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최악 조건에서 일궈낸 승리”
권성동 “당 지도부 나름 역할...韓 유리한 국면 형성”
이준석 “금정서 20% 넘는 격차...그대로 인정해줘야”
박지원 “죽어가던 韓에게 힘 실렸다”
韓, “변화시킬 것”...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대외활동 중단·의혹 규명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옛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옛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텃밭을 지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정갈등 국면에서 나름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11월 예고된 사법리스크에 앞서 리더십을 안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보궐은 한 대표의 리더십이 평가받는 선거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대패하고 당정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보수 텃밭 지역마저 수성하지 못하면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 대표는 선거기간 6차례에 걸쳐 금정 지역 곳곳을 누비며 ‘정권 심판론’에 대항해 ‘일꾼론’을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논란에는 대통령실에 강하게 해결을 요구하며 민심을 달래려 했다. 

개표 결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로 크게 이겼다. 민주당 김경지 후보는 38.96%를 얻는데 그쳤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선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50.97%를 얻어 민주당 한연희 후보(42.12%)를 눌렀다. ‘김 여사 리스크’가 연일 터지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텃밭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최악의 조건에서 일궈낸 소중한 승리”라며 “마지막 날 밤 12시 공식 선거운동이 종료하기 직전까지 한 대표가 유세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직접 도보유세를 했다. 그런 진심이 금정시민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친윤계도 한 대표의 공을 인정했다. 권성동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저조해서 이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잘 했고 선거 캠페인을 잘 벌였고, 당 지도부도 나름의 역할을 해서 방어를 잘 했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정구 선거 같은 경우에는 용산이나 친용산계 의원들의 사실상 소극적 참여 속에서 한 대표가 상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는 양태로 치러졌다. 그런데 20% 넘는 격차가 나왔으면 그건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텃밭은 사수한 한 대표가 향후 윤 대통령에게 독대 등을 통해 민심을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당 차원의 움직임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조차 “만약에 선거에서 패배했으면 (한 대표에 대해) 또 다른 비판이 나올 수 있었는데 그걸 봉쇄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한 대표한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고 본다”고 봤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죽어가던 한 대표에게 힘이 실렸다. 만약 한 대표가 선거에 패배했다면 (윤 대통령과의) 독대도 없고 이미 친윤들과 대통령실에서 ‘나가라’라고 와글와글했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하든 안 하든 한 번 붙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에 더 강한 요구들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라를 생각해서 소중한 기회를 주신 것을 잘 안다”며 “선거 현장에서의 말씀은 ‘지금 이대로 가면 너네 다 망한다. 나라 생각해서 너희에게 기회를 한 번 줄 테니 너희가 한번 바꿔바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와 쇄신을 하라는 것이었다”며 “제가 앞장서 정부·여당을 쇄신하고 변화시켜서 야당의 헌정 파괴 시도에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며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등을 재차 요구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변화는 미지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확실하게 만들었다”면서도 “완전한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이 ‘뻔한데 이기는 게 뭘 대단하냐’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한 대표가 얘기하는 걸 새겨듣지 않을 수도 있어서 독대 성과까지 보장받은 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 같은 경우 ‘벌써 4표나 이탈했는데 난 더 이상 막을 자신이 없다. 안 받으시면 우리 당 의원들이 민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수용하면 우리가 민주당하고 협상해서 독소 조항을 없애고 재발의하겠다’는 식으로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김 여사 부분에 선제적 조치를 해야만 대통령 탄핵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이제는 고민을 끝내고 액션으로 옮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면서도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니다. 당장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아직 권력은 대통령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직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100% 들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전남 영광군에서 각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전남 영광군에서 각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사진=연합뉴스]

, 진보당·조국혁신당과 경쟁서 텃밭 사수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들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혁신당은 일찍부터 조국 대표가 직접 ‘호남 한 달 살이’를 하는 등 당 차원에서 전력을 쏟았다. 진보당은 전국에서 온 당원들이 마을 쓰레기 줍기, 교통정리 등 생활밀착형 선거운동을 펼치며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 1위로 부상해 긴장감을 더했다. 이에 민주당도 한준호 최고위원이 ‘한 달 살이’에 나서고 이재명 대표가 영광 지역을 4차례 방문하는 등 공을 들였다.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정청래 전 최고위원도 지역 곳곳을 도보로 돌아다니며 힘을 보탰다.

투표 결과, 민주당의 공고한 조직력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영광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일 후보는 41.08%로 진보당 이석하 후보(30.72%), 혁신당 장현 후보(26.56%)를 제쳤다. 곡성군수 선거에선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55.26%로 35.85%를 얻은 혁신당 박웅두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뜨겁게 보내주셨다”며 “대선 직후인 지난 8회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보수진영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다. 윤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이번 경험은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자산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나. 모두 전국정당,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이미선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아쉽게 낙선했다”며 “분명한 것은 이제 진보당은 어제의 진보당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석하와 진보당의 힘찬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대로, 오직 민심을 받들고 실현하는 진보당의 ‘섬김의 정치’, ‘진심과 헌신의 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이 대표에 대한 두 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이 대표의 리더십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교수는 “이 대표는 안방인 호남에서 민주당의 대표로서의 정치적인 인정을 최소한 받았다. 무엇보다 호남에서 혁신당과의 경쟁에서 확실하게 앞서가는 포인트를 만든 건 플러스 알파”라며 “앞으로 전개될 사법리스크에 대해 나름대로 가장 악재는 일단 막고 시작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한테 졌는데 이번에 곡성뿐만 아니라 영광의 3파전에서도 10% 이상 이겨냈다”며 “이 대표 리더십 안정화에 기여하게 됐다. 11월 사법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부산 금정에서 혁신당과 단일화했음에도 졌기 때문에 동진정책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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