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이 가자 지구 소유해 개발.. 중동의 리비에라 만들 것"
이스라엘-아랍, 수천년간 가자지구 소유권 놓고 갈등
트럼프,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 중단.. 팔 자치 지역도 이스라엘에 넘기나
사우디, 트럼프 중동구상에 반대.. 아랍 5개국 "가자주민 이주 안돼"
미국 내에서도 "인종청소" 비판.. 중동 긴장 고조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하겠다"고 선언, 중동이 발칵 뒤집혔다.

부동산 개발 전문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가자 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인근 다른 국가로 이주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해법인 '두국가론'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통치·소유 문제가 그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갈등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이란을 중심으로 반미 정서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주요 국가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인종 청소'와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이 가자 지구 소유해 개발.. 중동의 리비에라 만들 것"

트럼프 대통령은 4일(이하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가 아닌 요르단이나 이집트 등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기 소유하면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미 잿더미가 된 가자지구에 20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거주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가자 지구 내 위험 요소를 해체하고 재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건 옳지 않다. 그들은 지옥에서 사는 것처럼 살고 있다"며 "그들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유일한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곳을 장악하고 개발해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군 투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를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리비에라는 남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친 세계적 지중해 휴양지다.

영구 점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장기간 소유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것이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태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로 돌아가면 수십년간 계속된 갈등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의 계획이 "그 땅의 다른 미래를 보고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된 트럼프의 구상은 지난 2020년 트럼프 집권 1기 때 이미 거론된 바 있다. 가자 해안선을 상업 및 레저 리조트로 개발하는 것이 핵심으로 부동산 개발 분야 사업을 해온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아랍, 수천년간 가자지구 소유권 놓고 갈등

트럼프,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 중단.. 팔 자치 지역도 이스라엘에 넘기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일견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건된 가자지구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살 것"이라며 가자지구가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거주지가 아닐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빠져나간다면 그간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에 따라 추진된 독립국 수립안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가자지구는 그간 이스라엘과 아랍이 수천년간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 온 땅이다. 기원전 수천년 전부터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아랍은 전쟁을 이어왔다. 이스라엘에게는 성서에서 '약속의 땅'으로 통한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이스라엘 극우진영은 이번 가자지구 전쟁 후 팔레스타인인을 내쫓고 재점령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친이스라엘 국가인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는 것은 결국 아랍 국가들로부터 가자지구를 빼앗아 이스라엘에게 넘겨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양대 자치구를 이루는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몇주 안에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UNRWA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1차 중동전쟁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 7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인데 여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우디, 트럼프 중동구상에 반대.. 아랍 5개국 "가자주민 이주 안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중동 아랍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5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수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이날 성명에서 언급한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를 중동평화 계획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집권 1기이던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통해 중동 지역 안정을 꾀한 바 있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거부한다면 트럼프의 중동 구상에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거세게 반발했다.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리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를 지배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터무니없다"라며 "이는 이 지역에 혼란과 긴장을 가져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 리야드 만수르는 SNS에 "가자지구 사람들을 '행복하고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다면 원래 집으로 돌아가게 하라"라고 강조했다.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 5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하는 서한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떠나기를 원치 않고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지지한다"면서 "가자지구의 재건은 가자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내에서도 "인종청소" 비판.. 중동 긴장 고조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다른 이름의 인종청소"라고 규탄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지낸 저스틴 어마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인종 청소에 비유했다.

그는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가자지구에서 강제로 몰아내기 위해 군대를 배치한다면 미국은 또 다른 무모한 점령에 빠질 것이며 이는 인종청소라는 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무슬림 시민권 및 옹호 단체인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성명을 내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은 분쟁을 촉발하고 미국 명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국제법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자는 미국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절대 시작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중동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강대국들이 자기들끼리 지도를 다시 그리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시대를 연상시킨다면서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를 사실상 다시 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 국가들의 반미 정서를 자극하고, 미국을 중동 지역 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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