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국회의장 후보 탈락에 강성 당원 분노 폭발.. 2만명 탈당 신청
이재명 "당원 역할 강화할 것".. 김민석 "당내 경선 시 당원 의견 10% 반영하자"
김진표 "건강한 노사모는 노무현도 비판" "현재 팬덤 정치, 대의민주주의 큰 위기"
"기계적 중립 탈피? 조금 더 공부하라" "국회의장 중립 의무 덕에 조정력 생겨"
김만흠 "정당민주주의에 역행하면서 국회 개혁 말할 수 없어"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하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된 뒤 당원들의 분노가 분출하자 당원 권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곧 임기를 마치는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하겠다는 주장을 하자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 탈락에 강성 당원 분노 폭발.. 2만명 탈당 신청

이재명 "당원 역할 강화할 것".. 김민석 "당내 경선 시 당원 의견 10% 반영하자"

최근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우원식 의원에 패하면서 당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추 당선인의 탈락에 대한 반발로 탈당을 신청한 당원이 무려 2만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21일 당원들과의 난상 토론에 이어 23일에는 탈당 당원들에게 온라인 편지를 보내면서 당원권 강화를 약속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원이라는 자부심, 당의 주인이라는 책임감 누구보다 크셨고,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어느 때보다 많았기에 '대리인이 주권자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불신, 배신감이 더욱 컸음을 절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할 일부터 주저 없이 해나가겠다"며 "당원들의 주권 의지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당원들의 의지를 모아 당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당 운영과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강화하는 방안, 당원국 설치 등 당원과의 일상적 소통 참여 창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모두 열어놓고 제안받고 검토하고 또 토론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당선인들도 22~23일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1박2일간의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당원권 강화 확대를 약속했다.

이들은 "당원은 민주당의 핵심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당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한다"고 밝혔다.

당선인들은 워크숍 이전부터 김민석 의원이 처음 제안한 '10% 룰'을 중심으로 당원권 강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김 의원이 말한 '10% 룰'은 원내대표 선거, 국회의장 선거 등 당내 경선 시 당원 의견을 10% 반영하는 안이다.

김 의원의 첫 제안 이후 장경태 최고위원은 20%를 언급했고, 나아가 양문석 당선인은 50% 비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배 의원은 2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시민이 정당의 주인이 되는 시민 정당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당원 주권의 시대가 강화될 것"이라며 "시민 주권의 시대, 당원 주권의 시대라고 하는 방향성은 분명한 거 아니냐"고 했다.

이어 "팬덤이라고만 볼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이 총선 결과로 나왔기 때문에 이 총선 결과를 존중하는 전제에서 다양한 논의가 당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건강한 노사모는 노무현도 비판" "현재 팬덤 정치, 대의민주주의 큰 위기"

민주당의 이러한 시도는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전체가 아닌 일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일부 지지층에게 편중된 팬덤 정치에 몰두하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23일 국회의장 후보·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에 대해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 직은 국회의원이 (뽑는 것이) 우리 당이 오랫동안 정착해온 일종의 선출 과정의 룰"이라며 "민주당이 지난 몇 십년간 만들었던 원칙, 오랜 토론은 지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원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당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당내 체제가 사실 불비하다"며 "부분적으로 어떤 선거에 (당원 투표 비율 등을) 몇 퍼센트를 더 반영한다는 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당원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곧 임기를 마치는 김진표 국회의장도 연일 민주당의 팬덤 정치에 대해 쓴소리를 날리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21일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서 "언제부턴가 진보당 내 민주주의가 점점 약해지다가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당 대표와 당 지도부의 지시와 결정만 있다"며 "국민들로부터 다수당을 위임받은 제1당으로서의 야당은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원내, 당내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성 지지층의 폐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김 의장은 "정치인 한 두명이 당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됐다)"며 "소위 말하는 '수박', '왕수박' '중간수박' 이런 식"이라며 "보수·진보 대립과 팬덤정치의 폐해가 결합하면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역적이나 배반자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팬덤 정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장은 "건강한 초기 팬덤이었던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뭐할 거냐고 묻자 첫마디로 '노짱 감독'이라고 했다"며 현재의 팬덤 정치가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팬덤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한 지역구 유권자가 20만명이라고 하면 당원이 아무리 많아야 1만명 정도라 당선에 기여하는 것은 5%밖에 안 되고 나머지 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이라며 "팬덤이 국회의원 당선에 기여한 것은 0.1%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적 중립 탈피? 조금 더 공부하라" "국회의장 중립 의무 덕에 조정력 생겨"

김진표 의장은 앞서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일제히 기계적 중립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조금 더 공부하라"며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김 의장은 5일 방송된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그나마 당적이 없으니까 또 법상 중립의 의무를 부여하니까 그래도 조정력이 생기고 양쪽 얘기를 들어보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며 "만약에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 된 행정을 하면, 편파 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타협 안 하는 정치가 한국을 멍들게 한다. 과거에는 다수당인 여당이 대체로 국회의장을 했지만 2002년 정치개혁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비판·감독하기 위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기로 한지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도 (원래 당적이던) 민주당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비판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직무를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인 만큼 특정 정파나 정당이 아닌 국회를 대표한다는 의미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지명하기도 했다. 임명된 국회의장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날치기 처리를 주도하거나 여당 단독으로 의안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 16대 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한 이만섭 전 의장은 "날치기만은 안 하는 의장이 되겠다"라고 선언했고, 재임 시절인 2002년 국회법 20조 2항(국회의장 당적 보유 금지)을 통과시켜 헌정사상 처음으로 무당적 국회의장이 됐다.

김만흠 "정당민주주의에 역행하면서 국회 개혁 말할 수 없어"

언론들도 김 의장의 쓴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계일보는 22일 사설에서 "국회를 떠나는 입법부 수장의 고언에는 여야 정치권이 진지하게 경청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권리당원의 뜻을 최대 20%까지 반영하겠다고 한다"며 "국민 전체의 대의제 기구인 국회의장 선출에까지 개딸들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23일 사설을 통해 "지금 돌아가는 민주당 상황을 보면 김 의장의 말에 토씨 하나 틀릴 게 없다"며 "국민 전체 뜻을 받드는 대의제 기관인 국회의장까지 개딸 입김대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쟁점 법안들까지 강성 당원들 의중대로 결정하겠다고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폴리뉴스 김만흠 논설고문은 지난 13일 칼럼에서 민주당이 중립을 지키고자 했던 역대 국회의장들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개혁 과제인 진영정치, 패권정치를 개혁의 이름으로 거리낌없이 전면에 내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당내에서 국민의 보편적 의사보다 특정 정파적 시각만 강화된다면 민주당의 혁신회의가 내건 '당원중심 정당혁신'과 '국민주권 정치개혁'은 공존하기 어렵다"며 "당원과 보편적 국민이 유리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2대 국회의 개혁 과제는 민주당의 패권 실현이 아니라 보편적 민심에 충실한 대의정치의 구현"이라며 "정당민주주의에 역행하면서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 개혁을 말할 수 없다"고 짚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