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평상시 대비 수술 절반만 가능.. 의료대란 이미 시작
정부, 수련병원 전공의에 진료유지명령 발령.. 공공병원·軍병원 총동원 비대면진료 확대
이준석 "의대 증원 규모 비현실적, 약속대련 의심" "입시현장 혼란 불가피"
이재명 "의대 정원 확대로 정치쇼 의도" "비상대책기구 만들어 의협과 논의"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실상 의료대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에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던 정치권에서도 갈등 중재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전공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전임의 채용을 늘리고, 수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정부가 의도적으로 의사들의 반발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정부의 증원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지적하며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걸 조정하는 척 하면서 표를 가져가려 하는 약속대련"이라는 의심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는 '정치쇼'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브란스병원 평상시 대비 수술 절반만 가능.. 의료대란 이미 시작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속속 떠나면서 암수술, 출산, 디스크수술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각 병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전공의 총파업'을 가정하고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 공백에 대비해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공지했고,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의 부재로 수술을 절반 이상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하루에 2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데 전공의들이 이탈하게 되면 절반 정도만 수술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세브란스병원뿐만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했을 때 혼란이 가중하지 않도록 수술과 입원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대체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등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각 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임상강사, 펠로 등으로 불리는 '전임의'들도 가세할 경우 감당하지 못할 상황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정부, 수련병원 전공의에 진료유지명령 발령.. 공공병원·軍병원 총동원 비대면진료 확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는 한편 공공 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필요시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책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한다.

우선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올해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었던 광역 응급상황실 4곳을 조기에 가동하고,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실 운영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 중단에 대비하고자 대형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전환하고, 경증과 비응급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들도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개원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 공백이 확산할 경우에는 보건소도 연장 진료를 추진하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도 주요 의료기관에 배치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 환자 위주로 맡고, 경증 환자 등을 종합병원과 같은 2차 병원에서 맡게 되면 외래 진료의 수요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이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의미"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이나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시간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며 "오늘부터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이날부터 운영한다.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증, 응급치료가 거부되는 등 피해를 입은 경우 국번없이 129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 상담뿐 아니라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에 대한 지원을 추진한다.

박 차관은 "정부는 불법적 집단행동에 대해 법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범정부적인 대응을 더욱 강화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의대 증원 규모 비현실적, 약속대련 의심" "입시현장 혼란 불가피"

정부가 전공의 총파업을 대비해 각종 대책을 공개하고 있으나 협상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협상을 통해 숫자를 늘리고 줄일 문제가 아니다"라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의사단체의 반발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19일 "비현실적인 증원규모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걸 조정하는 척 하면서 표를 가져가려 하는 또 다른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져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서는 때로는 선을 넘는 공약이 나오기도 한다. 한줄로 정책을 발표해서 극적인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면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표됐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나온 표를 얻기 위한 공약과 국가를 책임진 대통령이 천명하는 정책은 다른 목적과 과정으로 탄생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선택이 개개인의 삶에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파급효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터져나오는 '좋아 빠르게 가' 식의 국가운영은 국가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며 "몇년간 이어지던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가 국회의원 선거 두달 앞두고 발표되는 것이 오비이락"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선 "수능이 9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3000명이던 의대생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린다는 발표가 입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모르는 것인가"라면서 "입시 현장은 갑자기 의대를 준비하게 된 최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광풍으로 혼란의 도가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1인당 외래진료회수가 15.7회로 OECD 1위라는 것은 우리의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오스트리아는 우리보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2배가 많지만 평균 수명은 우리보다 2년 이상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의사 부족에 따른 문제보다는 특정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문제"라며 "소아과 등의 비인기과 공급 증대를 목적으로 한다고 양의 머리를 내걸고 실제로는 고소득 직군인 의사 직군을 때려서 일시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보기 위한 개고기를 팔아서야 되겠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다는 이유로 주당 69시간을 넘어서 평균 77.7시간을 노동하도록 강제받는 전공의들을 보면서 그들의 노동 요건을 개선시킨다거나 전임의를 추가로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정치"라며 "코로나 때는 그들의 희생을 칭송해 맞이하던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그들을 희생양 삼으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관훈토론회에서도 "(치료를)잘하거나 못하거나, (병원이) 서울에 있거나 지방에 있거나 가격 격차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같은 값이면 서울로 간다'는 인식으로 KTX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다"면서 "연간 100명 이하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지자체만 34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런 지역에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부담하며 누가 소아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를 운영하겠느냐"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의사에게 공공심을 갖고 지방에서 일하라는 말은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과 다름없다"면서 "개인적 입장으론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수준으로 호남지역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연구 목적의 카이스트 의대 정도만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의대 정원 확대로 정치쇼 의도" "비상대책기구 만들어 의협과 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9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는 '정치쇼'라며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상하는 건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의대정원을 10년간 연간 400명씩 증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여당 반응이 어땠나 생각한다"며 "400명의 5배 되는 2000명을 당장 증원하면 지금 의대들이 수용할 수 있겠나. 정책 당국이 몰랐을까. 예측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정도 바보는 아니겠죠"고 꼬집었다.

이어 "항간에 이런 시나리오도 돌아다닌다. 정부가 도저히 실현이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 다음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누군가 등장해 규모를 줄이자고 이야기하는 그런 정치쇼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라며 "저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생 국정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권력 사유화 아닌가"라며 "사회 갈등 혼란 해결을 위해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를 늘리는 문제는 단순히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 국정 과제이고 고차방정식"이라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같은 정확한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국민을 살리는 실효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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