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홍준표·김재원 등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 ...'통합 대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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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가 대사면을 1호 혁신안으로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혁신위)가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제1호 혁신안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 차원에서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지도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무리 없이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여론을 달래기 위한 1호 혁신안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첫 상견례 자리에서 1호 혁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강조했던 '통합'과 관련된 안건이 1호로 정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27일 혁신위 첫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다양한 안건과 대안들이 있었지만,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삼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대사면 대상과 관련해 "형사 범죄에 연루돼 기소된 경우 등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안건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호 혁신안, 이준석·홍준표·김재원 등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혁신위 '통합 대사면'

이에 혁신위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지도부에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두 차례 징계로 내년 1월 초까지 총 1년 6개월간 당원권을 행사할 수 없다.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도 내년 5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또, 이미 당원권 정지 상태에서 풀려난 태영호 의원에 대한 사면안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은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이 국민 시각에 맞는가'라는 질문에 "최소한 당 입장에서 보면 당내 대화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원들이 제일 많았다"며 "그것을 포함해 대탕평, 대통합이 어떻게 보면 위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이어서 1호 안건으로 선정하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윤리위 결정을 뒤집는 절차가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는 "일단 이 안건을 가지고 의논하면 최고위원회의에서 승인할 것"이라며 "최고위는 당의 정책적·정무적 최종 결정이 있으니 컨펌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혁신위 1호안에 대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징계는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혁신위원들은 이와 함께 주요 안건으로 ▲소상공인 경제적 어려움 해소 위한 절차적 논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반성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관련 논의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또 지난 최재형 혁신위가 낸 혁신안 중 실제로 집행되지 않았던 좋은 안건들을 살펴본 뒤 필요한 부분을 선정하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혁신위원들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혁신위는 다음 달 3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당분간은 회의 진행의 효율성을 위해 분과를 나누지 않고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5·18 민주화운동 묘역 참배로 첫 공식 행보.. 인 위원장, 29일 이태원참사 시민추모대회 참석

인요한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의 혁신 철학은 희생과 통합과 다양성"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내려가서 국민 목소리를 듣고 확실히 반영되도록 하는 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공식 행보에도 '통합'의 의지를 보이려는 모습이다. 혁신위의 첫 공식 행보는 오는 30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묘역을 참배로 예정돼 있다. 오후에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인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 1~2명은 오는 29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인 위원장은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에 참석하는 데 대해 "(이태원 참사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고,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가는 건) 기본적인 예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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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에서는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아 보인다. 특히 비윤계는 혁신위가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혁신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징성이 강한 '통합대사면'이라는 1호 혁신안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사면에 대해 "이런 식의 접근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이런 혁신위의 생각에 반대한다. 재론치 않았으면 좋겠다"며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시라"고 질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촉도 징계도 모두 수용했고 모욕도 감내했다"며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홍 시장은 "총선 출마할 사람들에 끼워서 그런 장난 치지 마라"며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다. 총선 출마할 것도 아니고 총선 관여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총선까지 배제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며 "총선 후 바뀐 정치 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면서 "니들끼리 총선 잘해라"라고 내질렀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는 혁신위는 무의미하다"면서 "김기현 체제 자체가 수직적 당정 관계, 당무에 대한 대통령실의 과도한 개입을 상징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 체제를 끝내지 않고서는 혁신위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기도 어렵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위원장은 "대통령께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에 대해서 재고를 좀 해달라'고 요청을 드리거나, 아니면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대회에 가셔서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시면 어떻겠느냐'거나, '야당 대표를 1대 1이 아니더라도 만나서 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임명에 대해서 협조를 구하라'는 등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실질적 정치 행보에 변화를 이끌어낼 메시지를 발산한다면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시절 청년 최고위원을 지냈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27일 C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혁신위가 가진 한계를 강조했다.

그는 "인요한 위원장이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그 정도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모든 걸 다 바꿔야 되는데 과연 지금 혁신위가 할 수 있을까라는 당내 의구심도 있고 혁신위가 좋은 안을 내더라도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진짜 혁신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냐고 판단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MBC TV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한테 거침없이 말하겠다'고 했는데, 거침없이 말씀하셔야 할 게 지금 널려있다. 무슨 홍범도 흉상에, 민생 경제에…"라며 그런 이야기를 혁신위원장께서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같은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주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대통령실이 안 간다고 하면 인요한 위원장이 마이크 대고 '가시라. 그게 중도층을 데려오는 것이고 강서구청장 패배 당시 작년에 대통령을 뽑았으나 이탈한 20%를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해야 한다",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며 "'낙동강 얘기는 농담이었다', '나는 공천에 관여 안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선을 긋는 것은 김기현 체제의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민주 "구태 인선" 비판.. 정청래 "비윤(비윤석열) 빠진 비운의 혁신위될 것"

그간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위원 명단이 발표된 후 부터는 강도 높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아내와 아이 빼고 모두 바꾸자더니 바꾼 결과가 고작 '구태 인선'이냐"며 "인요한 위원장이 이들과 함께 도대체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박성중 의원과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은 방송 장악과 지역 차별, 시대착오적 여성관을 드러낸 바 있다"며 "혁신의 주체가 아닌 혁신의 대상들"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위원들의 면면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도무지 혁신의 방향을 알 수 없고, 이 같은 인적 구성으로 집권여당을 바꿀 동력이 생길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에 대해 "비윤(비윤석열)은 빠진 '비운의 혁신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안방 지역구 인사, 출마 예정자 합류로 파열음만 더 커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들을 "60점짜리"라고 평가하며 "위원 인선 발표가 나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성중 의원을 겨냥해 "인상적인 의정활동을 했다거나 여러 가지 당내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냈다거나 (하지 않았다)"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어 "수의사, 앵커, 청년 등이 당내에서 여러 의견을 밝힐 수 있겠나. 천하람 위원장이나 김웅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등이 한 두 명 들어갔으면 조금 기대했을 텐데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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