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민진당 집권 3연임 성공...'미중 대리전'서 친중 허우유이 제쳐…미중 갈등 예고
"대만, 전세계 민주-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결정한 것"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 558만6,000표, 득표율 40.05% 기록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13일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그는 친미·독립 성향으로 알려졌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간 첨예한 힘겨루기 와중에 치러져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된 이번 대선에서 대만 민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한 셈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대만과 미국간 협력 관계가 더 공고해지면서 향후 대만해협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예고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8분(현지시간) 총통 선거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6,000표, 득표율 40.05%를 기록했다.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467만1,000표, 33.49%를 기록했다. 제2 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표를 얻어 득표율은 26.46%였다.

현재 집권 민진당은 이번 총통 선거 승리로 3번 연속 정권재창출에 성공해 12년 연속 집권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대만 국민은 지난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권을 8년 주기로 교체하며 심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집권 3연임에 성공한 민진당이 처음으로 이런 '공식'이 깨졌다.

라이칭더 "지구촌 첫 대선 민주진영 첫번째 승리"...40.05% 득표

라이칭더 당선인은 타이베이의 선거 캠프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2024년 지구촌 대선의 해’에 지구촌 첫 대선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진당은 대선과 같이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113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국회에서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능력있는 정부와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이라며 "저는 이 새로운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완전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라이 후보 득표율 40%는 직전 2020년 선거 때 차이잉원 현 총통이 57%(817만표)를 얻어 약 264만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허우 후보는 개표 94%가 진행 중이던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지지자들 앞에 나와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제가 여러분을 실망하게 해드렸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민진당 정부가 미국-중국-대만 관계를 잘 맺어 대만 국민 생활이 안정을 이루게 해달라"며 "지난 8년간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소리를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청렴하고 효율적인 국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만판 제3당' 약진...민진-국민 '양안 문제 대립'에 맞서 민생경제 파고들어 '2030 지지'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3위 커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른바 '대만판 제3당'의 약진이다.

커원저는 국립대만대 의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국립대만대병원 응급의학센터장을 지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장 도전을 선언, ‘무소속 열풍’을 일으키며 국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바 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했고 2019년 민중당을 창당했다.

이번에 커원저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민생 경제를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 

민진당과 국민당이 양안·안보 문제를 두고 연일 정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커원저는 높은 집값과 낮은 임금 등 당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에 대한 정책을 내놨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중 유자녀에게도 저리(低利) 대출을 제공하고, 세금 감면 등을 통한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커원저는 지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집권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2030 청년층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5일 여론 조사 기관 관젠조사 발표에 따르면, 민중당의 20~39세 지지율이 25.0%로 민진당(19.2%)을 앞섰다. 지난달 23일 메이리다오전자보의 여론조사에서도 30~39세 민중당 지지율이 32.7%로 민진당(27.6%)을 넘어섰다. 국민당은 노년층·보수층이 주된 지지층이다. 민중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이번 선거 유세에서 대만 신(新)정치의 새싹이 되겠다’는 뜻을 담아 초록색 새싹 핀을 꽂고 커원저를 응원했다.

커원저와 민중당의 약진은 대만 정치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접전 끝 패한 허우 후보로서는 지난해 11월 성사됐던 국민당과 민중당간 후보 단일화 합의가 이견으로 인해 끝내 불발된 것이 치명타가 됐다.

대만 전문가들은 2030의 표심이 이번 선거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됐는데 실제로 이들의 지지를 업은 커 후보가 애초 여론조사를 기초로 한 예상보다 높은 27%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만 20~29세 유권자는 285만명, 30~39세는 323만명이다.

2030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업은 커 후보가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40년 가까이 이어진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생겼고, 향후 대만 정치권에서 민중당의 입지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입법위원 선거에서 국민당과 민진당이 각각 51∼52석, 민중당이 8석, 무소속 2석을 가져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민중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커 후보는 개표 결과에 대해 "역시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당과 민진당의 벽이 높았다"면서도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 대만에 국민당과 민진당만이 아니라 민중당도 있음을 알렸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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