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역대 대선 단일화 4차례...18대대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유일 실패
DJP연합, 경선 없이 연정으로 단일화 성사
노무현·정몽준, 여론조사로 단일화
0.73% 차이로 이긴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가 승리 견인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1일 공직사퇴를 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일(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한 대행과 국민의힘 대선 예비 주자들과의 '단일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 당내 2차 경선을 통과해 결선에 오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중 최종 1인이 누가됐든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목소리다.

과거 단일화는 총 네 차례 있었으며, 그 시기와 과정에 따라 단일화 성패가 갈렸다. 네 차례의 대선 후보 단일화 중 제18대 대선의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유일한 실패 사례였으며 나머지는 극적인 성공을 이뤄 국민의힘도 ‘반이재명 빅텐트’라는 화두 아래 단일화에 힘을 쏟고 있다.

1996년 12월 19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합동모임에서 양 김총재가 야권공조를 과시하며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1996년 12월 19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합동모임에서 양 김총재가 야권공조를 과시하며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B]

15대대선 DJP연합, 경선 없이 연정으로 단일화 성사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을 필두로 한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을 필두로 한 자유민주연합이 공동 여당을 목표로 결성한 연합은 단일화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힌다.

김대중의 이니셜인 ‘DJ’와 김종필의 이니셜인 ‘JP’를 합쳐 생겨난 ‘DJP 연합’은 대선을 45일 앞둔 1997년 11월3일 당시 김대중 후보가 김종필 전 의원의 청구동 자택을 직접 찾아가 DJP연합을 성사하면서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뤘다.

김대중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는 대신 김종필 전 의원에게 공동정권의 국무총리와 조각권을 보장하는 등 연정에 합의해 별도의 단일화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힘을 모았다.

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한 두 사람이 단일화하면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39만557표, 1.53% 차이로 꺾어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1강이던 이회창 후보를 이기고 대선에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1강이던 이회창 후보를 이기고 대선에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

16대 대선 노무현·정몽준, 여론조사로 단일화…‘1강’ 이회창 꺾어

최근 거론되는 단일화 모델은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사례다. 1강인 이회창 후보와 2중인 노무현·정몽준 구도였다는 점에서 현재와 비슷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국민경선으로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나 이인제를 지지하던 현역 국회의원들은 이 상황을 탐탁지 않아 했고, 새천년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노무현 후보의 당내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한때 40%를 넘던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에게 역전 당하면서 같은 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보단일화협의회로부터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고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이에 두 정당은 선거를 42일 앞두고 후보단일화 협상 대표단을 꾸려 단일화 협상에 나섰고,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해 당원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선거 25일을 앞두고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됐고 선거 하루 전날 정 후보가 노 후보 지지철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가 당선돼 DJP연합 이후 두 번째로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성공한 단일화가 됐다. 이회창 후보와의 표차는 57만980표, 2.33% 차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개최한 만찬 회동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단일화 하고도 패배한 사례를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개최한 만찬 회동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 두 사람은 단일화 하고도 패배한 사례를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18대 대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하고도 유일하게 패배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화두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단일화를 이루고도 대선에서 진 최초의 사례가 됐다.

51.55%를 득표한 기호 1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화 이래 최초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기호 2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득표율 3.53%, 표차 108만496표 차이로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후보는 단일화 룰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단일화 협상을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지만 단일화 방식이 합의되지 않던 중 문-안 양측 모두에게 단일화 압력이 거세지자 안 후보는 11월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지자들에게 문재인을 지지할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거 50일 전 단일화를 이뤘지만 두 후보 간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강제 단일화’했다는 논란이 많았다. 결국 단일화 하고도 대선에 패배한 유일한 사례로 남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주재하는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주재하는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대 대선, 0.73% 차이로 이긴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가 승리 견인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 당초 양측이 단일화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안 후보가 한때 대선 완주 의사를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결국 사퇴하면서 단일화에 성공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으로 단일화에 합의했고 이 시기는 선거일을 불과 6일 앞둔 시점이었다.

단일화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돌입하자마자 이뤄져 안 후보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 결과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0.73% 차이로 승리해 정치 경험이 없던 스타검사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덕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김문수·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중 단일화가 거론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한동훈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중 단일화가 거론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21대 대선은?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요구에 국힘 주자들도 온도차

이번 조기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정권 교체’가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만은 안 된다며 ‘반이재명’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문제는 당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 외부에서 인물을 끌어오려는 데에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는 ‘탄핵 정권’의 연속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대행이 대선 후보로 나서줄 것을 여러 차례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이 오는 11일까지 열흘 정도 남아 이 기간 동안 단일화에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네 차례의 단일화 중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제외하고는 최소 선거 한 달 전 단일화를 이뤘으며, 윤-안 후보의 경우에도 두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데다 최종 대선 후보를 3일에 결정하더라도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한 대행과 단일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김문수·한동훈 후보도 경선 중 단일화가 거론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김 후보는 “단일화 논의 시점을 우리 당 후보가 뽑힌 다음이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 후보도 “우리의 승리를 위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라도 협력하겠지만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슈되는 것은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승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신들을 제쳐둔 채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당명을 바꾸거나 대통령 탈당이라도 추진해 달라, 그러면 빅텐트에 합류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후보는 당 외부 인사들이 단일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고 “문재인 정권 출신 인사들에게 주도권과 후보를 넘겨주는 것까지 우리가 용인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 후보도 “남의 당의 당명을 고치라는 것은 남의 집 아이 이름을 바꾸라는 것과 같다, 아무리 우리 당이 여러 가지로 많은 어려움이 있고 정치가 혼란스럽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공감했다.

국힘 지도부는 적극적…권성동 “더 큰 집 짓기 위해 단일화”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기려면 그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라며 “우리 당 후보끼리 경쟁해서 한 분이 결정되면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단일화 경선을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3일 최종 후보가 확정되더라도 한 대행과 후보 단일화를 거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권 원내대표는 “단일화 과정을 통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더 큰 집을 지으면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우리 당원 대부분은 이재명 후보와 대항하기 위해 ‘반명 빅 텐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고 지도부는 그런 당원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행, 사퇴발표 “더 큰 책임지는 길 간다”…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한덕수 권한대행은 1일 오후 국무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 후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단일화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 대행은 1일 오후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말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표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다”며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국내 경제·민생 위기 극복과 글로벌 통상 전쟁 대응, 계엄·탄핵으로 나타난 적대적 한국 정치와 국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 등을 출마 명분과 비전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도 연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를 둘러싼 진통이 대통령 후보등록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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