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이어 윤희숙도 혁신위원 제안 거절.. '혁신'과 '통합' 모두 난제
인 위원장, 첫 일정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 → 박정희 추도식" 하루만에 뒤집혀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영남 물갈이 시도? 영남권 중진 반발 기류
당내 혁신위 무용론 확산 "비상상황.. 지도부 사퇴해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정식 출범 전 부터 삐그덕 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정식 출범 전 부터 삐그덕 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26일 인선을 마무리하고 당 쇄신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천하람·윤희숙 등 혁신위의 얼굴 역할을 할 만한 인사들이 혁신위 참여를 거절하면서 인 위원장의 그림과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전날까지는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고 했으나 하루 만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으로 일정을 변경하면서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위원 명단을 의결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인 위원장을 포함해 7명 내외의 인원으로 꾸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원의 구체적인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성·청년을 망라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최재형 혁신위'에서 활동했던 김미애·한무경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상근보좌역을 맡았던 함인경 변호사, 호남 출신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와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천하람 이어 윤희숙도 혁신위원 제안 거절

혁신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인요한 혁신위의 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 '혁신' 이미지를 가진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나 윤희숙 전 의원 등이 혁신위 합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며 인 위원장이 의도한 혁신위 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 위원장은 25일 CBS라디오, SBS라디오를 통해 인 위원장의 혁신위원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거절한 이유에 대해 "제가 (이준석 대표시절) 최재형 혁신위에서 위원을 했다. 바로 직전 혁신위를 했는데 제가 직업이 혁신위원도 아니고 연달아 하는 건 맞지 않다라고 말을 했다"며, "저는 김기현 대표의 시간 버는 허수아비 혁신위원을 할 생각이 없다"고 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김기현 대표 사퇴하라고 할 정도의 혁신안이 안 나오면 이 혁신위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며 "혁신위를 하게 되면 굉장히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건강한 당정관계'인데, 사실 김기현 대표 체제 자체가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의 과도한 영향력으로 세워진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많고 저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혁신위원을 수락하게 되면 김 대표의 임명권을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 위원장을 혁신위에 포함 시켜 '혁신'과 '통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인 위원장의 구성은 일차적으로 무산됐다.

윤희숙 전 의원도 혁신위 제안을 거절했다고 26일 밝혔다.

윤 전 의원은 언론에 "오늘 오전 인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지도부가 혁신위를 당내 다른 기구들과 병렬시켜 취사선택하겠다는 것은 혁신위 안을 적극 받아들여 쇄신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해 사양했다"고 전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정식 출범 전부터 '구인난'에 허덕이면서 혁신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친윤계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25일 BBS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천하람 위원장) 그분 한 분이 거절했다고 해서 이 방향이 바뀌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며 "여러 분이 참여해서 결론적으로는 통합의 의미를 담을 수 있으면서 혁신이란 단어에 어울릴 만한 그런 분들로 혁신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꼭 비윤계가 당내에만 있을 필요가 있나. 비윤이란 것이 지금 정부의 어떤 정책 방향이라든지 저희 당이 하는 일에 대해서, 방향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고 넓게 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를 위해서 그런 쓴소리를 하실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 첫 일정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 → 박정희 추도식" 하루만에 뒤집혀

인요한 위원장이 첫 공식일정과 관련된 자신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도 혁신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인 25일 혁신위 첫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정도면 위원들이 정해지면 제가 5·18 (묘지)에도 모시고 갈 것이고 출발은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의 첫 공식 행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이 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리는 서거 44주기 추도식에 김기현 대표와 함께 참석한다.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는 것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에서도 차이가 크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한 말이 하루도 되지 않아 뒤집히는 것을 보면 인 위원장이 실제로 국민의힘을 혁신할 힘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혁신위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말대로 될지도 미지수다.

전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인 위원장을 예방한 후 "저희가 공천 및 당 운영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특별히 없을 것"이라며 "누구를 혁신위원으로 하는지, 몇 명 하는지 저도 전혀 모르고, 그런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영남 물갈이 시도? 영남권 중진 반발 기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임명 직후 영남권 현역 의원 물갈이를 암시하면서 해당 지역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임명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을 통해서는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강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들의 영남 지역 출마설과 맞물리며 인 위원장을 앞세워 영남권 현역 의원 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모두 31명으로 이 중 영남권 중진만 16명이다. 최근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당내 중진 의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파장이 커지자 인 위원장은 다음날 "좀 더 다양성이 있어야 된다는 의미다. 농담도 못하나"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역 의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선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에서 일을 꾸준히 잘했다는 것인데 이를 물갈이 대상으로 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언론에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인물 경쟁력에 있어서도 서로 다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일을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잣대가 돼야 더 실용적인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은 국민의힘의 본류인데 일방적인 물갈이는 본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의원은 "단순히 허울 좋은 명분의 이야기로 해놓고 다른 데 가서 당선이 안 되면 그동안 10~30년 했던 당의 지역 기반이나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텐데 그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한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대구 의원 중에 누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다선한 대구 의원들 보고 총알받이 하러 나가라는 건데 그건 수도권을 위해서도 안 좋다. 수도권 주민들은 대구에서 다선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날아오면 그걸 찍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당내 혁신위 무용론 확산 "비상상황.. 지도부 사퇴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내에서는 혁신위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혁신위를 가동할 것이 아니라 지도부 사퇴 후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를 주장하지 않았나. 지금은 정말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혁신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수도권 위기론을 3개월 계속 주장했다. 수도권 위기를 정밀 여론조사해 보고 진단해 보면 대책이 다 나온다"며 "그것을 하면 다 거기서 다 혁신의 방향이 나오게끔 돼 있다"고 했다.

앞서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혁신위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의원은 "그 민심이 단순히 강서구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고 수도권 전체의 평균적인 민심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저는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저는 그래서 지도부 전체가 교체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일단 당 대표는 그대로 계시면서 혁신위를 가지고 나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연 혁신위가 그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좀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의원은 나아가 당정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인요한 위원장이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아내와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문제가 바꿀 수 없는 거기에 있다면? 그렇다면 뭔가 하여튼 거기에도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꾸는 것은 좋은데, 때로는 가족이 어디 가서 사고치고 오고 또 문제가 있으면 가족의 단점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허 의원은 "등잔 밑이 어둡다. 인 위원장이 모쪼록 집안의 인테리어만 관심 갖지 마시고 아내와 아이의 문제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4일 "이번 선거를 총지휘한 김기현 대표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나머지 임명직 당직자만 해고한다고 해서 그걸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며 "하나의 면피용으로 혁신위를 만들어 출발시키는데 혁신위원장 시킬 사람을 이 사람, 저 사람 고민하다가 결국 기상천외한 발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S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이렇게까지 타락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한국정치의 한계를 보여주지 않았나 이렇게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분이 전혀 정치와 관련 없이 순수하게 교수로 계시다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혁신을 하겠다는 용기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분이 (당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행동 반경이 얼마나 되겠느냐에 대해선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혁신위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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