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공천설 이어 대통령실 참모 대거 TK·PK 출마.. 현역 의원 '찍어내기'?
인요한, 지도부·영남중진·윤핵관 향해 불출마·험지출마 요구.. 갈등 점화
주호영 "서울 안간다" 장제원 "무소속 출마해 당선 경험"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 유지"
'검핵관' 한동훈 비대위원장설.. 박지원 "윤핵관 시대 가고 검핵관 시대"

국민의힘 내부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대표,중진,윤핵관들이 '불출마나 험지출마'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대표,중진,윤핵관들이 '불출마나 험지출마'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내부가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와 윤핵관, 영남중진들을 향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험지출마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 위원장이 이른바 '윤심'을 등에 업고 있으나 당 지도부인 김기현 대표와 윤핵관을 대표하는 장제원 의원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자 검핵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와 윤핵관, 검핵관의 분열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도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사분오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이 소란스러운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TK와 PK, 서울 강남 등 당선이 유력한 지역구를 두고 힘싸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검사 수십명 공천설'이었다. 올해 초 총선을 1년 앞둔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진출할 것이란 설은 현역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당시 김기현 대표는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받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당 대표인 제가 용인하지도 않겠다"며 단언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30~40명의 참모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TK와 PK 등 현역 국민의힘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며 '현역 의원 찍어내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여기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임명 직후부터 줄곧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윤핵관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불출마를 압박하면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주호영 "서울 안간다" 장제원 "무소속 출마해 당선 경험"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 유지"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인물은 5선의 주호영 의원이다.

주 의원은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에서 "걱정하지 마라. 서울로 가지 않는다"며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40년째 미국 상원의원을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지역구를 옮겼나"라면서 인 위원장의 제안을 '이상한 발상'이라고 깎아내렸다.

장제원 의원은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뭐라해도 제 할 말을 하고 산다"고 말했다 [사진=장제원 의원 SNS]
장제원 의원은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뭐라해도 제 할 말을 하고 산다"고 말했다 [사진=장제원 의원 SNS]

여기에 최근에는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가세했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지역구 현안 사업과 예산 확보 성과 등을 소개한 뒤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며 반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버스 92대 4200여명 회원이 운집해 장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는 "자리를 탐하지 말고 업적을 탐하라고 말씀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며 "여러분과 우리가 꿈꿔왔던 사상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그 업적 하나로 족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제원TV'를 통해 한 교회 연단에서 간증을 한 영상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장 의원은 "우리가 뭐가 두렵고 어렵나"라며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뭐라해도 제 할 말을 하고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역 주민의 사랑으로 당선되는 기적도 맛봤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도 가세했다. 인 위원장이 사실상 자신의 뜻이 곧 '윤심' 임을 드러냈으나 "총선은 당이 알아서 하겠다"고 바로 반박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1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대통령에게서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맡아서 거침없이 해라' 이런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구하는 험지 출마·불출마가 윤 대통령의 뜻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김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선은 종합 예술 작품이다.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원장설.. 박지원 "윤핵관 시대 가고 검핵관 시대" 이언주 "동업자 관계 끝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도부와 윤핵관에서 검핵관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6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인요한 혁신위의 실패를 전제하며 김기현 대표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격이지만 "윤 대통령의 성격상 자기 가족인 한동훈 장관을 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윤핵관의 시대에서 검핵관의 시대로 넘어간다"며 인 위원장이 '윤핵관' 의원들에게 용퇴론을 거론한 것은 권성동, 김기현, 장제원 등 윤석열 정부 개국공신은 험지로 보내고 그 자리에 검핵관들을 넣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자기 당을 만들어야 될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런 무리수, 황당한 상상이 현실로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용산(대통령실)이나 검사 플러스 알파 이 낙하산들이 공천에 투여된다 그러면 검찰 왕국에 이어서 검찰 여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앞으로 1~2주 사이에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정리되고 나면 어르신 보수층에서 한동훈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동업자 관계는 끝이 났다"며 "윤핵관과 중진들을 쳐낸 자리에 '검핵관'과 '용핵관'을 집어넣고 싶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아예 당을 사당화시킬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러니 의원들이 줄 서 봤자 의미 없었다"라면서 "왜냐하면 대통령과 윤핵관들, 대통령과 당은 어떤 이상을 위한 동지적 관계가 아니라 권력을 향한 이해관계가 일치한 동업자 관계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인 위원장 말대로 그것(윤핵관과 중진을 향한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압박)이 대통령의 뜻이라면, 윤 대통령은 우선 정당 활동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정신과 정당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며 "아무리 정치가 비정한 거라지만 윤 대통령은 참으로 비정한 사람이다. 대선도, 전대도 끝나고 당도 장악되었으니 이젠 그들(윤핵관)이 쓸모없어진 모양이다. 토사구팽.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는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내 진은정 변호사는 15일, 한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 활동에 나섰다. 진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했다.

정치권과 일각에서는 진 변호사의 공개 행보를 토대로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은 적십자 관련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모두 해왔다"며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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