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10%시 영업이익 4조 감소
정부, 무역금융 366조 무역보험 100조 공급
"트럼프와 협상, 무조건 뒤로 미루는 '바보 전략' 필요"
고위급 접촉 개시.. 통상차관보 "미국과 윈윈 논의할것"
대한상의·무역협회·한경협 등 민간사절단도 방미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25%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미국의 관세 폭격이 현실화 되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

이에 정부는 수출 기업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고위급 소통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경제 사절단이 잇따라 워싱턴을 찾아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관세 10%시 영업이익 4조 감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등을 고려해 4월 1일까지 국가별 검토를 마친 후 2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언론과 질의응답에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이 25%가 될 것이라며 "관세는 1년에 걸쳐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투자를 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며 "미국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의 해외 기업들이 미국 투자 발표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재차 언급함에 따라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미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비관세장벽'을 내세워 얼마든지 상호관세 부과를 위한 명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대미 수출액이 347억4400만 달러로 49.1%에 달했다. 지난해 수출한 자동차 약 278만대 가운데 미국 수출 물량은 143만대로 절반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25%를 부과할 경우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도체도 103억 달러 규모로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의약품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기업의 위탁생산 수주물량을 바탕으로 2024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96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경우 관세가 없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이보다 적을 수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무역금융 366조 무역보험 100조 공급

"트럼프와 협상, 무조건 뒤로 미루는 '바보 전략' 필요"

정부는 트럼프발 '관세 폭격'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금융 366조 원을 공급하는 등 상반기 수출 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일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6차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의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관세대응', '무역금융', '대체시장 진출'이다.

정부는 수출금융 유관기관 합동으로 기업 유동성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36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무역보험 100조 원을 지원하고 무역보험 보험료와 보증료를 6월까지 일괄 50% 할인한다. 연간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하인 중소기업 3만 5000개 사에 대해선 단기수출 보험료 90%를 특별 할인한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들의 해외거점을 신설‧기능도 강화한다. 

코트라는 멕시코와 조지아에, 무역협회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등 '글로벌 사우스'에 해외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사우스 무역보험 55조 원을 공급한다. 세부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우량수입자 대상 기업별 단기보험 한도는 3배 확대한다. 저신용 수입자가 많은 개도국 특성을 고려해, 저신용 수입자 대상 거래 시에도 보험한도 상한을 2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상향한다.

이날 발표된 수출대책은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단기 정책에 불과하다. 결국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5일 한겨레에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바보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현재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공백 상태인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무자급에서 아무리 협상을 해도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대통령 차원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며 "만약 미국이 협상을 하자고 하면 일단은 미뤄야 한다. '우리 사정이 이렇다, 새 정부 들어오고 나서 하자'라고 미뤄야지 당장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위급 접촉 개시.. 통상차관보 "미국과 윈윈 논의할것"

대한상의·무역협회·한경협 등 민간사절단도 방미

정부는 일단 고위급 접촉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통상당국 고위급에서는 처음으로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17일 미국 워싱턴D.C로 향했다.

박 차관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나 미국이 4월 1일까지 검토한 뒤 시행하겠다는 상호 관세와 이미 시행 계획이 공개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등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통상 현안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산업부는 전했다.

아울러 박 차관보는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 사업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 환경을 조성해주기를 미국 당국에 당부할 방침이다.

박 차관보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이야기를 잘 듣고 우리의 입장과 의견을 잘 설명해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 논의는 혼자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우리 이야기를 잘 설명하고 잘 설득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보에 이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의 방미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영역에서도 미국 정·재계를 대상으로 한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사절단에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

대한상의는 "한국은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 국가이자 우등기업임을 적극 강조할 예정"이라며 "트럼프 2기에도 한국기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다음 달 중순경 윤진식 무역협회장과 임원 등 10여명이 미국 애리조나, 텍사스, 테네시 등을 방문한다. 윤 회장 등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이들 미국 남부 지역의 주지사, 상무장관, 의원 등 주요 인사를 만나 한국 기업들의 현지 기여에 대해 홍보할 계획이다.

또, 오는 5월에는 회장단 등으로 다시 경제사절단을 꾸려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대미 사절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한경협은 "산하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철 원장을 이달 초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비롯해 민간 싱크탱크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한국 입장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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