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화재 현장 동행하며 '갈등설' 봉합.. 피해 상인 패싱에 보수 진영서도 쓴소리
민주 "국민의 아픔을 정치쇼 무대와 소품으로 여겨" "정말 매정한 대통령"
이준석 "불난 집에 한 번 더 아픔 얹어" 허은아 "이러니 '약속 대련'이라는 것"
국힘, 야당 비판에 "비정해.. 정치쇼로 폄훼 사과하라"

화재 피해 상인은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재해 현장을 '화해' 무대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재 피해 상인은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재해 현장을 '화해' 무대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화재 현장상인을 외면한 '윤석열-한동훈의 봉합'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형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함께 방문하면서 갈등설을 잠재우는데 성공했으나 정작 화재 피해 상인은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재해 현장을 '화해' 무대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수논객조차도 "아주 부적절한 정치 연극"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한, 화재 현장 동행하며 '갈등설' 봉합.. 피해 상인 패싱에 보수 진영서도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의 만남이었다.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만나 90도 각도로 깍듯이 인사를 건넸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후 어깨를 툭 치고 감싸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함께 소방본부 관계자로부터 화재진압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점검을 마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열차로 같이 타고 갈 수 있으면 갑시다"라고 제안했고 한 위원장은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은 후 함께 전용열차로 향했다고 한다.

열차 안에서 두 사람은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이 동석한 가운데 마주 앉았다고 한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길게 주고 받았다"며 "(갈등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다. 저희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인 반응과 이후 나온 한 위원장의 발언을 볼 때 최근 불거진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날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현장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상인 대표는 '대통령께서 직접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대통령의 방문에 화답했고 현장 상인들 모두가 대통령에게 박수로 감사를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여 있던 200여명의 상인들은 울분을 토해 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대통령과 만남이 있을 것이라며 먹거리동 2층에 모여 있으라고 했으나 면담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소방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고 대기하고 있던 한동훈 위원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태흠 충남지사 등과 현장을 둘러본 뒤 먹거리동 1층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1층 입구에서 김경제 서천군의회 의장 등 일부 피해 상인들과 만난 뒤 곧바로 건물을 빠져나와 곧장 서울로 떠났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주민들로 가득차 경호상의 문제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 김태흠 지사가 따로 2층에 머물던 상인들을 만나 지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상인들에게 "여러분들이 2층에 모여있는 걸 전혀 몰랐다. 1층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 상인들인 줄 알았다"라며 "경호처도 실수했지만, 저 또한 여러분들이 2층에 있는 줄을 몰라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상인들은 "실제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는 한 마디 위로나 면담도 없이 불구경하러 온 것이냐"거나 "사진만 찍고 간 것이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 현장인 서천시장에서 벌어진 윤과 한의 아주 부적절한 정치 연극"이라며 "어이가 없다. 무슨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불에 타 엉망이 되어 버린 잿더미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이 무슨 화해 연극을 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을 같이 방문한다'는 화해의 쇼로는 다른 장소가 어울리지 않겠나.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며 "그런 장소에서 두 사람이 만나면 언론들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나. 누가 재난 시찰이라는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민의 아픔을 정치쇼 무대와 소품으로 여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의 아픔을 정치쇼 무대와 소품으로 여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 "국민의 아픔을 정치쇼 무대와 소품으로 여겨" "정말 매정한 대통령"

야권에서는 더욱 날선 반응이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뉴스에서 화제가 된 것은 재난 현장에 가서 그 분들을 위로하는 모습보다 갈등을 빚던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 간의 화해의 모습"이라며 "자신들의 권력 다툼에 대한 화해를 위해 재난의 현장을 장식품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추운 날씨와 거센 눈발에도 대통령을 기다린 피해 상인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넬 시간이 없었나. 정말 매정한 대통령"이라고 직격했다.

박주민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두 사람은 피해가 난 공간을 자신들의 재회의 장소로 사용했다"며 "그것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신 상인들의 생업의 장소다. 만남을 위한 드라마의 배경 세트장이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상인들이 느끼셨을 분노와 절망을 저 또한 느낀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상인에게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칠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을 대하는 것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라고 다를 바 없다. 대통령에게 '피해 상인들을 뵙고 가시지요'라는 정도의 건의도 못 하나? 화재현장을 그저 대통령과의 갈등 봉합을 위한 그림을 잡는 정도로 여긴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동용 의원도 페이스북에 "평생 일군 가게가 잿더미로 남아 상인들은 엄동설한에 발만 동동 구르는데, 이 참혹한 현장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디올백 사과'와 관련한 갈등을 봉합하는 정치 행보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한 위원장이 시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데 대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특검을 거부하더니 이제는 '명품백'의 '명'자도 꺼내지 못하게 찍어누른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23일 오후 서천특화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지원과 관련해서 정부 부처에 꼼꼼히 내용을 따지고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긴급 경영 지원을 활용해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며 "상인들에 대한 코로나19 원리금 상환을 최소한 6개월 정도 유예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불난 집에 한 번 더 아픔 얹어" 허은아 "이러니 '약속 대련'이라는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불난 집에 한 번 더 아픔을 얹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2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국민의힘 관계자가 상인들에게 '이번에 대통령 오실 것 같으니 애로사항이 있으면 이야기하면 된다'고 미리 말해서 200명가량 모여 계셨다"며 "그런데 서천 현장에 대통령께서 체류하셨던 시간은 20분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화재 현장에 가서 피해 입으신 분들을 안 만날 거면 왜 간 건지, 구경하러 간 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현장에 가는 것은 피해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기 위해서인데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빠진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허은아 최고위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국민들에겐 현장 민생 소통이 절실하다. 서천 화재 현장에서 한 비대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면서도 정작 피해 상인들의 눈물을 외면한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해석을 부른다"고 말했다.

허 최고위원은 "민생의 아픔마저도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 의도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이러니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도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백번양보해서, 경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민생 현장이 아니라 용산 집무실에서 페이퍼 보고 제대로 받고 제대로 민심을 챙겨달라. 현장 '쇼통'은 민생 복장만 터질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힘, 야당 비판에 "비정해.. 정치쇼로 폄훼 사과하라"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응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야당을 향해 비정하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모든 것을 정쟁화하는 민주당 특유의 DNA는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물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까지 한달음에 서천으로 달려간 그 마음에 여야가 따로 있겠나"라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치쇼' 운운하는 민주당 모습은 무도함을 넘어 비정하다"며 "게다가 난데없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에도 조롱 섞인 억지 비난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 국무위원, 어린이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한 것이 왜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정희용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치에도 최소한의 예의와 금도가 필요하다"며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사고 현장을 찾아 크게 슬퍼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러한 현장 행보를 하나의 '정치쇼'로 폄훼했다"며 "민주당의 저급한 현실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윤 대통령과 여당에 흠집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에 공당으로서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지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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