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병립형·연동형 논쟁.. 이재명 "선거는 승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병립형에 무게
이낙연 "위성정당 포기 전제 준연동형 유지" 김부겸 "민주당 원칙 지키면 국민의힘도 지켜"
친명계 "현실 직시해야" "민주당 소속이라면 민주당 승리 위해 노력해야"
의총서 난상토론 후 '병립형'으로 무게추.. 의원 75명은 위성정당 방지법 촉구하며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듯 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듯 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로 가닥을 잡은 듯 한 모습이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다수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연동형 불가' 입장을 내고 있으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병립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문제는 전체 의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75명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촉구하고 나서 '선거제 개편'으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고비를 맞게 됐다.

내년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지역구 의석수 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으나, 2019년 12월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비례의석을 싹쓸이하며 제도 취지를 무색케했다.

'위성정당'이 문제가 되자 국민의힘은 과거 '병립형'으로 회귀를 일찌감치 당론으로 정했으며, 소수정당들은 거대 양당을 향해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연동형'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당내 병립형·연동형 논쟁.. 이재명 "선거는 승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병립형에 무게

문제는 민주당 내부도 병립형과 연동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탄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은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며 '연동형'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또, 위성정당 출현을 막기 위한 '위성정당 방지법'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으로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이를 막을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국민의힘이 1당을 넘어 과반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 국민 정서를 고려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급의 폭주와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수 없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막고 있지만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상식이 통하지 않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전환에 사실상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낙연 "위성정당 포기 전제 준연동형 유지" 김부겸 "민주당 원칙 지키면 국민의힘도 지켜"

이 대표의 발언에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통해 "말 바꾸고 약속 뒤집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이냐"며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러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나"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이건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라고 전날 이 대표 발언을 정조준했다.

그는 "아무리 선거에서 이겨도, 의석수가 많아도 신뢰를 잃으면 정치는 무너지는 것이다. 이겨서 신뢰를 얻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어야 이긴다"고 주장했다.

친문 중진 홍영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는 극단의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며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위성정당을 내는 것은 결코 안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길이어야 한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정치를 해야 선거에 이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사수에 나선 이탄희 의원은 지역구 불출마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양대 정당이 의석 독과점을 위해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립형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오랜 침묵을 깨고 '병립형 회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렵사리 물꼬(준연동형 비례제)를 트고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치를 희화화시킨 정치권이 다시 퇴행의 길을 가려 한다면 국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원내 1당이 어렵다'는 현실론이 당내에 퍼지고 있는 데 대해 "위성정당 창당 방지법을 만들면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이 법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원칙을 지키면 국민의힘도 지킨다. 현실적인 유혹은 있겠지만 불리하다고 그 유혹에 넘어가면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30일 라디오에서 "저런 소리야말로 자기가 무슨 놈의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인가"라며 "완전히 노무현을 부정하는 얘기"라고 직격했다.

친명계 "현실 직시해야" "민주당 소속이라면 민주당 승리 위해 노력해야"

반면 친명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9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잘못된 것이었다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가자라는 정신을 살리고 논의해야 한다"며 병립형 논의에 힘을 실었다.

친명계 진성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병립형 회귀를 직접적으로 주장했다.

진 의원은 "(준연동형 유지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라고 하는 당초의 당의 방침이나 목표와는 영 상반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며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병립형 회귀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이 많나'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절반을 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소속되어 있는 의원들이 다당제가 지고지선이라고 자꾸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의석을 헐어가지고 다른 소수 정당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게 하자'고 하는 게 자기모순 아니냐? 자가당착 아닌가?"라며 "그분들은 왜 그러면 민주당에 소속되어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노력하시는 거냐. 민주당에 남아서 정치할 이유가 뭐가 있나? 다른 정당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의총서 난상토론 후 '병립형'으로 무게추 "병립형도 괜찮아".. 의원 75명은 위성정당 방지법 촉구하며 반발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선거제 개편'을 놓고 3시간여에 걸친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치적 책임'이 따른다면 감당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당 지도부가 '병립형 선택'에 무게를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 75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촉구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병립형으로의 회귀가 당론이나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모든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다. 특정 제도가 선이고 악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약속했던 부분을 파기할 때는 국민적 사과와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병립형이 악이 아니다'는 취지와 '국민적 사과'는 준연동형을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약속을 파기하는 데 따른 부담을 지겠다는 차원으로, '병립형 회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한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파기할 경우 대국민 사과 등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의총에서 선거제 포함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선거제에 대해 연동형,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 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연동형 절반은 권역별 비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병립형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병립형으로 갈 경우 비례대표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연동형'에 대해 "연동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중요 전제는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원내 지도부를 포함,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에 합의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선 이른바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비례 후보를 안 내면 국민 선택권을 없애는 것", "일단 이기고 보는 것이 최선" 등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발언들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 전체 의석 가운데 절반 수준인 75명은 지난 28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위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도 이날 오후, 지역구 후보자 추천 수의 1/5이상 비율로 비례대표를 추천하도록 하는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비례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이탄희 의원의 결단과 희생을 지지한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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