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서 정청래·장경태 주도로 의결…당무위 넘겨
원조 친명 김영진 "계속 설탕만 먹으면 이빨 다 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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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 반영해야" 최초 주장
'명심' 추미애 탈락.. 국회의장 경선 과정서 이미 갈라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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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0일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 예외 조항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는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연임을 위한 개정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견해이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연임용'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예외규정이 신설될 경우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까지 유리해진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즉, 이번 최고위 의결로 이 대표 연임은 기정사실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당내 중진은 물론 원조 친명계 7인회 인사들도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으나 이날 최고위에서는 예외 조항을 신설 하기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친명계가 구명계와 신명계로 분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 최고위서 정청래·장경태 주도로 의결…당무위 넘겨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을 존치하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해 의결한 후 당무위원회에 부의했다.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을, 당헌은 17일 중앙위 의결을 무난히 거치고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당헌은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임기 2년)을 하더라도 2027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의 1년 전인 2026년 3월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예외 조항을 활용해 2026년 6월에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뒤 대표에서 사퇴,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개정안의 초안에서 일부 문구('전국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를 삭제한 뒤 이 대표를 설득해 통과시켰다고 전해진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기존 규정의 완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국민의힘의 당헌을 참고해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자 선출과 관련된 규정에는 대선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에 예외 조항이 있는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사퇴와 관련한 예외 조항은 없기 때문에 이번에 손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방선거가 예외 조항에 있는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에 해당하냐는 질문에 "그러한 사유는 당무위원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날 최고위에서 개정안이 특별한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당대표 사퇴시한 예외규정 외에 당헌·당규 개정안엔 △시·도당위원장 선출시 대의원 권리당원 비율 20대 1 미만 제한 규정 적용 △국회의장단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 선거 시 권리당원 유효 투표 결과 20% 반영 등 당원권 강화 등이 담겼다.

원조 친명 김영진 "계속 설탕만 먹으면 이빨 다 썩어"

박지원·정성호도 이재명에 반기.. 우상호 "대권 후보의 당권 도전 반대"

이번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당내 중진을 물론 원조 친명계 의원인 김영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 설탕만 먹고 있으면 이빨이 다 썩을 수 있다. 이빨 썩으면 나중에 못 싸우게 될 거다"라고 개정안 처리에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당헌 당규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 차원에서 마련된 연석회의에서도 "대권과 당권을 분리한 규정을 둘 땐 필요성이 있어서 아니냐. 권리당원 20%를 원내 선거에 반영하는 부분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다.

3선 중진의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친명 핵심 그룹인 7인회 멤버다. 그는 개정안이 보고된 이후 줄곧 반론을 제기했다.

5선의 박지원 의원은 역시 1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당헌·당규 개정을 구태여 추진할 필요가 있나"라며 "무리한 당헌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7인회 멤버로 친명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당원권 강화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 의원 지난달 라디오 '박재홍의 항판승부'에서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당내 경선에 권리당원투표 20%를 반영하자는 방안을 두고 "당원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것이 아니"라며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하는 쪽으로 섬세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당원들의 대표, 정당의 대표도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라며 "국회의장도 국회의원 전체가 뽑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가장 좋은 건 민심과 당심을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전 의원도 이날 출간한 책 『민주당 1999-2024』를 통해 "당권과 대권 분리는 대권 후보가 당 대표를 겸임하면서 불공정한 경선이 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됐다. 2021년 전당대회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출마하려 했을 때도 만류하는 등 대권 후보의 당권 도전 자체를 나는 일관되게 반대했었다"고 썼다.

더민주혁신회의 중심 신친명계, 원조 친명 밀어내고 당 주류 발돋움

김민석 "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 반영해야" 최초 주장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민주당 내 계파 지형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4·10 총선을 거치며 초선 의원 등이 중심이 된 강성 친명이 민주당 신주류로 부상하면서 원조 친명계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강성 원외 친명 그룹에서 민주당의 최대 계파가 된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가 있다. 이들은 앞서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당심과 명심을 앞세워 추미애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당헌·당규 개정 작업과 관련해서도 당원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며 이 대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2기 출범식 및 전국대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회의원 중심 퇴행적 원내정당을 거부한다"며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론을 정하는 전당원투표를 제도화하고 당원이 공직후보자를 직접 선출할 수 있게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행사에는 박찬대 원내대표와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총출동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4일 BBS 라디오에서 "저는 이 대표가 당대표로서 연임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한 사람"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1년 전에 사퇴를 해야 하는데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있는 경우 당대표가 사퇴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랬을 경우 규정을 새롭게 보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며 "크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명계로는 김민석 의원이 거론된다. 이 대표는 최근 당원권 확대와 정당 개혁 방안에 대해 김 의원의 조언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추미애 의원의 국회의장 경선 낙선 이후 당원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 반영을 최초로 주장한 바 있다.

'명심' 추미애 탈락.. 국회의장 경선 과정서 이미 갈라섰나?

정치권에서는 지난 국회의장 후보 경선 때부터 분화 조짐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당시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와 정청래 의원 등은 '명심'을 강조하며 추미애 의원을 적극 지지했다. 더민주혁신회의 내에서도 추 의원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가 컸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후보에서 사퇴하자 '친명계 내에서 교통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명심'을 업은 추미애 의원이 탈락하면서 사실상 구친명계와 신친명계가 갈라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의원은 사퇴하면서 추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우원식 의원이 초대 위원장을 지낸 을지로위원회 모임에 참석하며 우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반면, 이 대표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며 명분을 쌓기 위해 원조 친명계가 의도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논란이 계속되자 자신의 연임을 위한 당헌 개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즉, 대표는 반대하고, 주변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그림을 만들어 부정적 여론으로부터 대표의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화영 1심 유죄로 사법리스크 현실화.. 당 대표 연임으로 맞대응?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연임이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있다.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커지는 사법리스크 대응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이번 주에 기소할 것이라고 <조선일보>가 10일 보도했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800만 달러의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것이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을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 역시 여당 등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조처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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