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한남동 관저서 오찬.. 사적 인연 극복·통합 메시지
대통령실 출신 9인 TK 출마 선언.. 영남 물갈이 불가피
총선 불출마 선언 한동훈, 2040 비대위 구성하며 물갈이 의지 피력
민주 "보수층 결집으로 위기 모면.. 한심함 그 자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지난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이후 매달 1번씩 회동을 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냄과 동시에 TK에서 영향력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을 앞세워 친박계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차단하고 영남 물갈이로 인한 역풍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남동 관저서 오찬.. 사적 인연 극복·통합 메시지

윤 대통령은 29일 한남동 관저로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12일 만인 11월 7일 대구 달성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60분간 환담을 나누고 함께 사저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현관 앞까지 나와 윤 대통령을 맞이하고 윤 대통령이 사저를 나설 때는 박 전 대통령이 바깥까지 나와 배웅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잇따른 만남은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것을 감안하면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으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사적 감정은 배제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진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10월26일 대규모 경제 협력을 거둔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순방을 마치고 입국하자마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기도 했다.

또, 지난달 7일 대구 달성군 박정희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을 때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대통령실 출신 9인 TK 출마 선언.. 영남 물갈이 불가피

일각에서는 영남 지역에 친윤계 인사 공천을 원하는 윤 대통령이 '공천이 곧 당선'이라고 인식되는 영남권 물갈이로 인한 반발을 차단하기 위해 TK에 절대적 지지층을 거느린 박 전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현재 대통령실 출신 인사 중 9명이 TK 지역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성은경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대구 서구에 출마를 선언했고, 전광삼 전 대통령실 소통비서관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에 출마를 준비 중이며, 이부형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포항 북구에 출마한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구미에는 대통령실 참모 출신 3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은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경북 구미시을에 출마를 선언했고, 강명구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도 구미을에 출마한다. 또, 김찬영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구미갑 혹은 구미을 출마가 점쳐진다.

이밖에 조지연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실 행정관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경북 경산에 출마한다. 경산은 현역인 윤 의원과 조 전 행정관과 더불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가 예상되는 만큼 여권의 3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총선 불출마 선언 한동훈, 2040 비대위 구성 물갈이 의지...최경환 우병우 등  친박 출마자 대비

이런 가운데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한동훈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TK 물갈이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저는 승리를 위해 뭐든 다 하겠지만 제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진 않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2040세대의 젊은 비대위원을 앞세우며 물갈이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앞서 당무감사위원회가 전체 204곳 당협위원장 중 46명 공천 배제를 권고한 결정도 '공천 물갈이'의 초석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강도 높은 공천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준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고 무섭다"며 "우리 당내에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실제로 물갈이가 이뤄질 경우 기존 인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힘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경환 전 총리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 등 친박계 인사들이 TK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박 전 대통령을 찾는 이유로 보인다.

만에 하나 이들 친박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친윤계 인사들의 국회 입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매개로 친박계 인사를 공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권 물갈이는 총선 때마다 반복돼 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52%가 물갈이 됐고, 지난 21대 총선 물갈이 비율은 64%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는 그 비율이 최대 90%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12일 대구MBC 토크와이드에서 "일각에서는 한 90% 정도까지 물갈이가 될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나오고요. 또 일각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전 기재부 장관, 이 두 사람만 안정권이고 다른 분들은 다 물갈이 대상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근무해 봤고 젊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바꿀 수가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만 이분들이 과연 이 지역의 민심을 얻을 수가 있느냐,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고, 하여튼 이분들이 만약 공천받는다면 현역 의원들과 상당히 긴장과 갈등 관계가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또, 이미 공천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는 "공천과 관련해서는 여의도에 떠돌아다니는 얘기는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분은 공천이 거의 50% 넘어간 거 아니냐, 그런 소문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분들이 각 지역에 출마할 분들에 대해서 선별 작업도 하고 영입 작업도 하고 어느 정도 약속도 하고 그런 일들이 좀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 "보수층 결집으로 위기 모면.. 한심함 그 자체"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관저로 초청해 오찬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위기에 처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손 벌리는 대통령의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고 직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법과 정의를 외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에게 번번히 고개를 숙이며 도움을 읍소할 수 있나"라고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댈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아스팔트 부대 뿐인가"라며 "지지율이 급락할 때마다 보수층 결집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윤 대통령의 행태는 한심함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연하장에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민생을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그래서 경청하겠다던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인가"라며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한 것이 태극기 부대의 심기인가"라고 덧붙였다.

임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코 보수층 결집으로 쌍특검법 정국을 강행 돌파하려고 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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