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직면한 위기 극복해야” “더 큰 책임 지는 길로 가겠다”
김문수·이낙연과 ‘反 이재명 빅텐트’ 구성 속도
3자 대결시 이재명과 15%p 격차
김종인 “韓 대선후보 거론 비상식적” 유인태 “메시아는 개뿔…윤 정부 총리 하더니 회까닥”
조경태 “파면된 尹이 임명한 한덕수 대선 출마는 노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부활한 만큼 한 대행의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출마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韓 “직면한 위기 극복해야” “더 큰 책임 지는 길로 가겠다”

한덕수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저는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 대행은 대선 출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했다”며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경제 위기 극복’과 ‘통합’을 출마 명분으로 거론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줄 안다”며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게,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지난 2022년 5월21일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돼 이날까지 1077일간 총리직을 수행해 역대 단일정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게 됐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김문수·이낙연과 ‘反 이재명 빅텐트’ 구성 속도

3자 대결시 이재명과 15%p 격차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 이날 한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 친윤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反 이재명 빅텐트’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문수 경선 후보는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면 한 대행과 바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도 조만간 대선 출마 후 한 대행과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2심의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부활하게 돼 ‘反명 빅텐트’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한 대행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무선 100%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이재명·한덕수·이준석 후보가 붙는 것을 상정한 ‘가상 3자 대결’ 결과 이재명 46%, 한덕수 31%, 이준석 6%로 집계됐다.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경선후보나 한동훈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한동훈·이준석의 3자 대결 구도를 가정했을 때 지지율은 이재명 45%, 한동훈 24%, 이준석 6%였고, 이재명·김문수·이준석의 3자 대결 구도를 가정했을 때는 이재명 46%, 김문수 25%, 이준석 8%로 집계됐다.

김종인 “韓 대선후보 거론 비상식적” 유인태 “메시아는 개뿔…윤 정부 총리 하더니 회까닥”

조경태 “파면된 尹이 임명한 한덕수 대선 출마는 노욕”

보수 진영에서는 한 대행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CBS라디오에서 “한 총리에게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은 윤석열 정부 3년 동안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막중한 인물”이라며 “계엄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인데 대선후보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총리가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연장선상이라는 인상을 줄텐데 어떻게 이재명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굉장히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외부에 부탁하고 있다. 그런 정당이 정상적으로 선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한 대행에 대해 “국민의힘의 메시아(구원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주류 세력이) 허상을 보고 있다”며 김문수·한동훈 후보에 견줘서도 “경쟁력이 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한 권한대행과 비슷한 유형의 대권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언급하며 “반기문, 고건 총리 봐라. 그때는 (지지율이) 압도적이었지 않나”라며 “요새 조사해 봐야 별로 그렇게 높지도 않고 (국민의힘) 당원들한테서만 그럴 뿐”이라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무엇보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이 약하다고 봤다.

그는 “원래 그러던 친구가 아닌데 윤석열 정부 가서 총리를 하더니 회까닥 해버렸다”며 “사람이 회까닥한 것에서 윤석열의 그림자를 본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후보 측도 한 대행의 출마를 비판하고 있다.

한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MBC라디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는 노욕”이라고 일갈했다.

조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 혐의 수사 대상자이자,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갑자기 대선에 나오는 것은 책임성이 결여됐다”며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노력에 매진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 대행 대국민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가 깊이 고민해온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엄중한 시기 제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1970년 공직에 들어와 50년 가까운 세월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우리 국민의 일꾼이자 산증인으로 뛰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의 피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일어선 것은 전국민이 합심해서 이룬 기적입니다. 그 여정에 저의 작은 힘과 노력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의 보람이자 영광이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겪으신 갈등과 혼란에 대하여, 가슴 깊이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일어선 나라인지, 그러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하셨는지 저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가난한 나라가 빈곤을 떨치고 풍요를 이루기는 매우 어렵고, 권위주의 국가가 민주주의를 이루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냈습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문제는 개인이건 국가건 하나의 도전을 이겨내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어려운 도전이 닥쳐오곤 한다는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는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줄 압니다.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표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불합리한 경제정책으로는 대외 협상에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없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세울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없습니다.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50년 가까운 세월, 경제의 최일선에서 제가 배운 것은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입니다.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이제까지 없던 거대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일어선 나라인데, 전세계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안보가 생명인데, 우리를 에워싼 지정학적 질서가 한치 앞을 모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길었습니다.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저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확실해야 합니다. 주저앉아서는 안됩니다. 잘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번영해야 합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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