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의료대란 현실화 초읽기
한덕수 총리 “국민생명 볼모 안 돼…환자 곁 지켜달라
”의료노조 “파업 반대”…내부 비판 목소리도
김윤 “의사들 이번에도 정부 상대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듯”
정형선 “의대 증원 반대는 한국이 유일”
국민 76% 의대 증원 ‘찬성’
복지부 “업무개시명령‧비상진료체계 가동 할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우정 법무부 장관 대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우정 법무부 장관 대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빅5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며 오는 20일 부터 근무중단을 밝혔다.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디 의료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등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솟는 와중에 보건의료노조 등은 파업 반대를 주장하며 내부 비판 의견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응답하는 등 국민여론도 의사 집단행동에 싸늘한 반응이다.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전원이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에 반발해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 전원이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에 반발해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5’ 20일부터 근무 중단…의협 비대위 “의료 대재앙 맞이할 것”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빅5 병원 전공의는 모두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 중 약 21%에 해당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23개 병원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의료대란이 현실화 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의료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당시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했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20일부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입원·수술은 응급이나 중증도에 따라 최소화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하대학교와 인천성모병원 전공의들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가천대길병원 전공의 196명 중 레지던트 24명과 인턴 18명이 사직서를 냈다.

또 인하대병원은 전공의 158명 중 레지던트 28명과 인턴 36명이, 인천성모병원에서는 전공의 92명 중 레지던트 19명과 인턴 1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집단 휴학 및 이에 준하는 행동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18일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에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직후 이런 내용을 담은 성명을 냈다. 

의협 비대위는 "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은 의사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억압하고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한국 의료를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으로 만들고,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의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다시 한번 정부에 경고한다"며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자유시민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만약 정부가 국민과 환자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의료 시스템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의대 정원 확대 더 늦출 수 없다” 

1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초읽기에 들었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 의지를 굽히지 않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국민 생명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며 “부디 의료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주기를 부탁한다”고도 호소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 의대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한 명도 늘지 않았다”면서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높아지는 의료수요에 비해 지금의 의대 정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면서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함께 장기간 신중하게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차질 없는 추진을 재차 약속했다. 4대 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 4대 개혁 과제로 구성됐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의료현장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지방병원 육성과 필수 의사 확보를 통해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지역의료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도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의사들이 형사처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일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무엇보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게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면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흔들임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사협회‧보건의료노조 “파업 반대”

대한간호협회 [사진=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 [사진=연합뉴스]

의사단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추진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는 ‘파업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의료진들은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면서도 파업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의사가 의료현장을 떠나면 그 타격은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지난 1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의사단체가 예고한 집단행동에 대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조 회장은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는 사실상 ‘개원의 단체’로 봐야한다”며 “종합병원에서 수술하고 중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의사들의 총파업에는 반대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숫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2000명으로 곧바로 밀어붙일지 혹은 상한선으로 정해두고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늘릴지 등 합의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령 올해 의사들 저항이 심한 관계로 1000명만 증원하고 내년에는 공공의대를 설립한 뒤 500명에서 1000명까지 점차 늘리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의 보건노동자들도 파업을 만류하는 분위기다. 

대한간호사협회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의사단체를 향해 “의료인의 책무와 본분을 저버리지 말아달라”며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법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 등이 소속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국민 촛불행동을 제안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비판하고 진료 중단 사태를 방지하자는 데서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의대 증원에 맞선 의사 집단 진료 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국민이 나서서 진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환자를 살려야 할 의사들이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며 집단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반의료행위로서 의사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파악한 상황에 따르면 벌써부터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입원 날짜가 미뤄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수술실 등 필수업무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의대 증원은 의사들이 맞서 싸우려는 정부의 야욕이 아니라 의료 붕괴의 재앙을 막기 위한 국가적 과제이고 국민의 요구”라며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막기 위해 국민·시민사회·국회와 지역사회가 범국민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행동으로는 ▲집단 진료중단 의사에 항의와 호소의 메시지 보내기 ▲집단 진료중단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기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진실 알리는 내용 전달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진료 정상화 설득 ▲집단 진료중단을 막기 위한 국민촛불행동 등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9일 전공의 집단사직과 진료 중단에 따른 환자 피해 사례와 의료 인력의 고충 사례를 전면 조사해 국민 앞에 공개하고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모든 국민들과 국민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내부에서 비판 "의사들, 이번에도 정부 무릎 꿇릴 수 있다고 생각"

의료계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 내며 집단행동 준비 [사진=연합뉴스]
의료계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 내며 집단행동 준비 [사진=연합뉴스]

한편, 의사들 내부에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의사협회 파업 또는 전공의 파업은 예정된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며 "2000년 이후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의사들이 정부 정책 중에 의사들에게 손해가 난다고 하는 정책은 파업으로 매번 좌절시켜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들은)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 '수가를 올려주면 해결될 문제를 왜 문제를 의대를 늘리려고 하나'라는 주장만 계속해서 반복해 왔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런 주장이 파업을 위한 수순이었다고 설명이다.

그는 정부와 의협이 28차례를 만나고도 의협이 같은 주장만 되풀이해 진전이 없었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의사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법에도 없는 의료현안협의체를 만들어서 1년간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의사협회는 정부가 앞으로 의사가 부족해진다는 국책 연구기관과 서울대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의료취약지에 부족한 의사 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제시한 데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 믿을 수 없다’라거나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안 된다’는 억지주장만 지속했다. 

특히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제시하라는 정부 요청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애초에 증원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는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내건 과거 파업 때 승리의 경험으로 이번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정부는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언제든 의협과 열어놓고 협상해야 한다"면서도 "의협은 지난 20년간 파업으로 정부를 계속해서 무릎 꿇려온 승리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는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의협회장의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발언이 이런 의사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에도 늘리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는 미래가 없다. 국민들이 돈은 돈대로 내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의사 파업에 무릎 꿇으면 의사들은 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18일 연합뉴스에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료인력 확대를 가로막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비판했다. 

전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리고 있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나서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프랑스 등 각국의 의사 파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의사 증원'이 파업의 이유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일본 같은 나라는 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에 오히려 찬성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있었던 의대 증원 시도에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정부가 굴복했던 사례를 남긴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일본 후생노동성·의사협회와 면담한 결과를 보면 일본은 지역 의료 수요를 추계, '지역 틀'을 적용해 지난 10년간 의사 인원을 확대해 4만3천명 가량의 의사가 늘었지만 집단행동과 같은 의사단체 반발은 없었다.

일본의사협회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반대는 없었으며, 지역 틀로 선발했던 것도 의사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독일 또한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는 대표적 선진국이다.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해 이기일 복지부 차관·한국 기자단과의 면담에서 "독일의 의대 정원 또한 충분치 않아 연내 5천명 이상을 증원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독일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보다 인구가 다소 많은 독일(8천317만명)의 경우 공립 의과대학의 총정원이 9천명을 넘지만, 이를 1만5천명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6천708만명)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모두 8천639명을 뽑았다. 이는 2031년까지 1만5천명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독일과 영국의 의대 입학 정원은 각각 우리나라의 무려 5배에 달하게 된다.

프랑스, 일본 등도 고령화 추세에 맞춰 의대 정원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국민 76% 의대증원 긍정적…의사 단체행동에 국민 여론 싸늘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여론은 의사 증원에 대해 여전히 80%가까이 찬성이 높다.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데 대해 유권자의 76%가 긍정적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16%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의견을 유보하겠다는 응답은 9%였다.

지지하는 정당이 국민의힘인 응답자의 81%, 더불어민주당인 응답자의 73%가 긍정 평가했다. 의대정원 확대에 여야 지지자 간 이견도 없었던 것이다.

의대 증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의사 수 부족·공급 확대 필요(40%) ▲국민 편의 증대·의료서비스 개선(17%) ▲지방 의료 부족·대도시 편중(15%) ▲특정과 전문의 부족·기피 문제 해소(4%) 등이 꼽혔다.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의료 수준·전문성 저하 우려(16%) ▲의료 문제 해소 안 됨·실효성 미흡(14%) ▲성급함·몰아붙임·준비 미흡 및 과도하게 증원(이상 12%) ▲의대 편중·사교육 조장(11%) 등이 거론됐다.

이처럼 응답자의 76%가 의대 정원 확대가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답한 만큼, 민심과는 동떨어진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사직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받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복지부 “의사 공백으로 환자 사망하면 법정 최고형”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0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10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정부는 전공의들의 '잡단 근무 거부'에도 의대 증원 정책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며 '비상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등으로 병원을 떠날 경우 곧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의사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1년 이하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도 처해질 수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동일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만일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굉장히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복지부는 ‘과거와 같은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차관은 "2020년과 같은 (고발 취하 등의)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구제가) 집단행동을 쉽게 입으로 담고 행동으로 옮기는 대한민국 의료계의 문화를 더 강화시킨 거 아닌가"라고 밝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해 전공의들의 연락처도 모두 확보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연락처 수집과 관련해) 모든 법적 검토를 마쳤고 합법적인 법률 근거에 따라 이날 연락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심각한 진료 차질이 빚어지면 진료보조(PA) 간호사와 군 병원의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을 동원해 의료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국립대 의대 겸임교수 늘릴 것 

한편 박민주 복지부 차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8차 회의’ 브리핑에서 “의학교육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초의학 등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수련 과정에서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수련제도 개선과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원을 한 번에 2000명이나 늘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도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국립대 의대 겸임교수를 늘리기로 했다.

응급의학과 등 의료 인력 부족이 언급되는 필수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교수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다.

공무원 조직 정원을 조정하는 행정안전부의 복수 관계자는 지난 1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의대 입학 정원이 늘면서 교수 1명이 담당하는 학생수가 과도하게 늘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겸임(겸직) 교수의 정원을 적절히 늘려 비율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내년도 국립대 의대 학생 정원 배정 절차를 마치는 대로 오는 4월 시작되는 공무원 정기 직제에서 국립대 의대 교수 정원 증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 의료 분야는 교수 1인당 학생수 법정 기준(8명)보다도 여유 있게 교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2000명에 대한 학교별 배정 기준이 3~4월 나오면 기획재정부와 인건비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방향에 공감하며 “행안부에서 증원 규모를 알려 주면 협의해 예산을 최종 확정 짓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법인화)를 제외한 부산대·경북대 등 9개 국립대 의대 교수는 1200명이다. 법정 정원 감안 시 단순 계산한다면 2000명 증원에 따라 늘어나야 할 교수는 250명이다. 의대 교육 과정이 6년인 점을 감안하면 사립 의대 포함 1000여명의 교수 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비상진료체계 가동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부와 지자체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이미 운영 중이고, 관계부처와 지자체, 공공병원 등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입원·중증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의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지방의료원 35곳, 적십자병원 6곳과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비대면 진료도 대폭 확대하겠다"며 "파업 시에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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