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익 우선 '실용 외교' 표방…중러와 관계 개선 의지
김문수, '한미 전략동맹 강화'...북핵 억제 위해 '자체 핵무장'
이준석, 정부 부처 통폐합 안보 부총리 임명
고승우 대표 "대선 후보들 안보공약, 너무 한심해"

6월 3일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고차 방정식의 외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6월 3일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고차 방정식의 외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오는 6월 3일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고차 방정식의 외교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장 미국과는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하고, 중러와 관계 개선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한미동맹 기반 위에서 대외정책과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은 결이 다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북한과 대화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김문수 후보는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재명 후보는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중국,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국익 우선 '실용 외교' 표방…중러와 관계 개선 의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실용외교'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외교·안보 정책 첫머리에 "미래를 여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펼치겠다"며 "이재명의 실용 외교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수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미', '친중'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또, 윤석열 정부의 가치 외교와도 차별화에 나섰다.

한미일 협력을 견고히 하면서도 중요 무역상대국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우크라이나 재건에 기여하면서도 한러 관계 역시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인 위성락 의원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한러 관계도 수교 이래 최저점"이라며 "한미동맹, 한일 협력, 한미일 안보 협력을 기본으로 중·러와의 관계도 적절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부를 대상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 일부를 중국 견제를 위해 괌으로 이전 배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협상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29일 공개된 타임지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정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2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군의 한반도 진주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그들에게도 (한반도 진주가) 필요한 만큼 한미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트럼프와 적극적인 협상을 예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 및 남북 관계와 관련해선 긴장 완화가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군사 핫라인 등 남북 소통 채널 복원을 추진해 긴장 유발 행위를 상호 중단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임기 내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26일 취재진에게 "(남북 정상회담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연히 준비하고,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27일 TV토론회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으로 실질적이고 포괄·점진적,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맞다"며 "그 기초에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도외시하면 안 된다"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적정하게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며 "강력한 군사력 위에 대화와 협력, 평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한미 전략동맹 강화'...북핵 억제 위해 '자체 핵무장'

김문수 후보는 29일 외교·안보 분야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날 SBS에서 진행한 방송 연설에서 김 후보는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첨단 과학기술군 육성 ▲한미 전략동맹 강화 등 외교·안보 분야 로드맵을 발표했다.

김 후보의 외교 안보 정책 핵심은 '한미 전략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임 즉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해 통상 현안을 해결하고 한미동맹 기반의 핵 확장억제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시 적정 수준 합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확보하고 한국 방위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중국과도 경제협력의 지속적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과의 상호 존중 관행을 만들어가면서도 대중 경쟁력 확보를 통한 유리한 협상 기반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27일 토론회에서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축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해서 방어력을 키우고, 힘의 균형으로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를 협의하고, 미국이 전술핵을 괌에 배치한 후 한국 보호용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또, 자체 핵 잠재력 강화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원자력의 평화적 용도 범위 내에서 일본에 준하는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긴밀한 한미 협의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 핵무기 설계기술도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정부 부처 통폐합...안보 부총리 임명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정부 부처를 19개에서 13개로 대폭 축소하고 안보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행정 효율을 높여 국가 안보역량의 내실을 다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27일 TV토론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하고, 외교·통일·국방·내무를 아우르는 안보 부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자유 진영의 병기창으로 만들 것"이라며 "한미 합동 군수 시설을 구축, 포탄을 생산해 미국의 탄약 공백을 메우겠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한국산 무기 공급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일부를 없애고 북한 문제를 외교부 소관으로 통합하려는 방안을 내놓은 만큼 대북 정책도 기존의 이념적 접근 대신 현실적인 관리로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북 문제는 기존의 제도와 국제 공조를 통해 다뤄질 것이라며 특별한 새 로드맵보다는 현재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주력할 뜻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의 외교 안보 공약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승우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는 27일 <폴리뉴스> 칼럼에서 "21대 대선 후보들의 안보공약, 너무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고 대표는 "대선이 가까운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국제정세는 한국 정치가 쉽게 풀어낼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 방위적 관세전쟁과 북 핵과 미사일 고도화, 북․러 밀착,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등은 하나같이 그 해법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심각한 국제정세, 한반도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돌발 상황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대선 후보나 여론의 관심도 개헌, 경제 침체 등 국내 문제에 집중되는 양상"이라며 "현재 진행형인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정치권은 대선 공약에서 언급을 자제하거나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은 급변하는 한반도,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국가의 군사자주권을 확보해 국제적 발언권을 강화할 방안을 제시하거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도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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