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첫날 30일 여야 '지구당 부활' 정치개혁안 국회 발의...'차떼기'로 폐지된지 20년만에 다시 부활 조짐
지역민심 수렴하는 창구 활용됐지만 불법 정치자금 온상 비판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폐지…중앙당과 시·도당만으로 개편
한동훈'지구당 부활' 포문, 윤상현 등 11명 발의…이재명 '지구당 필요' 김영배 등 34명 발의
개혁신당·조국혁신당 반대…이준석 "구태" 신장식 "돈먹는 하마"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22대국회에서 20년전 정당법 개정으로 사라졌던 지구당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국회가 '채상병' 등 대치와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100석이 넘는 거대 양당은 지구당 부활에 공조하는 분위기다. 반면 의석수가 적은 소수정당들은 반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여야가 모두 전현직 당대표들이자 차기 대권주자들이 '지구당 부활'을 주도하고 나선 점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위원장이 포문을 열었고 이에 차기 당권주자들이 가세하고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긍정적 입장을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구당 부활을 처음 언급했다. 

지구당은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 논란을 계기로 불법 대선정치자금 유통 경로로 여겨지면서 2004년 정치개혁 차원으로 일명 '오세훈법'으로 통칭되는 정당법 개정안으로 '지구당이 폐지'됐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는 첫날인 30일 일제히 '지구당 부활'에 관련한 법률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11명과 지난 30일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와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김영배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 역시 같은날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개정법률안을 제출했지만 정작 내용은 같다. 지구당을 설치한다는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이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같이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까지 3개를 냈다.

주요 내용은 지구당의 부활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개정법률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그 취지는 당원 민주주의 강화와 시민들의 정치 참여, 소통 통로를 확보할 목적으로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에 지역당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지구당 부활' 포문...나경원·윤상현·안철수 지지, 황우여 '검토'

특히 주목할 것은 여야는 모두 전현직 당대표들이 '지구당 부활'에 푸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에서 지구당 부활에 첫 포문을 연 사람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이 지난 28일 최근 총선에 출마했던 수도권 당선, 낙선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선거를 치르며 원외 당협위원회를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수도권·청년·현장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 논란으로 지구당이 불법 정치자금 유통 경로로 여겨지면서 지구당을 폐지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다"면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2대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오후 SNS을 통해 '지구당 부활'에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지만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현장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정치영역에서의 '격차해소'이기도 하다"며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다만 국민의힘이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특권 폐지 정채기혁 과제들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지구당 부활을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인들끼지 뻔한 흥정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청년 세대교체, 정치신인, 수도권 선거 등의 '격차해소'를 위한 정치개혁으로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이 지구당 부활에 동조하고, 황우여 비대위원장도 검토를 지시하면서 '지구당 부활'은 폭발력을 갖고 정치개혁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1대국회에서 서울 동작을 원외위원장으로 정치자금 어려움을 겪었던 나경원 의원은 '지구당 부활'에 누구보다 크게 환영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29일 TV 조선 유튜브 <강적들>에 출연해  "제가 4년간 원외위원장을 하는 동안 너무 고생했다. 굉장히 힘들었다. 한 푼도 안 나오는 게 지금의 정당 구조"라며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용부터 시작해 지구당이 돌아가게 해줘야 한다"며 "(지구당 사무실 금지 등) 법과 제도를 바꿔드리고 당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우리가 다음에 재집권하고, 다음 총선을 이길 수 있다"며 "결국 우리 원외위원장들이 4년을 갈고 닦을 수 있게 만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낙선한 분들을 뵀는데 길어야 한 석달, 짧은 분들은 35~40일 정도 선거운동했으니 당선될 수 있나"면서 "쉼없이 4년 뛰어야 될 수 있고 그런 기반을 만들어드려야 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이어 3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지구당 부활에 대해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외위원장으로 활동을 해보니까, 정치자금 모금 문제”라며 “원내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고 우리(원외)는 못 한다. 비용의 문제, 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이냐. 어느 정도 중앙당에서 지원을 해줄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30일 SNS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한 지역당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충분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이슈라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며 "지난해부터 나는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하며 중도, 수도권, 청년을 위한 전략과 인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고 수도권 험지에서 정당 기반을 강화해 주민들과 소통해나가기 위해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지구당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철수 의원은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지구당이 예전에 비해선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며 "지구당은 아니더라도 당협위원장과 조직위원장들이 사무실도 열 수 있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상황"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그렇게 해서 정치 신인들이 새롭게 등장해서 기존의 정치인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되면 유권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신인'의 정치적 기회를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구당 부활 주요 과제'...김영배 "당원 주권시대, 지구당 부활 필요"

더불어민주당에선 팬덤정치 논란 속에 '당원 민주주의 강화' 차원으로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2일~23일 22대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원 민주주의 강화'에 당선인 모두 한목소리를 냈고 누구보다 '당원 민주주의'에 앞장서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민주주의'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콘퍼런스에서 "'당원들이 당의 주인이다. 대한민국 주인이 국민이다. 국민이 곧 국가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겠느냐"며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많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대중 정당으로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 지위를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대 대선 출마 당시에도 "지구당 부활 및 원외위원장에 대한 후원 허용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당 부활 법안을 발의한 김영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이후 지난 2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 "당원의 발언권이 더 반영되기 위해 지구당 부활 등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제 정당의 역사로 볼 때 시민이 정당의 주인이 되는 시민 정당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당원 주권의 시대가 강화될 것"이라며 "(당원의 발언권 강화를 위해) 당내에서도 그러하지만 법적으로도 사실은 정당이 좀더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지구당도 제도적으로 지금 없기 때문에 '지구당 부활' 문제라든지 아니면 정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의 상임위 전문위원회 활성화 등 이런 정당제도화 문제들이 22대 국회 정개특위, 개헌특위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30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 출연해서도, 자신이 발의한 지구당 부활 법안인 '참여정치 활성화법'에 대해 "생활 근거지 단위에서 참여를 통해서 정치의 효능감을 실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으로서 지구당이 이제는 만들어져서, 정말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화가 이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고 해서 없애다 보니까 지역에 있는 경쟁 체제가 도입이 안 되면서 편법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제는 이걸 좀 정상화해서 시민들의 참여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주고 동시에 시민들도 당당하게 자기 정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도전자의 길을 터주는 게 맞다"면서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서 낫다면 기득권은 포기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수정당 부정적...이준석 "좀 뜬금없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돈 먹는 하마"

문제는 20년 전 지구당이 폐지됐던 이유가 음성 정치자금의 온상이었다는데 있다. 지구당 설치 목적은 예전에도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중앙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었지만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각종 정당선거의 선거사무실로 사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비민주적인 지구당 운영과 사당(私黨)화된 지구당위원제, 막대한 정치자금 폐해 등이 지적됐다.

결국 2004년 3월 여야가 정치개혁 차원에서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당법을 개정하면서 지구당이 사라지고 중앙당과 시도당만으로 재편됐다.

2004년 지구당이 폐지된데에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과정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정경유착의 상징어가 됐던 일명 '차떼기' 사건이 있었다. 지구당 제도의 긍정적인 면이 있음에도 또다시 '거대정당'으로 쏠리는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전면화되고 '거대 양당'이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지구당 부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모양새지만 의석수가 적은 소수정당들은 미온적이거나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를 통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출마자들과 만나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좀 뜬금없다. 지구당 부활은 오세훈 정치자금법과 정치개혁에 의해 많이 사라져가는 과거의 모습"이라며 "정치개혁안으로 지구당 부활을 얘기하는데 20년 전에 이미 오세훈 정치자금법과 오세훈 3법으로 구태로 지목돼서 사라졌던 문화"라고 지적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3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국회가 막 개원한 시기에 한 전 위원장이 왜 지구당 부활론을 거론하고 민주당이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구당 부활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지구당이 더이상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을만한 정치 문화의 혁신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이를 막을 제도적 대안이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두 거대 정당은 이 물음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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