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뉴클리어 파워".. 'CVID' 비핵화 아닌 '핵군축 시대' 열리나
국정원 "트럼프-김정은 스몰딜 가능성".. 미북 협상서 한국 '패싱'?
정부 "비핵화 지속 추진" "북한, 핵보유국 지위 불가능"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인 2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만일 트럼프 2기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인정할 경우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스몰딜(핵군축·핵동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북합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패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 "김정은, 뉴클리어 파워".. 'CVID' 비핵화 아닌 '핵군축 시대' 열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친 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발언을 하는 도중에 "이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도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며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정확한 의중을 아직 알 수 없으나 외교가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집권 1기 당시 김 위원장과 '비핵화' 합의를 추진했으나 '하노이 노딜'로 마무리됐다. 

당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요구하며 북한의 선제 행동을 요구했고, 북한은 단계적 이행을 원했다.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함에 따라 미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진 상태다.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새 정당 강령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개념을 삭제하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했다. 

현재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곳이다.

이들 외에 사실상 핵을 가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은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이들 국가는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이들 국가와 같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더 이상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면 '핵군축'이나 '핵동결'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일부만 폐기하고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은 인정하는 것인데 이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국정원 "트럼프-김정은 스몰딜 가능성".. 미북 협상서 한국 '패싱' 우려

우리 정부도 미국과 북한의 스몰딜 가능성을 예상해 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트럼프 2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야 정보위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트럼프에 대해 "스스로 과거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제1기 (정부의) 대표적 성과로 인식, 김정은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충성파인 리처드 그레넬을 특임 대사로, 협상론자인 알렉스 웡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미국과 북한이 스몰딜을 추진한다면 북한은 핵시설과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결하거나 감축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 및 북·미 수교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그럴 경우 한국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전술핵 등에 노출된 상태가 유지돼 안보 불안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 의제가 '비핵화'가 아니라면 한국이 패싱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 당사자 지위를 가질 수 있지만 북미 협상에서는 굳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으로 외교적 대응력이 떨어져 있는 만큼 '패싱'을 당할 소지가 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따라 북한이 오는 22일 개최하는 제14기 제12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발언을 내 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체적인 대미 정책을 발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비핵화 지속 추진" "북한, 핵보유국 지위 불가능"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후 정부는 즉각 북한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지속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NPT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위반해 불법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국은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일치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와 긴밀한 한미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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