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국립대 총장, 올해 대입서는 최대 50% 자율모집 건의.. 정부 수용
전공의들 "대통령과 정부가 신용불량 상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도 반대"
의대교수들 "숫자 조정 의미 없다" 의협 "어설프게 추진했다고 자인한 셈"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50%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4/644270_449632_2621.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50%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앞서 6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들이 2025학년도 대입에서 증원된 의대 정원을 상황에 따라 절반까지 줄여서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한 것을 수용한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에서 한발 물러났으나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가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의대 증원 규모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사직서 제출이나 진료 축소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2000명 증원'이 비과학적 정책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개 국립대 총장, 올해 대입서는 최대 50% 자율모집 건의.. 정부 수용
지난 18일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2025학년도 대입에서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을 학교 상황에 따라 절반까지 줄여서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국립대 총장들은 2천명 증원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무리한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중재안'을 내 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19일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특별브리핑을 통해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어, 의료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했다"며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혁의 중심에는 항상 환자가 최우선이다.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환자와 국민을 위해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을 추진해 왔다"며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 내부 견해 차이도 좁혀지지 않았으나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가 과학적·합리적 단일안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2000명으로 확정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1000명까지 축소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종의 출구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내년에 2000명을 모두 늘리지는 못하지만 자율 조정 기간이 끝나면 2000명 의대 증원 목표는 이루게 된다. 동시에 기존 방침에서는 유연성을 보이면서 의사 측과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조치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의대교수들 "숫자 조정 의미 없다" 의협 "어설프게 추진했다고 자인한 셈"
다만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정안을 계기로 집단행동이 해결 국면으로 갈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사단체에서는 정부의 2000명 증원안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비상대책위원장 겸임)은 "(큰 폭의 증원 시) 교육여건이 안 된다고 의대 교수, 의대 학장이 총장에게 계속 얘기해도 총장들은 정원만 받아두자고 독단적으로 신청했다"면서 "이제 줄인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지적했다.
고범석 전의비 공보담당(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전의교협이나 전의비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고, 정부가 조정을 발표해도 (이 입장은) 마찬가지다. 지금 숫자 조정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정부 발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면서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건의한 것을 보면 2천명이라는 의대 증원의 근거 자체가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고,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보건의료 정책을 어설프게 추진했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정원을 조정한다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 원점 재검토가 맞다는 점에 힘이 실린다"고 전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점 회귀 외에 숫자의 조정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통령실은 '숫자 조정으로 협의가 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사항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까운 시간만 허투루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도 19일 페이스북에 "기껏 생각한다는 게 허수아비 총장들 들러리 세워 몇백 명 줄이자는 거냐"면서 "잘못된 정책 조언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 원점 재검토하겠다라고 하는 것밖에는 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썼다.
전공의들 "대통령과 정부가 신용불량 상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도 반대"
특히,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니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차관 고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총리 발표 후 "자율 조정은 주먹구구식 아니냐"며 "숫자에만 매몰돼서 동네 마트에서 물건 사듯 협상하는 식인데, 조정된 숫자는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증원 규모를 50∼100% 범위에서 조정한다고 하면 전공의들이 0∼50% 복귀해야 하는 거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며 "나 자신도 복귀 생각이 없고, 다른 전공의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대통령과 정부가 신용불량 상태"라면서 "하루에도 발표하는 입장이 다른데, 오늘 저녁에 대통령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할지 누가 아느냐"고 반문했다.
'미래 의사'들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2천명 증원 정책의 전면 백지화 이후 추계 기구에 따른 과학적인 정원 계산이 기본적인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학생들이 수업 거부와 휴학을 지속하는 이유와 목적은 의대 증원 정책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며 "학생들은 미래 의료인으로서 대한민국 미래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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