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기미가요 '나비부인' 방영, 좌우반전 태극기로 반발
KBS, 9시 뉴스 통해 공식 사과후 이승만 신격화 영화 상영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 확산
전국언론노조 등 92개 언론단체 "KBS 극우친일방송, 땡윤방송 만드는 박민사장 사퇴하라"
박찬대 "KBS 무력화", 이낙연 "미친 정권, 미친 세상" 비난
박민 사장, 임원회의 통해 "국민들에게 불쾌감 드려 죄송"

KBS 1TV가 15일 오전 0시 방영한 'KBS 중계석'의 한 장면. 올해 6월 2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이다. [사진=연합뉴스]
KBS 1TV가 15일 오전 0시 방영한 'KBS 중계석'의 한 장면. 올해 6월 2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오페라 '나비부인'의 녹화본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상현 기자] KBS가 광복절에 일본 기미가요 선율이 나오는 오페라를 틀고 뉴스 날씨예보에 좌우가 뒤집힌 태극기가 그대로 전파를 탄데 이어 이승만을 미화하고 신격화하는 영화까지 방영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反) KBS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KBS는 제79주년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새벽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흘러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데 이어 아침 뉴스의 날씨예보 그래픽에는 좌우가 뒤집힌 태극기까지 나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KBS는 같은 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시청자에게 우려와 실망을 끼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당초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KBS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메인 뉴스인 '뉴스9'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창범, 박지원 앵커는 15일 뉴스를 마치면서 "KBS는 제79주년 광복절에 적절하지 못한 방송 편성으로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큰 심려를 끼친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KBS가 오늘 새벽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에는 미국 국가와 함께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만큼 적절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또 오늘 오전 KBS뉴스 날씨 코너에서 배경화면 일부에 태극기 좌우가 뒤바뀌어 방송되는 실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 조사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영화 '기적의 시작'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적의 시작'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이승만 신격화 영화는 그대로 방영…들끓는 시청자 청원 게시판

하지만 KBS는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은 편성 그대로 방영했다. '기적의 시작' 역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로 논란이 있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편성을 바꾸지 않았다. 당연히 9시 뉴스에서는 여기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은 더욱 들끓었다. 시청자청원 게시판은 글을 올릴 경우 30일 이내에 1000명의 동의를 받을 경우 답변 요건이 충족된다.

현재 '친일파 KBS 박민사장 사퇴 및 수신료 거부', '박민 사퇴요구', 'KBS 사장님 광복절날 뭐하는 짓입니까', '일본 밀정 박민 KBS 사장 사퇴하고 일본으로 가라' 등 박민 사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글을 비롯한 18건이 모두 이 요건을 충족했다. 

가장 먼저 게시판에 올라온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건가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은 16일 오후 2시 30분 현재 1만6483명의 동의를 받았다.

또 이승만 다큐멘터리 영화 방영을 비판한 글도 올라왔다. '광복절 기념 이승만 다큐멘터리 편성 취소하세요'는 9131명의 동의를 받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영화를 광복절에 반영? 이게 정녕 한국 공영방송이 할 짓입니까'(5594명 동의)랴는 글도 큰 호응을 받았다.

수신료 납부 거부에 대한 움직임도 있다. 이미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왜 수신료 내고 친일방송을 봐야 하나'(1437명 동의), '광복절에 기미가요 트는 방송국을 고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수신료 납부 거부합니다'(1165명 동의), '친일파 KBS 박민사장 사퇴및 수신료 거부'(1137명 동의) 역시 청원게시판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요금만 납부하는 법이라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비부인으로 욕 먹고도 광복절에 이승만 미화 다큐를 방송하는 KBS다. TV 수신료를 제외한 전기 요금만 납부하는 법을 공유한다"며 "TV 수신료 부과 대상인 경우 수신료 미납부 시 가산금이 붙을 수 있다. KBS가 괘씸해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납부 거부할 사람만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다른 글에서도 집에서 TV 대신 컴퓨터로 OTT만 본다며 TV 수신료 납부 제외 신고를 하라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다.

"히라가나처럼 보인다" KBS 유튜브 로고 논란까지

KBS가 광복절에 친일 논란으로 들끓으면서 또 다른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1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KBS Entertain' 유튜브 채널의 로고가 일본어 히라가나처럼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KBS Entertain'은 546만 구독자를 거느린 KBS의 예능 전문 공식채널이다.

해당 로고는 사람이 웃는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눈과 입 모양이 일본식 이모티콘인 '헤노헤노모헤지(へのへのもへ字)'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 논란을 제기한 사람들의 주장이다. 호고의 눈과 입은 'Entertain'의 e, n, t를 형상화한 모습이지만 눈을 の(노)로 쓰는 것은 일본식 이모티콘인 헤노헤노모헤지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논란이지만 KBS가 친일 논란에 휘말리면서 오래 전에 그려진 로고조차 친일 논란에 한꺼번에 휘말리고 있는 양상이다.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언론계, KBS노조 "KBS 극우친일방송 땡윤 방송 만드는 박민 즉각 사퇴하라"…박민 사장은 공식 사과

KBS가 친일 논란에 휘말리자 언론계는 강력한 비난 성명을 냈고, KBS 내부 구성원들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를 극우·친일방송, 땡윤방송으로 만드는 박민은 즉각 사퇴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이들 92개 언론단체는 "땡윤방송을 만들던 낙하산 박민 사장은 이제 KBS를 극우친일방송으로까지 만들고 있다. 실무진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 건의도 묵살하면서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한 '기적의 시작'을 기어이 방송했다"며 "KBS에서 벌어지는 치욕적인 일들, 친일·극우 방송의 주범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방송 KBS의 추락을 도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다"며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용산에 정성을 다하는 방송이 되고 있다. 박민 사장은 취임 이튿날 용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더니 자신을 내리꽂아 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광복절 79주년이 되는 날 새벽, KBS는 난데없이 기미가요를 방송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긴 어둠을 뚫고 빛을 회복했다는 광복절 새벽에 KBS 시청자들은 기모노를 보고 기미가요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며 또한 "낙하산 박민 사장과 경영진은 ‘기적의 시작’ 방영과 관련해 내부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묵살했다. 그러면서 사측의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을 결정했다고 한다"면서 "편성권을 운운하면서 결정한 것이 광복절 새벽에 기미가요 방송이란 말인가! 다양성 차원에서 ‘기적의 시작’ 방송을 결정했다는 해명에서는 헛웃음이 나온다"고 성토했다. 

언론단체들은 "취임 1년도 안 돼 공영방송 KBS를 용산의 방송, 극우친일방송으로 만든 자가 어떻게 다시 KBS의 수장이 되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KBS를 용산에 헌납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낙하산 박민 사장은 임기를 채울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도 더 이상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생각을 거두라"며 "더이상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서 빼앗지 말라! 그럼에도 공영방송 장악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은 공영방송을 찾아오기 위해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낙하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의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가뜩이나 수신료 분리고지로 시청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은 지금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다른 위험은 없는지를 챙길 시기에 방영 일정 연기 운운하는 변명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또 KBS본부는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에 대해서도 "실무진들은 영화 자체도 논란을 많이 담고 있을 뿐더라 독립영화 심사에서조차 혹평을 받은 수준에 KBS에서 방송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반복해서 제시했다"며 "사측이 편성권을 운운할 자격이나 실력이 있기나 한가"라고 힐난했다.

이어 "광목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를 이룩해 온 역사를 살피며 공동체 미래를 제시해야 할 광복절에 어떻게 기미가요를 독재자 미화에 앞장설 수 있느냐. KBS을 일컬어 'NHK 서울지국'이라는 모욕적인 비유도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KBS PD협회도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이승만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한다면 방송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방송이 된다면 사장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해당 영화는 어떤 방송국에서도 절대 편성되어서 안되고 특히나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서는 절대 방송되면 안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를 위해 제주 4.3 사건과 4.19 혁명을 폄훼해 당사자와 유족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고 내용은 국민 대다수의 역사 인식과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방송으로 나갔을 때 필연적으로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에 따르면 박민 사장은 16일 임원회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에게 사회 이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방송을 통해 위안을 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드린 것에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통해 공영방송 역할과 맡은 책임에 대해 더욱 고민하며 열심히 챙기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KBS가 광복절에 기미가요? 우연일치인가" 이낙연 "국가기간방송이 광복절에 기미가요? 미친세상"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가장 강하게 투쟁하는 것 중 하나가 방송장악을 막는 것이다. 언론개혁은 중장기 과제이고 지금은 정권 입맛에 맞는 방송으로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부와 싸우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KBS가 상당히 무력화돼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KBS가 광복절에 오페라 '나비부인'을 올리면서 기미가요가 나왔는데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국민들의 의구심이 많다. KBS가 이 부분을 설명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16일 SNS을 통해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친일매국행동을 변론하는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에 앉혔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정부 주도 광복절 기념식을 거부하고 광복회 주도 광복절 기념식을 따로 하게 만들었다. 정부 주도 기념식에서는 독립운동과 광복의 역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건너뛰고 딴소리만 했다. 국가기간방송이 하필이면 광복절에 기미가요와 기모노를 국민에게 듣고 보게 했다"며 "이 정도면 미친 정권, 미친 세상이다.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보수다. 국가 영혼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짓밟는 작금의 난장은 보수도 아니다. 그것은 보수를 참칭하는 매국"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민규 개혁신당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KBS가 광복절 첫 방송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송출한 사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KBS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KBS의 기이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날 일기예보에서 태극기는 좌우 반전된 것이었고 지난 1월에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독도가 포함된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보도 화면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KBS보도 문제를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우려되던 일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임명 이후에도 뉴라이트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글을 본인 SNS에 공유하고 청문회에서 뉴라이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할 때부터 이미 예측된 결과다"며 "KBS는 구태의연한 이념 전쟁의 전장이 되기를 자처하지 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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