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국민 25만원·R&D예산·채상병 김건희 특검·이태원특별법·의정갈등 등 국정 전반 쓴소리
대통령실 "민생문제, 총론적·대승적 인식 같아".. 전국민 25만원은 거부
채상병·김건희 특검·재생에너지 확대·외교정책 변화 4가지 사안은 언급無
與 "영수회담, 협치 물꼬" "형식 구애 없이 계속 만나야"
이재명 "답답하고 아쉬워" 민주 "尹이 전체 발언 85%" "상황 인식 안이.. 향후 국정 우려"
조국혁신당 "결과물 초라한 영수회담 암담" 새미래 "맹탕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2시간 넘게 논의했으나 단 한줄의 합의문도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2시간 넘게 논의했으나 단 한줄의 합의문도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2시간 넘게 논의했으나 단 한줄의 합의문도 없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민주당이 가장 핵심 의제로 삼은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 채상병·김건희 특검과 재생에너지 확대, 외교정책 변화 4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트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민주당과 야당들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맹탕회담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李, 전국민 25만원·R&D예산·채상병 김건희 특검·이태원특별법·의정갈등 등 국정 전반 쓴소리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4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첫 '영수회담'을 열었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지 19일 만으로 회담은 130분간 진행됐다.

이날 이 대표는 약 15분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며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고(故)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 그간 민주당 내에서 영수회담 의제로 거론된 사안을 모두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관해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며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과 신중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R&D 예산 복원을 아우르는 추경을 제안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해서는 국회 공론화 특위를 띄워 의료계와 여야가 문제를 함께 풀어갈 것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관계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 달라"며 "독도와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이런 대(對)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관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또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강력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계신 것을 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들은 뒤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민생문제, 총론적·대승적 인식 같아".. 전국민 25만원은 거부

채상병·김건희 특검·재생에너지 확대·외교정책 변화 4가지 사안은 언급無

이날 이 대표가 여러 사안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의 수용을 요구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민생문제와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는 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며 "민생문제에 대해 깊이,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갈등이 첨예한 정국을 정상화해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선의와 성의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며 "소통과 협치가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실제 현안에 대해서는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 서민금융 확대,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며 "야당이 제기하는 부분은 필요할 경우 여야 협의를 통해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태원특별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의 문제가 있어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특검, 재생에너지, 외교정책 변화 등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독대를 하지 않았고, 때문에 특검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일절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부터 주장해온 에너지고속도로 투자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확대 인프라 조성도 윤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다. 전력 수급 문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남북대화와 대(對)일관계 대응 등 외교노선 전환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오늘 회동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민생 문제와 국정 현안을 논의한 데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충분히 들으려고 이 대표를 초청했고, 특히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정리한 의제를 다 얘기해서 그런 의제들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먼서 "정치의 복원, 여야 협치 시동 등이 바로 지난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이라 보고 있다"며 "오늘 만남이 그런 민심에 수긍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첫 영수회담 [사진=연합뉴스]
첫 영수회담 [사진=연합뉴스]

與 "영수회담, 협치 물꼬" "형식 구애 없이 계속 만나야"

국민의힘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만남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직 국민을 바라보며 민생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제와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국정 현안을 다루기로 했던 만큼, 2시간여를 훌쩍 넘긴 시간 동안 민생경제와 의료 개혁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며 이렇게 전했다.

그는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협력하겠다고 한 데 대해 정부·여당 또한 크게 환영하는 바"라면서 "윤 대통령은 듣고 또 들으며 이 대표가 전한 민심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그러면서 정책적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 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회담은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한 자리였다"며 "그러나 민생과 국정의 주요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소통의 장이자, 대화 정치 복원과 협치의 첫발을 떼는 전환점이자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야당은 물론 여당도 함께하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계속해 갈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대화와 경청, 그리고 소통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답답하고 아쉬워" 민주 "尹이 전체 발언 85%" "상황 인식 안이.. 향후 국정 우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회담에 대해 "크게 기대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에게 영수회담에 대한 소회 말씀을 듣고 싶어 어땠냐고 했더니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민주당은 국정 기조 전환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에 충분히 전달했는데, 비공개회의에서도 관련된 의지가 없었다"며 "이번 총선에서 윤 정권의 일방적 독주에 관한 부분이 심판받았는데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경청'이 아닌 '일방적 변론'만 펼쳤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박 대변인은 회담 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15분 모두발언을 하고 그 이후 (비공개) 회담은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몇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15 정도 됐던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관해서도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는 민생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줘야겠다는 주문을 재차했지만 대통령은 그 입장을 고수했다"며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조국혁신당 "결과물 초라한 영수회담 암담" 새미래 "맹탕회담"

조국혁신당은 이번 영수회담과 관련해 "암담하다"는 입장을 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논평을 통해 "4·10 총선에서 범야권에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줘 이뤄진 오늘 회담의 결과물이 너무 초라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 대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 등 모든 현안에 대해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국민을 대신해 윤 대통령에 물은 것"이라며 "요약하면 '민심이 이러한데 윤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 방향을 바꾸시겠습니까'였다. 윤 대통령의 답은 없었다.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며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번 회담이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 바 있다"며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이 부디 이 마지막 기회를 소중히 여기길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였던 것 같다. 윤 대통령의 무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9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장 중요한 시험에서 백지 답안을 낸 꼴"이라고 혹평했다.

조 대표는 "대통령은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야당 대표가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 물음을 질문지로 만들어 들고 갔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재명 대표를 만난 거냐, 사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려고 만났냐"고 일침했다.

새로운미래는 이번 영수 회담에 대해 '쇼윈도회담'이라며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최성 새로운미래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130분간 회담했으나 결국 소모적이고 정쟁에 불과한 맹탕 회담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향해 "A4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시정연설을 방불케 하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음으로써 생산적인 성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환경을 자초했다"며 "영수회담 전에 의료대란 등 시급한 사안을 집중 의제로 다뤄 윤 대통령과 원칙적인 합의라도 했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빈 수레만 요란한 회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윤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쇼윈도 회담으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이번 회담에서 어떠한 국정기조 전환 의지도 드러내지 않았다. 총선 결과로 받아서 든 민심에는 진정성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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