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금지된 초진환자·병원도 한시적 허용
의협 비대위, 정부 발표에 대해 '입장문' 내

가운 벗은 의사들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진=연합뉴스]
가운 벗은 의사들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양성모 기자] 정부가 최근 전공의의 줄사직으로 인한 의료계 혼란을 막고자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전면 시행해 의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비판하고 나섰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 유행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지난해 6월부터는 재진과 의원 중심 원칙을 갖고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후 국회를 중심으로 법제화가 추진중이다.

비대면 진료는 그동안은 '의원급'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에는 초진부터 허용됐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극히 일부만 가능했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확대되면서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이나, 초진이라도 평일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원급 이상의 비대면 진료도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병원급 이상에서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만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정도로 엄격히 제한됐다.

비대면진료 혹은 조제의 실시 비율을 30%로 제한했던 규정이나, 동일 의료기관에서 환자당 월 2회 비대면진료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의약품 재택수령은 기존대로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로 제한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께서 일반진료를 더 편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형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면서 상대적으로 위중도가 낮은 환자들은 종합병원 등 2차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업무 과중과 환자의 장시간 대기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보건의료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 등 발표 내용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지금까지 간신히 유지되던 현 의료 시스템을 일순간 망가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한 것은 정부"라면서 "정부의 무리한 정책 강행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희망을 잃고 병원을 사직하면서 의업을 포기하였기에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또 비대위는 "박민수 차관은 의료법 제15조를 언급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으니 업무개시명령은 적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한 적이 없다. 진료 거부라는 것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가 진료를 할 수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차관은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건수가 6113건으로 의사 업무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이것이 의사가 부족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가는 이렇게 낮게 묶어두고 의사 수만 늘리면 어떻게 되겠냐"며 비판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진실을 호도하지 마시고, 재난상황을 스스로 만든 책임을 지고 억압이 아닌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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