까지 병원으로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또, 의료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약속하며 '의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오는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29일까지 병원에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조 장관은 '의사 달래기' 정책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속도를 낼 계획도 밝혔다.
그는 "복지부는 작년 10월부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속도감 있게 논의했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해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통해 환자는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를 구제받고, 의료인은 진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29일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조속히 입법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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