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000명 증원도 ‘최소한의 확충 규모’”
40개 의과대학장 “단기간에 수용 불가…의대 증원 350명으로 재조정”
국민 80% 증원 찬성... 그러나 “2025학년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현실적 불가능”
정치권 “내년부터 어떻게? 2000명 고집 말고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에 반발하며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공의 55%인 6415명이 무더기 사직하여 환자를 치료할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이며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의대증원 규모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의료계에서는 내년도에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며 당초 제시한 350명 증원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여론도 80%를 넘나드는 찬성여론에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 추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방에서는 '의사 증원'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사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당장 2025년 내년도 의대 입학생 부터 의대 학생수를 2000명 증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주장에 있다. 내년 의과대학 입학생 부터 2천명을 증원하면 지금부터 9개월도 안남은 2025년도 수능체제, 의대 교육체계, 수련체계가 그에 맞게 모두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의료증원 규모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내년 2025년부터 의대생 2000명 증원은 불가능'하다면서 '점직적 대안, 현실적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의대 2000명 증원은 시대적 과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주요 수련병원 100곳 수련병원 전공의의 55% 수준인 6천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758명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며 다시 한번 ‘법대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결의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며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대 증원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추진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에서 나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의대 정원은 현재 135명이지만 1983년에는 260명이었다"며 "40년 간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반해 의대 정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 "의대 증원 근거 연구자료, 신뢰성 충분" 해명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이 애초부터 잘못된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 중 서울대 교수팀 연구 결과가 전체 분량의 요약본으로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증원안을 만들면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팀 등의 보고서를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는 “서울대 교수 자료는 공개를 문의했지만 요약본만 공개 가능하다고 답변받아 이를 제공했고, 근거 자료 세 개 중 두 개 보고서 원문을 제공했음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문의 없이 불충분한 자료에 기반하여 증원을 추진한다는 추측성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학장들 "증원 규모, 350명 건의…2000명 증원 철회해야”

신찬수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찬수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이 대통령과 복지부의 강력한 주장에도 의료계는 당장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은 불가하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은 "단기간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2000명이나 늘리는 건 의대에서 수용할 수 없는 규모"라며 정부의 의대 증원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교육관에서 열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기자회견에서 KAMC 소속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대표단은 "단기간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2000명이나 늘리는 건 의대에서 수용할 수 없는 규모"라며 정부의 의대 증원책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KAMC는 정부 측에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년 의약분업 때 줄인 350명을 제시했지만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이 정부에 건의했던 증원 규모는 평균 2000명을 넘겼다. 

지난해 복지부가 의대·의전원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 상대로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5학년도에 2151~2847명 증원을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신찬수 KAMC 이사장은 "지난해 교육부 주관의 수요조사 당시 각 대학(원)의 실제 교육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점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정부의 2000명 증원책은 KAMC가 2025학년도 입학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전국의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사 2000명 증원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면서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의료체계 수립전략 하에서 의사인력 충원 계획을 재조정하고 의료인력 수급을 조정할 법제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80% “의대증원 찬성"...그러나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 같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국민 80%안팎으로 의대 정원 증원에는 찬성 여론이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자체 조사한 결과,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대해 응답자의 76%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을 했다. (본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또한 지난해 12월1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에 의뢰한 결과,  응답자의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89.3%는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본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16명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다)

'교육주체 4만여명'의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운 48.6%이 증원에 긍정적 응답이 높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서울특별시교육청을 통해 '교육주체 4만8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방식'에 공감하는지에 대해 48.6%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2025학년도 입시부터 2000명으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9.4%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고, 39.7%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강득구 의원은 “의대정원 확대는 정부의 큰 결단이고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단순히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극심한 의료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지역 의대신설,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 검토 및 추가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야권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 증원? 현실적 불가능..수능9개월도 안남아 입시현장 사교육 광풍 불것"

야권에서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당장 2025학년도 부터 2000명 증원 규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점진적 증원'의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걱정된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일은 단순히 산수 문제가 아니며 정원 확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실효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의대정원을 연간 400명씩 증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여당 반응이 어땠나 생각한다"며 "400명의 5배 되는 2000명을 당장 증원하면 지금 의대들이 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공공의료·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을 위해서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공공의대 설립, 또 지역의대 설립·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합리적인 방식과 점진적으로 적정한 수의 의사 수를 늘리고 공공·지역의료를 확충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에서 "수능이 9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3000명이던 의대생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린다는 발표가 입시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모르는 것인가"라면서 "입시 현장은 갑자기 의대를 준비하게 된 최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광풍으로 혼란의 도가니"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몇년간 이어지던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가 국회의원 선거 두달 앞두고 발표되는 것이 오비이락"이라며 "비현실적인 증원규모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걸 조정하는 척 하면서 표를 가져가려 하는 또 다른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져가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결국 의사 부족에 따른 문제보다는 특정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다는 이유로 주당 69시간을 넘어 평균 77.7시간을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노동 요건 개선, 전임의 추가 고용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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