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계, 국민 못 이겨..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을 것" 국힘 "집단행동 멈춰야"
전공의 55% 사직·1630명 근무지 이탈.. 의료대란 현실화
'전공의 없는 병원' 마지노선 2~3주.. "그 이상 버티기 힘들어"
정부 "의대 증원 협상 대상 아냐".. 서울의대교수협 "연쇄 사직시 파국" 공개 토론 제안

정부와 여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며 협상 의지가 없음을 못 박았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며 협상 의지가 없음을 못 박았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 단체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며 협상 의지가 없음을 못 박았다. 여당도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미 예고된 의사 단체의 반발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100개 병원 전체 전공의 1만3000명의 6천명이 넘는 6415명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의료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尹 "의료계, 국민 못 이겨..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을 것" 국힘 "집단행동 멈춰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참모진으로부터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돌입 등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이러한 취지로 발언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과거 정부에서 의대 증원이 수차례 무산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의대 증원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의료계 일각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회자하는 데 대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일부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느냐"며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집단행동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계에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경고음도 함께 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아픈 국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며 "그런데도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20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업무 거부에 들어간 데 대해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지역 필수 의료가 붕괴되는 현실을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당사자가 환자의 곁을 떠나는 모순된 행동 벌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무조건 증원은 안된다며 반대하며 벌이는 집단행동을 지금이라도 멈춰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사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공의 여러분은 집단행동을 멈추고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 고려할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돌아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의 심각한 문제인 필수 의료인과 의사 과학자 양성 및 지방 의료 강화 방안을 내놓음과 동시에 이를 위해 필요한 의료 인력의 확대 규모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사 절대 부족으로 대표되는 의료 수가 문제 개선 ▲ 황폐해진 지방 의료현장 붕괴를 막는 획기적 지원 및 발전 방안 ▲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경감 ▲ 의사 과학자 양성 등을 정부와 의사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공의 55% 6415명 사직·1630명 근무지 이탈.. 의료대란 현실화

정부와 여당, 의사단체의 강대강 대치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약 절반 가량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근무지를 이탈하며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3000명 중 55%에 달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인천의 경우 전체 전공의 540명 중 325명(60.2%)이 사직서를 냈고,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319명 중 70%가량인 224명이 전날 사직서를 낸 후 이날 오전 출근하지 않았다. 조선대 병원, 광주 기독병원 등을 포함한 광주·전남 주요 병원 전공의들 300여명이 병원을 이탈했다.

제주도 병원의 전공의 103명(파견 전공의 포함)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무단결근했다. 도내 전체 전공의 73% 수준이다.

대구에서도 552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들은 필수 유지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북 지역에도 113여명이 집단행동에 나서 교대 근무에 나섰다.

경남 도내 주요 10개 병원 전공의 478명 중 390명(81.6%)이 사직서를 제출해 이들 중 일부는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피해 접수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9일 오후 6시 기준 3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이 2건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 중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진료 업무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등 조치하고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는 환자 곁으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정원이 증원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를 생각하면 여러분이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들에게는 "최근 의사 집단행동을 불안과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집단행동으로 피해상황이 발생하면 129로 전화하면 지원해 드리겠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없는 병원' 마지노선 2~3주.. "그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빈 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장기화할 경우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3주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부담이 크다. 급하지 않은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고, 당직에 교수들을 대거 동원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더라도 30∼50% 정도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하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비상근무 당직 체계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이분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8월 의료계 총파업 당시 수술 취소, 진료 차질 등 '의료대란'이 벌어지자 결국 정부가 2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문제는 4년 전에는 '파업'이었으나 이번에는 '사직'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의료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하루 연차를 쓰고 집단행동에 참여하거나, 무기한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는 '파업'의 개념이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아예 사직서를 제출한 터라 상황이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루속히 갈등이 봉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의대 증원 협상 대상 아냐".. 서울의대교수협 "연쇄 사직시 파국" 공개 토론 제안

의료 대란이 불가피 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고 있다.

대통령실은 18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국가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의대증원 숫자 2000명에 대한 조정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19일 브리핑에서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예측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하면 2000명이라는 숫자는 많지 않다"며 "협상을 통해 숫자를 늘리고 줄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오후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로 발표한 '2000명'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최소한의 숫자라는 점을 국민들에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정부에서 정한 증원 규모인 2000명이 상당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숫자라는 점을 강조할 것을 보인다. 정부는 2000명의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이 숫자가 현재의 의자 부족 실태에 비해 부족한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규모와 관련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합리적인 추계를 통해 나온 숫자인지, 절대 과도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갈 것"이라며 "2000명은 정부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확대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사 단체 가운데서는 정부와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은 19일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의과대학 증원 관련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공개 토론을 복지부에 제안했다.

정 위원장을 필두로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진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전공의들의 파업을 막아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궁극적으로 의료대란을 막고 환자들의 안전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정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행렬을 내버려 둔다면 전임의, 교수들의 연쇄 사직으로 번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오랫동안 외면한 채 합리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한 데는 의료계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의 안위나 전공의들의 신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게 목표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위엄을 내려놓고 의대 교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