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김경수·박광온 등 비명계 융단폭격 "혼자서 민주당 정체성 바꿀 권한 없어"
친명 옹호, 진성준 "중도보수 스탠스, 진보 지향"...정동영 "유럽 기준으로는 중도보수"
국힘 "보수 사칭.. 중도층 노린 정치쇼" 개혁신당 "대권 탐욕 가면극"
참여연대 "집권 위한 태세 전환"
유승민 "국민의힘, 이 대표 우클릭에 대비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정체성에 대해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해,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정체성에 대해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말해,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내 비명계는 물론 당밖에서도 전방위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7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민주개혁정당이자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중도개혁정당'으로 당 정체성을 규정해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보수정당'이라고 정체성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외연확장 명분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이 대표의 '우클릭' 전략에 비명계는 '민주당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실용주의, 흑묘백묘론을 펴며 '우클릭' 전략을 써왔던 이 대표가 이제는 아예 '중도보수정당'이라고 당 정체성을 못박자 비명계는 일제히 '70년 유구한 민주당의 당 정체성을 혼자 결정할 수 없다'며 융단폭격을 날렸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의 발언을 지지하고 나서 민주당은 '당 정체성' 계파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뿐만아니라 당밖에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정의당도 이 대표의 발언에 '보수 사칭''대권노린 가면극'이라며 맹비난하고 있고, 그동안 이 대표에 우호적이었던 참여연대도 '집권위한 태세 전환'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부겸·김경수·박광온 등 비명계 발칵 "혼자서 민주당 정체성 바꿀 권한 없어"

이재명 대표는 18일 진보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우리는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보고 우클릭했다는 것은 프레임"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19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데 아니냐"며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면서 '중도보수론'을 재차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며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갑작스런 '중도보수정당'으로의 일방적 선언에 '민주당 정체성'을 강조해온 비명계는 발칵 뒤집혔고, 일제히 이 대표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령의 내용을 바꾸려면)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70년 자랑스런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고 꼬집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보수층 국민들의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민주당이 돼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지사는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이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붙들고 있었고, 그 고민을 담아 미완성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 '진보의 미래'"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유능한 민주개혁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지난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 드렸다"며 당내 합의가 안된 사안이라 점을 지적했다. 

최근 '일곱번째나라LAB'을 통해 '7공화국 개헌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있는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중도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내 집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정부의 역사적 성취는 성장주의의 결과가 아니다"며 "인적자본에 투자하고 불평등을 완화해서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이 민주당이 발전시켜왔던 '사람 중심 성장전략'이었다"며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를 흘려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장해야 나눌 수 있다는 '선성장 후분배' 메시지는 공정을 능력주의로 포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민주당은 모두를 위한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총선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과연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직격했다.

양 전 의원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등의 연장선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언으로 여겨진다"며 "이재명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필요할 때마다 정당의 가치를 뒤집는다면 어느 국민이 그 정당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실용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냐"며 "실언이라고 인정하고 민주당 지지자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 역사가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권한이 4년짜리 대표에게 있지 않다"며 "민주당 의원님들이 나서서 민주당의 노선이 중도 진보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명·중진 옹호, 진성준 "중도보수 스탠스, 진보 지향"...정동영 "유럽식 기준이면 민주당 중도보수 정당"

이 대표가 '민주당=중도보수'를 선언한 것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속도를 내고 있는 우클릭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넘어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친명계와 중진 등은 "민주당은 중도보수가 맞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지만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의장은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데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할 만한 그런 스탠스가 맞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스탠스로 보면 진보정당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있다. 진보당이나 정의당에 물어보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선의 정동영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식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말 중도보수 정도의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사민당(사회민주당)은 확실한 진보정당이지만 (우파 정당인) 기민당(기독민주당)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거기도 굉장한 진보로 보인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與 "보수 사칭.. 중도층 노린 정치쇼" 개혁신당 "대권 탐욕 가면극"

민주당 정체성에 대해 당내 거센 비난과 동시에 당 밖에서도 국민의힘은 물론 개혁신당, 정의당과 시민단체까지 이 대표의 발언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검사 사칭에 이은 보수 사칭"이라며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실용주의를 내세워 우클릭 갈지(之)자 행보를 하던 이재명 대표가 급기야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인하기에 이르렀다"며 "아무리 자신이 한 말도 자고 나면 호떡 뒤집듯 바꾸는 것이 이 대표 특기라지만, 그동안 당이 추구해온 지향점까지 스스로 부인하며 보수를 참칭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다급함을 넘어 애처로움마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대표가 최근에 보인 행동들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치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족쇄인 사법리스크가 점점 더 짙어지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자 보이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왜 이러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며 "당의 이념과 노선쯤이야 자신의 대권 야욕 앞에선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진보이자 보수이자 모든 것이며 그러므로 아무것도 아닌, 오직 힘 그 자체를 추구하는 정치조직"이라며 "민주당의 약속은 자기 자신 이외에 누구를 위한, 어떤 세상을 위한 약속인가. 우린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보이자 보수이므로. 원할 때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버릴 수 있다"고 비꼬았다. 

또 '보수개혁정당'을 내세우고 있는 개혁신당 임승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가증스러운 가면극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대변인은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둔 2월, 민주당이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이라고 했다"며 "민주당 내 중도로 가자는 사람들을 '수박'으로 내몰아 척결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와 '우리는 중도보수'라고 한다. 대체 어떤 보수 정당이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살포' 이재명식 '화폐순환경제'와 같은 기괴한 정책을 내놓는단 말인가. 기어코 이 대표가 중도보수를 하겠다면 그동안의 기괴한 정책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권 탐욕 가면극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며 "대선 때마다 등장해 기행을 보여주던 허경엉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허씨도 이 대표의 기행을 보면 입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임 대변인은 "좌회전과 우회전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이 대표의 '갈 지자' 행보는 만취한 운전자의 난폭 음주운전을 연상시킨다"며 "5000만 국민이 탑승한 대한민국호를 좌우 넘나드는 만취 운전자 이 대표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 "집권 위한 태세 전환"

시민단체도 강도 높은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참여연대는 19일 논평에서 "중도보수 선언한 이재명 대표, 문제는 철지난 감세·낙수효과 재탕이다. 근로소득세·상속세 완화, 소득·자산 양극화 고착화할 것"이라며 "미래 전략이나 청사진 없는 집권 위한 태세 전환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이어 "노동시간 규제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와 자산세 완화까지 언급하며 당 강령에 어긋나고 민주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자, 이제는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며 "보수 정권과 차별화된 중도적 실용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수정권에서도 실패가 확인된 '줄푸세'의 재탕에 불과한 정책들로, 도대체 어떠한 미래를 그리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이재명, 자기 호적파면서 까지 중도보수 공략...국힘, 이 대표 우클릭에 대비해야"

반면, 여권 내에서는 이 대표가 중도층 공략에 나서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이 극우화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자기 호적을 파면서까지 중도보수를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이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19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표의 입에서 중도도 아닌 중도보수라는 말이 나온 건 놀라운 일"이라며 "본인이 왼쪽은 다 평정을 했으니까 이제 오른쪽으로 나온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 역시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신종 사기’라고 보지만, 그와 동시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해 대비하고 있느냐, 우리는 뭘 하고 있느냐’ 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중도보수 영토까지 침범해 들어오는데, 국민의힘은 점점 더 오른쪽 끝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왼쪽에서 시작해서 영토를 넓히는데, 우리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당의 주류가 전광훈 목사 집회에 나가고 극우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얘기를 나르면서 중도층 여론이 나빠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국가적 전략이든 정책이든 이런 것을 가지고 중도층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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