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과거 주지사 지낸 곳에서도 패배, '중도사퇴' 가능성 제기
트럼프,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지위 확보
트럼프, 경선 흥행에도 수억 달러 벌금에 자금난.. 2020 대선 패배 재현?
WSJ "바이든 대신 해리스 밀자".. 헤일리 "바이든 재선이 트럼프 복귀보다 더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대세론을 굳혔다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대세론을 굳혔다. 하지만, 각종 사법리스크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며 대선 완주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재선 도전을 포기하라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헤일리, 주지사 지낸 곳에서도 패배, '중도사퇴' 가능성 제기.. 트럼프 사실상 대선 후보 지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 시각) 실시된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99% 개표 상황에서 59.8%의 득표율로 39.5%를 획득한 헤일리 전 대사를 20.3%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며 승리했다.

이미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모두 승리한 트럼프는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반면 헤일리는 자신이 주지사를 지냈던 곳에서조차 패하며 더 거센 퇴진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시작 5분 만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 본부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이것은 기록적인 승리"라고 자축했다.

그는 "우리는 11월5일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은 해고다. 나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이 경선 조기 개최 4개주로 정착한 2008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섰을 때를 제외하고 한 후보가 4개 경선 모두 승리한 것은 민주·공화 양당에서 트럼프가 처음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층의 지지세에 힘입어 한때 트럼프를 바짝 추격했던 지난달 뉴햄프셔에 이어 '정치적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패배하면서 레이스 초반 '반전'의 기회를 모두 잃었다.

그럼에도 헤일리 전 대사는 패배 승복 연설에서 "후보 한 명이 나서는 소비에트식 선거는 안 된다. 다수의 미국인이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이 때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선 지속 참가 의사를 밝혔다.

헤일리는 "우리는 내일 (다음 경선이 열리는) 미시간으로 향하고, 그 다음 주 '슈퍼 화요일(3월5일)' 경선을 치르는 주들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헤일리의 중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폴리티코는 25일 "헤일리 캠프는 그동안 그녀의 완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면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캠프 관계자들은 헤일리가 예비선거에서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공화당은 슈퍼 화요일 이후 3월12일 조지아·하와이·미시시피·워싱턴 4개주, 3월19일 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캔자스·오하이오 5개주, 3월23일 루이지애나 경선까지 끝나면 대의원수 기준으로 약 70%를 마치게 된다.

민주·공화 양당은 주별로 경선을 마친 후 공화당은 7월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경선 흥행에도 수억 달러 벌금에 자금난.. 2020 대선 패배 재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으나 각종 사법리스크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6일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가 대출을 위해 기관에 허위 데이터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 3억 5500만 달러(약 472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금액을 내지 않아 매일 누적되는 11만2000달러의 이자, 그리고 지난달에 역시 뉴욕에서 작가인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8330만달러를 주라는 평결을 받아 트럼프는 현재 뉴욕주에만 4억540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트럼프는 두 사건 모두 항소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판결 금액에 해당하는 공탁금을 현금이나 유가증권으로 내야 한다. 이를 지불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상태라면 본선이 시작되는 7월께 트럼프의 선거자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최악의 경우 선거 자금이 없어 본선을 치를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부금 모금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의 소송 비용으로 쓰일 것을 우려해 기부자들이 돈을 내기 꺼린다는 것이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DC의 고위 공화당원들과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률 비용으로 너무 많은 정치 자금을 쓰고 있고, 소액 기부가 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기부금 액수나 기부자 수에서 모두 밀리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는 5천600만달러(약 74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현금 보유액이 3천50만달러(406억원)에 그쳤다.

아울러 WP의 분석에 따르면 기부자 수도 작년 11월 기준 바이든 캠프가 17만2천명으로, 트럼프 캠프의 14만3천명을 앞질렀다.

특히, 여러 건의 형사·민사 재판에 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으로 선거자금이 상당 부분 흘러 들어갈 가능성 때문에 기부금 모금에 더 차질이 빚어였다고 WP는 진단했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 대선 때도 자금난에 봉착하며 TV 광고를 상당 기간 중단했던 적이 있다. 그 결과 당시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패했다.

WSJ "바이든 대신 해리스 밀자".. 헤일리 "바이든 재선이 트럼프 복귀보다 더 우려"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도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퀴니피액 대학이 지난 15~19일 유권자 14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바이든이 다음 임기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논설위원인 홀먼 W. 젠킨스 주니어는 지난 20일 "이제는 '해리스 대통령'을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칼럼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내세울 것을 제언했다.

젠킨스는 러시아에 점점 유리하게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미국 의회에서 표류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상황 등을 소개한 뒤 이 같은 난관에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중을 결집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어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이 옆으로 비켜설 때"라며 "(검사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에게서 미국인들은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겠다는 믿음을 실제로 가진 민주당 출신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선구자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현재의 두 선두 주자(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없는 자질을 보여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유력 매체 칼럼니스트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베테랑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작년 9월13일자 WP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소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공화당 경선 후보인 헤일리 전 대사도 바이든이 트럼프 보다 더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2일 보도된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의 인터뷰 중 "나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되찾는 데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바이든이 재선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해 훨씬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미국 최초의 흑인·인도계·여성 부통령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되기엔 다소 부진한 지지율을 보인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36.7%에 불과하다. 응답자의 51.9%는 그의 업무수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밖에 휘트머 주지사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휘트머 주지사는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중요한 경합주를 이끄는 인물이다.

지난 2018년 주지사 경선에서 승리해 2022년 재선에 성공했으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부의장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워낙 인지도가 낮아 부통령이나 행정부 주요직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인 미셸 오바마도 후보로 거론된다. 영국 베팅사이트 벳페어에 따르면 미셸 오바마는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 다음으로 선호되는 후보다. 그는 11%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해리스 부통령(6.3%)보다도 높은 수치다.

미셸 오바마는 정치에 대한 뜻을 내비친 적은 없지만, 민주당 내에서 그를 후보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전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인 더글라스 맥키넌은 미셸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부상할 수 있고, 민주당이 그가 출마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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